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입니다 Jun 06. 2023

렌즈는 나의 힘

한 청년의 도전에 늘 함께 해주던 렌즈



늘 함께하던 한 친구를 떠나보냈다. 나의 눈을 대신하던 렌즈 하나. 다른 사람의 품에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내 발걸음을 떨어지지 않았다.


‘제가 애정을 갖고 함께하던 녀석이라 발길이 쉽게 안 떨어지네요’


라고 말하자


‘소중하게 잘 쓰겠습니다’라고 따뜻하게 말씀해 주시던 구매자님 :)


얼굴에 웃음이 그려지며 발길을 옮길 수 있었다.


산을 사 이 땅의 모든 생명을 살리는 지속가능한 농장을 이루겠다고 홀연단신으로 제주로 내려갈 때에도, 거제로 떠날 때에도, 아무런 인맥도 연고도 없던 그 장소들 속에서 나에게 ‘든든함’이자 ‘믿을만한 구석’이던 이 녀석을 떠나보내고 왔다.


때로는 나의 눈이 되어, 시선을 담고 그 누군가에게 웃음과 행복을 줄 수 있게 돕던 녀석.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지날 때 그 눈으로 담았던 사진들을 살피며 웃을 수 있게 해 주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감사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정확히는, 그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담아 보여줄 수 있었기에 그 누구든 연결될 수 있었다.


그런 사진 한 장 한 장들이 또 다른 인연들을 낳아 내 삶을 만들어주었으니. 나에게 렌즈는 무엇이었을까.


사진이라는 게, 영상이라는 게, 렌즈라는 게, 나의 삶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마음과 기억들로 이 렌즈를 자꾸만 적시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차가운 금속의 물체로 그칠 수 있으나 나에게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게 해 줄 수 있는 ‘나의 마음’을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드러나게 해 준다.


‘사진가는 누가 찍어주나요라는 물음에 사진가는 사진과 영상에 그를 남깁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스쳐가는 그 무수한 ’지금‘을 붙잡아 그 주인의 마음을 녹여 드러낼 수 있게 해 준다. 도전이라는 두 글자에 삶을 걸었던 청년의 무모함에 든든한 백이 되어주고, 그 마음을 세상에 보여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주니 놀랍다고 해야 할까. 신기하다고 해야 될까.

작가의 이전글 SNS의 쓸모, 나의 취향 넓히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