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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May 16. 2022

97. [문득/생각]산을 오르면서.

영화 '와일드'를 통해 바라본 인생.

영화 '와일드(2014)'

 영화의 주인공 셰럴 스트레이드(Cheryl Strayed)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엄마를 암으로 잃고 마약을 하며 방황하는 20대 여성이다. 그녀의 엄마는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술주정뱅이에 가정폭력범 남편을 두고 있지만 그녀의 사랑은 두 자식에게 언제나 한결같았다. 엄마는 늦깎이 대학생활을 하며 문학의 소중함을 배우며 인생의 아름다움을 자녀들에게 나누며 포용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런 엄마 밑에서 나란 셰럴은 불행한 인생을 극복하고 새 인생을 살고자 했던 엄마의 인생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삶의 에너지를 완전히 잃게 된다. 그러면서 마약중독, 섹스중독에 빠져 아빠가 누군지도 모를 자식을 낙태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희망을 품는다. 그리고 우연히 보게 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가이드북을 보고 결심하게 된다. 이 PCT는 미국 서부의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 캐나다 국경 장장 4,265km을 걷는 장거리 트레일이다. 



 영화는 셰릴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녀가 자연을 통해 엄마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그녀가 원했던 삶을 되찾는 내용이다. 그녀는 이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에 미래에 대한 환상과 걱정으로 방대한 짐을 배낭에 넣는다.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양을 싣고 앞으로 향하는 그녀는 마치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을 어깨에 잔뜩 들고 다니는 현대인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트레킹의 지식을 얻으면서 가벼워진 짐은 그녀가 그녀의 삶에서 무엇이 꼭 필요하고 필요 없는지를 조금씩 비워가는 과정으로 묘사하기 도한다. 


 그녀의 여정은 고행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비워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재 걱정하는 미래는 오지 않는 현실이다. 내가 언젠가 입을지도 모르는 옷들, 언젠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에 대비해 집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은 곧 내 짐이다. 그것이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 일인가? 이것은 물질 말고도 당신의 걱정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걱정이 정말 필요한 걱정인가?

 

설악산 대청봉에서


 자연을 걷다 보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에 집중해야 한다. 마른 나뭇잎은 돌 위에서 굉장히 미끄럽다. 높이가 균일하지 않은 돌계단들은 부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순간의 부주의는 큰 부상을 일으킨다. 그렇다고 부상을 당할까 봐 짐을 한가득 싣고 가는 짓은 산을 오르는데 힘들게 만든다. 그렇기에 최악을 최소한으로 대비하지만 최악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이론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본질을 보게 만든다. 건강이 안 좋아서 받아야 하는 수술비를 모으는 것은 중요하지만 애초에 술과 담배를 끊고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며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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