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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 Feb 10. 2020

#10 '독박'을 자처하는 문지기

_부부의  훈육 역할 개방

훈육의 기준이 달라 서로 의견 충돌이 생기는 경우가 꽤 많지요? 이번 시간에는 훈육에 있어서 부부가 협력해야 하는 것,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우리 부부의 훈육 역할, 어떤 모습인가요?

“남편은 애들에게 뭐든지 YES!!에요. 덕분에 저는 완전 악역 담당이죠. 아이들이 아빠만 좋아하고 엄마를 무서워할 때.. 쫌....억울해요."


“전 차라리 훈육은 저한테 맡기고,  아이와 그냥 잘 놀아주기만 하면 좋겠어요. 가끔 뜬금없이 아이에게 막 화내는 걸 보면 기가 막혀요. 그렇다고 아이 앞에서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나중에 그러지 말라고 차근차근 이야기하면 오히려 저더러 아이 버릇 잘못 들이고 있다고 화를 내더라고요.”


“저희 남편은 훈육의 기준이 너무 빡빡해요. 제가 볼 때는 이 정도는 허용해도 될 것 같은데. 일찍부터 아이를 너무 잡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도 기가 죽는 것 같아 속상해요.  부부싸움은 매번 이런 일로 일어나요.”


엊그제 모임에서 쏟아진 대답들이에요. 부부의 훈육 역할이 어떤 모습이냐는 질문이었는데 대답은 대부분 배우자에 대한 아쉬움(?) 이더라고요. (아쉬움을 넘어서는 감정도 많았지만.. 이렇게만 쓰렵니다.^^;;)


아이들과 다정하고 유쾌하게 잘 놀아줬으면 싶고, 가끔은 나보다 조금 더 엄한 태도로 나의 응원군이 되어 주길 바라고... 우린 이렇게 서로에게 기대하는 역할상이 있어요. 남편도 아내도 마찬가지지요. 그렇게 서로 기대하는  마음도 채워주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나누며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먼저 지금 우리의 모습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문항을 몇 개 정리해 봤어요. 남편과 아내 입장에서 각각 생각해보세요. 격차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문항에 대해 서로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똑자의 ASK

우리 부부의 훈육은 어떤 모습인지 함께 생각해봐요!

Yes/ No 

1. 훈육을 어느 한쪽이 전담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2. 배우자의 훈육 방식이 못마땅하지만,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참고 있다.

3. 내 기준과 방식대로 배우자를 가르치려고 한다.

4. 내가 말하는 대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게 익숙하다.

5. 엄마라면, 아빠라면 당연히 이래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6. 내가 원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에 대해 배우자와 공유하고 있다.


|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달라고!

‘내가 원하는 아빠가 되어줘.’

‘내가 원하는 엄마 혹은 아내가 되어줘.’

부부는 서로 존중하고 함께 하는 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실생활에선 혼자만의 신념에 의한 이상적인 엄마, 아빠의 기준을 만들어 놓고 배우자를 그 틀에 맞게 개조하려는 경우가 꽤 많아요.


배우자가 내 마음에 들 때만 환영해주고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도대체 당신은 왜 그래?”라며 상대방의 역할을 점령하고 내치지요. 그러면서 경제적 권한이나 아이를 무기로 삼아.  

내 말대로 하든지, 아니면 열외가 되어 비난을 받든 지... 둘 중의 하나를 요구하면서요. 상대방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이나 바람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고요.


이런 태도를 부르는 용어가 있어요. ‘문. 지. 기'

양육에 있어 부모 중 한 사람이 배우자와 아이들 사이에서 ‘문지기’ 역할을 한다고 하는 뜻인데요. 주로 엄마가 아빠와 아이들 사이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아요. 

(여기부턴 편의상 '엄마'라고 표현합니다. 대부분의 연구가 '엄마'의 문지기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양쪽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임을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 당신도 혹시 '문지기'가 아닐까요?


'문지기 이론'이란?
■ 문지기 역할: 부부가 양육이란 공동의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고받는 대표적인 상호작용의 형태를 말합니다. 보통 양육의 주체가 엄마인 경우가 많다 보니 지금까지는 ‘엄마가 아빠의 양육 참여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해 주는가’에 대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문 닫기: 아빠의 협력을 제한하는 엄마의 행동. 아빠의 유능감을 낮게 평가할 때 하는 행동.
■ 문 열기: 공동양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빠에게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행동.                 

 

엄마는 왜 문을 닫을까?

엄마들이 훈육 역할을 아빠에게 개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구에 따르면, “자녀에 대해 잘 모르고 적절한 방식으로 하지 못할 바에야 배우자가 훈육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라고 합니다. 그래서 “훈육 역할을 맡기기보다는 엄마 본인이 절제 못할 때 말려주거나 자녀의 기분을 풀어주는 중재자 역할만 요구할 때가 많다”라고 말입니다.

뜨끔!! 하지 않으세요? 

문을 닫는 이유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 볼게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어요.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즉, 남편의 기준이 엄격하거나 거칠다고 판단하는 거지요.  아빠는 ATM(현금 자동지급기) 역할로 전락하고, '아빠에겐 비밀'인 일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두 번째는 내 눈에 차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사나 양육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편이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죠. 남성과 여성의 일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가정일 때 이런 현상이 많습니다.


세 번째는 배우자와 마주해야 하는 비난이나 갈등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요청해봤자 어차피 안 해줄 거고 그러느니 그냥 내가 하고 말겠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엄마는 아이와 아빠 사이의 문지기가 되어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양육에 참여할 기회 자체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문을 닫은 문지기는 점점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나 혼자 모든 걸 다 해야 하는 것 같고, 아무도 내 맘을 몰라주니 점점 더 아이에게 집착하게 되기도 하죠.


문 밖에 서 있는 남편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런 대접을 받나 싶기도 하고, 시간이 좀 흐르면 문 밖의 생활에 익숙해져서 안으로 들어가길 포기하기도 합니다. 


드나들 수 있는 기회, 문 열기..

문지기 역할에는 문 닫기 뿐 아니라 문 열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 열기'란 아빠를 양육에 초대하는 것입니다. 공동양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빠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주는 행동을 하는 거지요. 아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간이나 상황을 만들어주고, 격려해줍니다. 아빠가 뭔가를 하려고 할 때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한 팀이 되어 서로 친절하게 대하고,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지요. 아빠가 아이와 잘 지내기 위한 정보를 주는 것도 포함됩니다. 내 기준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참여하려고 '애쓰는 태도'에 대해 감사를 표시해주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당신이 이렇게 해주니까 참 좋다. 고마워~” 이런 식으로요. (아는데 잘 안 되신다는 거 ... 이해해요. ^^)


그럼에도, 문을 열고 함께 하는 건 이런 경우라고해요.

아빠의 훈육을 허용하는 경우


1. 자녀수가 많아 어머니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 엄마 아빠 의사와 관계없이 상황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거네요. 둘째 낳으면서 엄마가 아빠에게 이렇게 말하죠. “첫째는 이제 말 통하니 자기가 책임져”라고.


2. 아빠의 방식이 효과가 있거나 옳다고 인정되는 경우

감정적인 나와 달리 남편은 이성적으로 자녀를 혼낸다) 혹은 사안이 큰 경우 (내가 감당하기 힘들 때 도덕적으로 심각한 사안 등)


3. 남편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자녀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





| 서로의 자리를 만들어주세요

“훈육을 내가 혼자만 감당하고 있어서 힘들어요”

“나는 문지기를 한 적이 없고 내 배우자가 들어와서 같이 해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하지만, 조금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눠보면 실제 행동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많은 부분에서 문을 닫고 있었다고 이야기 하시는 분이 많아요. 잘하건 서툴건 아빠가 양육에 참여하려면

엄마가 그것에 대해 수용하고 지지하는 것이 가장 영향요인이래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서로의 자리를 만들어주고, 상대방을 초대하고, ‘여기가 당신 자리 맞아’ 라고 인정해주는 겁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낯설 거예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은 잘 모르는데, 나는 더 서툰데. 괜히 나섰다가......?’ 라는 마음이 드는 건 마찬가지지요.마치 신입사원이 됐을 때처럼요. 그럴 때 가장 필요한 게 서로의 지지와 격려가 아니겠어요?


저희 부부도 내가 바라는 아빠로서의 역할, 또 엄마로서의 역할을 조율하면서 익숙해지는 데 10년 이상이 걸렸던 것 같아요. 10년 동안 “그 자리가 당신 자리야”라고 인정해주고 저도 배우자에게 그런 지지를 받으면서 익혀갔던 거지요.


오늘은 글이 좀 길어졌어요

요약하자면! 내가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 같이 하지 않는다고 억울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알아서 잘하기를 바라기보다 적극적인 '문 열기'를 시도해보자구요. 용기를 끌어올려서!!


훈육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부부가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내 말이 옳다고 서로 비난하고 싸우는 모습으로 뭘 가르칠 수 있겠어요. ㅠㅠ


다음 이야기는..

서로가 훈육에 있어서 역할이 잘 분담되고 서로가 지지자가 되어줬을 때 제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이 훈육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넘어서서 훈육이 부모의 삶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료들을 찾아보고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부모와 함께,

부모를 위한 문화를 만들어갑니다.

이미 최선을 다해 애쓰고 있는 우리,

잘하려고 애쓸수록 돈도, 시간도 체력도.. 모두 방전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부모인 우리도 충전이 필요합니다.  

똑자의 ASK는 오디오로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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