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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May 06. 2022

87. [책리뷰] 없어도 괜찮아.

한달살이 여행작가의 행복한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에 관심이 있어서 유튜브 영상을 찾던 중 여행작가이자 미니멀리스트 부부를 우연히 찾아서 보게 되었다. SBS 유튜브 교양채널에 출연하시면서 자신들이 그동안 배우고 실행해온 미니멀리즘을 소개해주시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들의 방을 둘러보며 하나씩 소개해 나갔다. 



 게다가 그들은 집 안 가득 처지 곤란인 의뢰자들의 애장품이나 옷, 잡동사니가 쌓인 방들에 조건을 건네며 정리하는 기준을 제시하기도 한다. 의뢰자들은 직장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그걸 해소하기 위해 과소비를 하고 그 값을 충당하기 위해 다시 일하는 패턴을 일깨우고 불규칙한 생활패턴이 건강하지 않은 신체를 만든다며 하루 8시간씩 자야 한다고 하며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의 미니멀리즘은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완벽하거나 포장된 아름다운 삶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일까? 진솔하고 떠나지 않는 행복한 그들의 미소는 나까지 행복하게 만들 지경이었다. 


 그들은 고정적인 수입원인 직장을 그만두고 글을 쓰면서 인세로 먹고 산다고 밝혔다. 퇴사하면서 모은 모든 돈을 세계여행을 하면서 탕진했다며 환한 미소로 고백하기도 했다. 글을 써서 인세와 강사를 뛰며 겨우 입에 풀칠을 하면서도 그들은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며 과소비하지 않는 법을 배웠고 많은 것으로부터 자유를 얻었다고 행복해한다. 삶이란 원래 불안한 거라며 계속 타지에 가서 한 달 살기를 하며 글을 쓸 것을 결의했다. 그런 탓일까 영상의 댓글에 계속 프로그램을 해달라는 시청자들의 눈물 섞인 요청에도 중단되었다. 하지만 그들만의 유튜브 채널을 열어 그들이 외국에서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이 분들의 행복 바이러스에 나도 모르게 감염되어 이들의 철학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간단히 리뷰하자면, 대부분의 자기개발책의 경우는 뭔가 더 잘해보려는 사람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고 그들이 왜 못했는지에 대한 분석들을 해주고 성공한 사람들은 왜 잘됐는지 분석한다. 그렇게 되면 나 자신은 어쩐지 그들과 비교되어서 굉장히 자기비판적으로 가기 쉽다. 나는 남들이 한다는 '미라클 모닝'이나 '하루키식 계획'을 하려고 몇 번이나 시도해봤고 빈번히 일주일도 못가 무산되고 말았다. 그리고 나 실패한 나를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더 잘해서 좋은 성과로 연결하고 싶은데 잘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자기 개발서를 또 찾아보게 된다. 나는 이것도 중독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잘 될 거 같은 희망을 계속 불어넣고 '이렇게만 하면 넌 할 수 있어. 성공한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했어.' 난 어쩐지 게으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 책들은 결국엔 나는 실패해도 할 말 없는 놈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철학은 너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라였다. 가장 기억에 남고 나에게 효과가 있었던 방법은 남들이 하는 방식을 따라 하지 않고 내가 편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은덕 작가님은 하루에 꼭 8시간을 자야 한다고 기술한다. 8시간을 자고 난 뒤에야 머리와 몸이 활기를 띄며 낮에 하는 일에 충분히 집중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알람시계를 절대 맞춘다고 하지 않는다. 알람시계는 노동자들이 출근할 수 있게 사회에서 짜인 시간표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로 개발됐다. 누군가에겐 8시간, 누군가는 10시간의 수면시간을 취해야 그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저마다의 시계를 획일화시키는 도구가 알람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각자가 느끼는 행복의 기준이 나르고 잠을 자야 하는 시간도 다르다. 하고 싶은 일도 다르고 흥미를 느끼거나 관심이 가는 것이 모두 다른데, 자기 개발서는 성공한 사람들의 표본을 채취해 그들이 한대로만 하면 너도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나에게는 어쩐지 꼭 끼는 옷들을 입은 기분을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들만의 삶의 비상함을 제시하면서 마치 '우리 같은 사람도 이렇게 살면서 행복한데, 너도 네가 하고 싶은 걸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해봐.'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알람을 껐다. 그리고 평소에 6시간을 넘게 자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일어나려는 의지를 잠재우고 한번 푹 8시간 이상 자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 5시가 되니까 저절로 눈이 떠졌고 더 자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나 죄책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서 공부를 한다고 해도 백 프로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감기려는 눈을 뜨게 하려는 노력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엔 그냥 푹 자려고 눈을 다시 감았다. 그렇게 2시간을 더 자고 나는 개운하게 일어났다. 약 8시간 정도 잔 것 같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하루에 책 한 권 읽기를 성공할 수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집중력이 끊겨서 이해 못 한 부분을 다시 읽고 읽다가 몇 시간을 허비하다가 질려서 내일 이어서 하기로 했을 것이다. 책을 다 읽고서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햇빛도 쐬고 운동도 했다.  


 이 부부는 타지에서 한 달 동안 살면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 걸 지켜보면서 한국문화에서 가지고 있던 관습이나 학습된 개념들을 부수면서 자신들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작가 두 분이기에 소비하는 것도 헛투루 하지 않으며 생활하는 것 같다. 완벽한 삶을 꾸미거나 연출하지 않는 진솔한 매력인 두 분의 일상을 보면 나도 내 철학을 만들며 나를 더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이 두 분을 응원하며 다른 책도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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