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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입니다 Jul 22. 2023

진중한 소통을 하고 싶어

인간관계를 가볍게 만드는 몇몇 SNS가 싫어진다.

죽은 듯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일상. 마음이 참 많이 널브러진 듯이, 광야에 버려진 듯이 아파하던 채로 주렁주렁 눈물만 길어내고 있었다. 물론 그 시간들을 잘 버틸 수 있었던 건 자기 사랑. 자기 연민이라는 이름으로 배움을 얻을 덕분에, 지친 듯이, 어쩔 줄 모른 채로 가슴에 구멍이 뻥 난 채로도 나를 토닥여주며 버틸 수 있었다. 감사한 시간들. 왜 아팠는가, 왜 힘들어했는가 등으로 글을 써낸다고 한다면 또 한 차례 많은 이야기들을 따로 써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아픔을 만났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 방법들을 더 잘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나를 잃지 않고 하마터면 나쁜 선택을 할 수 있었음에도 차근차근 나를 바라봐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를 사랑한다는 건 무얼까. 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시간들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고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그 안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것들 아니던가.


인스타그램도, 무엇도 하기가 귀찮았다. 나를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라는 게 한편으론 다른 이들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욕망에서 그러하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주든 안 주든 간에, 나 스스로 충분하고 굳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는 무조건적으로 나를 노출시켜 내는 일들에 부담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인스타그램이든 페이스북이든, 유튜브든 뭐든 간에, 나를 드러내는 모든 일들이 조금은 귀찮아졌다. 구태여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것도 가만히 쉬는 시간들 사이에 나 스스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들로 나와 함께 있어주면서 얻게 된 변화들 중 하나 같기도 하다. 내가 나에게 충분한 관심을 줄 수 있게 되니,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나 관심이 불필요하게 느껴진다는 것.


드러낸다 하더라도 차분히 나를 있는 그대로 다 지껄여낼 수 있는 브런치에 담는 게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네이버 블로그도 남에 의해 시작했던 플랫폼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과의 인연은 이번에 끊어졌기에 더 이상 그곳에 시간을 두기에 의미가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인스타그램은 나를 눈여겨보지 않을 사람들에게까지 닿아서는 그들의 관심을 받는 게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의 관심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조용히 조회수 1을 기록할 뿐, 좋아요를 누르거나 싫어요를 누르거나,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때로는 그들의 시선이 조금은 징그럽거나 응큼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대체 뭐가 궁금해서 내 일상을 들여다보는 걸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 시선에서 멀어지면서도 나의 생각들을 세상에 남겨둘 수 있는 곳이 어딜까 생각해 본 곳은 브런치 아니면 블로그였다. 생각해 보면 우습기도 하다. 어느 곳에인가 기록해 두어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올려놓고서는 아무런 반응 없이 읽었다고 해서 징그럽게 느끼기도 하는 나 자신은 무얼까. 물론 나의 기록은 나를 기록하기 위함에 있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줌에 있지 않으니, 남들에게 무조건 읽히는 것들이 간혹 불편하게 느껴지는 일도 이상하진 않을 것이다.


블로그는 자기 블로그를 키우려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득일 뿐, 진실로 나를 생각하거나 나의 시선이 궁금해 찾아오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하지만 브런치는 나의 생각이나 색깔 등을 모두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구태여 여기까지 찾아와선 구독을 눌러주시기도 했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이어지고 싶었다. 인스타그램에도 구독해 나가며 서로를 알아가는 게 좋은 방식일 수 있지만, 인스타그램으로 이어지는 인간관계는 너무도 가볍고, 너무도 쉽다 못해 그 관계가 너무도 쉽게 떨어져 나갈 수 있는 것 같아서 굳이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어딜가나 진중하게 마음을 나누고, 진솔한 소통을 할 수 있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내가 했던 작업이나 일했던 증거들을 나눠 다른 작업을 더 얻거나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반으로서 사용하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는 특성상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 조금 지루하고, 더딜 수 있는 이 수많은 마음들을 사진처럼 빠르지 않더라도 묵묵히 읽어주며 그 마음의 결을 살펴봐주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기에 이곳이 좀 좋았다. 느리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곳 같다고 해야 할까.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빠르고 순식간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고 싶은 사람이 많은 곳보다 나의 이런 느리고 진중한 마음을 읽어줄 만한 곳으로 제격이다 싶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사람들하고만 이어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오늘날에는 수많은 구독자를 모아야 내 몸값도 오르고, 그렇게 올라간 몸값으로 제법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귀찮다. 그저 진중하게, 한 명의 시선과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공간을 더 키워나가고 싶다.


그리고 불필요한 인간관계들을 또 떨궈내면서, 그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나의 생각을 수많은 단어들 속에 숨겨두기 좋은 곳으로 조용히 피해왔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벼움보다는 진중함이, 쉽게 읽히는 것보단 진실되게 읽히고, 한 문장 한 문장이 '이 시를 쓴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잠깐 눈을 감고 그 뜻을 곱씹어주기를 바라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오고 싶었던 나.


그리고 좋아요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였던 나로서도, 귀찮았다. 누군가는 그런 것 하나하나에 흔들리는 내 마음을 바라보는 것 역시도 수련이라고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냥 귀찮다. 그렇게 신경을 써줘야 하는 것 하나하나가 귀찮았다. 남이 봐주든 안 봐주든 일차적으로 내 마음의 수많은 결들을 다 드러내고 싶었고, 단순히 마케팅적인 전략이나 시선 없이 나만의 마음과 감정들을 오롯이 남겨두고 싶었던 나로서는 글을 써나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차근차근 써나갈 수 있는 공간.


그런 점에서 본다면 네이버 블로그도 괜찮은지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 상업적인 공간이다. 글을 쓰면서 마음을 적어 내려 가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역시나 마케팅과 홍보를 위한 공간이기에 귀찮고 상업적이며 정갈한 맛이 없어 아쉽다. 흰색종이와 같은 바탕에 나의 마음들을 채워나갈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떨까 싶다. 물론 블로그가 훨씬 더 사진이나 영상을 담기에 편안하다. 웹 주소만 달아도, 연동되어 있는 썸네일이 자연스레 떠서는 해당 포스팅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도 할 테니까. 그런 점들은 분명 네이버 블로그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난 그런 것도 싫었다. 이렇게 '두서없이'라는 느낌이 들정도로 마구잡이로 써나갈 수 있는 공간이 내게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솔직하고, 정신없을 수 있지만, 이런 기록들 자체가 날 것의 나 자신을 남길 수 있게 만들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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