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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May 09. 2022

90. [사진] 안나푸르나 서킷

압도적인 대자연 앞에서.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로 유명한 안나푸르나 서킷을 완주한 지 거의 3년이 지났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그저 작은 존재임을 깨우쳤던 길고 긴 2주간의 여정을 단출하게나마 사진으로 남겨본다. 평생의 한은 DSLR를 서킷에 가져가지 못했다는 것과 광활한 풍경이 핸드폰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어서 아쉬움이 너무 크다. 

산이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날씨도 천지차이이다.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툰드라로 향하고 있다. 
열대 지대처럼 나무도 뺴곡하고 안개도 자주 끼는 편이다. 
스님들의 수행 장소라고 하는데, 당시 너무 지쳐있어서 가까이 가진 못했다.
이방인들이 신기한지 동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지도를 보는 우리에게 인사한다. 물이 귀한 곳이라 샤워는 자주 못하나 보다.
중간 휴식지 마낭은 꽤 큰 마을이다.
3천 미터 위에 자리 잡은 호수.
이곳에서 고산병은 아주 흔한 질병이다. 나도 심하게 겪었다.
무사히 5,500M 정상을 찍은 한국분들, 나도 11시 방향에 흔적을 남겼다.


 2주간 등반을 하면서 느낀 점은 죽음이 언제나 우리 등 뒤에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고산병으로 죽음에 이르러 헬기가 시체를 끌고 가는 걸 봤으며, 눈사태와 산사태가 빈번히 일어나 항상 두려워해야 했다. 누군가 히말라야 야생의 생활이 다 그렇지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길을 건너다가 버스를 타다가 길을 걷다가 이런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우린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행복하고 웃으며 사는 게 제일 좋겠다고 느꼈다. 먼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보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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