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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May 07. 2022

88. [책 리뷰]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

마리에 콘도가 말하는 정리의 기적.

넷플릭스에서 정리의 신이라고 불리는 마리에 콘도씨의 책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을 읽었다. 그녀가 일상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집을 편히 쉴 수 있는 안정된 보금자리로 재탄생시키는 드라마틱한 영상들을 봐왔다. 그러다 그녀의 진솔한 철학에 대해서 문득 궁금해졌다. 표면상으로 보이는 그녀는 집과 옷 등 나를 보호해주고 나를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것들만 남기고 모두 버리라고 하는 그녀의 스킬은 무분별한 소비를 비판하는 듯 보였기 때문에 미니멀리즘의 고급스러운 버전으로 보였기 때문에 눈길이 갔기 때문이었다. 



 책의 내용은 정리를 왜 해야 하는지에서부터 어떻게 정리하고 왜 그런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들이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그녀의 철학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설레지 않은 것은 버려라.'이다. 내가 가진 옷들을 만지고 가슴으로 가져다 대고 느끼고 그것이 당신을 설레게 하지 않는다면 버리라는 것이다. 그녀는 이러한 의식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옷을 정리할 때도 상의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이유는 상의가 심장에 가까이 있으며 그것을 덮고 다니기 때문에 훨씬 더 설렘의 기준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잘 정리된 수납장을 열면 그것들이 주는 상쾌함이나 설렘은 그 안에 담긴 물건들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는 배경으로 정리가 우리에겐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렇듯 감정을 자극하는 설명과 말들로 설명하고 있다. 


 나는 단숨에 그녀의 정리기술들은 여성들 위주로 설명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돌아보면 그녀의 유튜브 영상에도 나오는 사연자는 여성과 주부들이었고 그녀가 사연자(주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남편은 카메라 저 뒤쪽에서 여성들이 정리하는 모습을 다리를 꼬고 지켜보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한 영상과 글은 여성만이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특이한 소재로 개기 힘든 여성들의 옷과 브래지어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를 두고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으며 책 속의 사연자들도 95%는 여성(특히 주부)들로 이뤄져 있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의 화장품 스킨케어와 색조를 정리하는 방법이나 주방을 정리하는 방법들도 자세히 다루고 있으나 서재나 사무실 정리하는 방법 직장 데스크 정리 방법 등 남성들의 공간은 다루지 않는 점에서 아쉬웠다. 


 그녀는 자주 음양오행을 언급하는데 옷들을 정리하는데 남성은 불의 기운을 여성은 물의 기운을 가지고 있기에 수납장을 사용할 때 남성의 옷은 위쪽에 여성의 옷은 아래쪽으로 정리해야 느낌상 맞다고 언급한다. 하지만 그녀는 신발을 정리할 땐 여성의 신발을 위에 두고 남성의 신발은 아래에 둬야 한다는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엔 남편의 프라모델 취미를 이해 못 하는 주부의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여성에게 남편의 취향을 존중해주고 하루에 1분씩이라도 그것들을 천천히 뜯어보라는 숙제를 내준다. 그리고 여성은 나중에 자신이 오만했다며 남편이 그렇게 정교하고 흥미로운 취미를 가진 줄 이제 알았다며 감사하다는 후일담을 남겼다. 이것은 콘도의 아버지 이야기와 겹치면서 남성은 이 책에서 고집스럽고 이해해줘야 하는 존재로 비치기도 한다. 여성의 인내와 이해심 그리고 사랑은 결국 '해와 구름'의 이야기에서 해가 나그네의 옷을 벗기듯 따스하게 비춘다면 그들은 결국 변할 것이라는 가부장제에서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가치관을 보여준다. 


 그녀는 의외로 미니멀리스트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정렬된 모습을 유지시키기 위해 정리함을 사라고 권하고 바느질과 예쁜 천들로 자신이 여는 수납장 안을 꾸미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열 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하루를 즐겁게 살 수 있다고 말이다. 정리한 공간에 아름다운 그림들을 걸어 설레게 만드는 공간을 만들라고 한다. 겉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는 물건은 버리고 그곳을 천국과 같은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라는 그녀의 취향은 살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중산층들의 집을 위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난 그녀의 정리 스킬은 꽤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정리하는 방식으로 유명세를 탄 것엔 이유가 있음은 인정하지만 여성편향적이며 보수적이고 가부장제적 사고가 빈번히 드러나는 그녀의 글은 어쩐지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있었다. 또한, 정리를 하면 삶의 변한다고 계속 강조하지만 직접적인 사례를 언급하기보다 그녀의 단순한 추측이나 이상적인 생각들만 나타나는데 설득력은 꽤 떨어진다. 정리 전과 후의 사진들을 보여주고 독자들이 직접 '와 이렇게 변한다면 공간을 더럽게 썼던 자신을 반성하고 다시 새 삶을 살아보고자 하겠구나.'라는 마음을 느끼게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그녀가 말하는 정리 후의 변화된 인생에 대한 추측보단 그게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게다가 뭘 이런 걸로 책을 쓰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튜브 영상들로 알 수 있는 부분들로 내용이 채워졌기 때문에 그녀의 다른 책은 안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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