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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달과 풀 Apr 13. 2024

전원주택 구입의 꿈을 미루다.

구입하고 싶었던 산옆의 땅을 몇 주동안 거의 매일 지인들을 대동해서 가거나 혼자 그곳을 방문했다.

아침 일찍 해가 어느곳에서 뜨는지 오후에는 서쪽의 산 그늘이 어느 정도 지는지 기온은 시내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주변환경은 어떤지ᆢ등등

여러  가지를 신중하게 체크를 하기 위해 거의 매일 방문했다.

동행한 어떤 이는 그 집을 사게 되면 팔고싶을 때 팔지 못할것이라고 사지말라고 만류했고,

어떤 이는 내가 좋아하는 조건의 위치니 사라고 했고,

어떤 이는 그 주변이 숲과 너무 가까워 지네를 비롯해 온갖 벌레들이 출몰할 것이라고 사지마라고 했고,

어떤 이는 좀 있으면 이쁜 전원주택들이 쏟아질텐데 기다리라고 했고,

어떤 이는 그곳이 시내에서 좀 멀어서 불편하니 사지마라고 했고,

어떤 이는 산 옆이라 그늘지니 사지마라고 했고

그리고

어떤 지인은 내가 어떤 곳에 살고싶은 지를 잘 알고있으니 팔지 않고 평생 살 각오가 되고 혹여 나중에 팔게 될 경우 반값에라도 팔  각오가 되어있으면 사라고 했다.  내일이 어찌될지 모르니 살고싶은 곳에서 사는 것도 좋다고 했다.  그분의 말은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서 그것을 감당하고도 하고싶다면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내가 받아들인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었고 가장 마음에 드는 조언이었다.

나는 그 모든 의견들을 수용했고 참고해서도 사고싶었는데 마지막 무언가 결정을 못하고 계약을 미루었었다.

나는 벌레도 좋고 추후 제값을 받지못하고 팔게 된다고 해도 좋고 집이 멀어서도 좋다.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말자 나는 또 지인 한 명에게 함께 가줄 것을 요청해서 그곳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 미리 지어진 다른 집을 들어가보았다.

그 땅은 건축업자가 땅을 사서 설계를 다 해놓은 상태라 그 땅과 동시에 그 건축업자에게 집을 지어줄 것을 함께 계약해야 하는 조건이다.

그런데

그 땅 위치는 두말할 것도 없이 내가 원하는 장소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그 집이 문제였다.

내가 원하는 집의 모양과 구조가 아니고 집안에 들어갔을 때 건축에 사용된 자재들이 저렴한 것이고 거실 바닥이 고르지 않았다.

그 땅을 사게 되면 그 업자에게 집을 지을 것을 함께 계약을 해야 하는데 기존 지어진 집의 자재가 저렴하고 맘에 들지 않으니 만일 그 건축업자와 집 계약을 하게 되면 여간 신경쓰고 언쟁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땅주인이자 건축업자에게 전화해서 땅만 사고싶다고 하니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고 한다.

땅값을 더 쳐주겠다고 해도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건축을 하면서 이문을 남겨야 하고 그리고 이미 설계가 끝난 것이라 안된다고 했다.

긴 대화끝에 그 땅과 집을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계속 내가 희미하게 마지막 무언가 결정을 못했던 이유가 그 집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리 마음정리를 하고 나니 그 땅에 대한 미련이 덜어지는 느낌이다.

땅위치도 중요하지만 집을 짓는 건축업자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매매가 쉬운 주택이 아니기에 신중해야 하고 이후 팔지 못하면 내가 평생 살 수도 있는 집을 짓는 일이니만큼 집은 제대로 지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신뢰하기 어려운 건축업자와 계약을 해서 집을 짓느니 그 땅을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많이 아쉽지만 그리 결정을 하고 나니 미련이 덜어지고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그 아름다운 숲을 보고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잠에서 깨는 꿈은 그래서 보류하기로 했다.

사람과의 만남도 인연이 있어야하고 부동산도 인연이 있어야 한다.

몇 주동안 거의 매일 고민하고 그 땅을 가보며 미련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리 정리를 하기로했다.

한편 마음이 가볍다.

많이 아쉽지만 내겐 다른 땅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으로 위로를 삼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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