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의 갈등이나 어려움의 원인을 부모, 혹은 아이의 개인적 특징에서 찾으려 하면 죄책감으로 인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렵고, 비난을 쏟아내게 됩니다.
아이뿐 아니라 나에게, 또 배우자에게..
훈육의 과정은 꼭 필요하지만
당연히, 그냥, 원래 어. 려. 운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덜 어려울 수는 없을까.. 싶어서 제가 부모님들께 많이 듣는 질문들을 생각해 봤는데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혼낼까요? 참을까요?” 였어요. 하도 자주 듣는 말이어서 워크숍 제목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훈육이 필요한 상황인 지 아닌 지에 대한 기준만 명료해져도 어려움이 덜어지겠지요?오늘은 그 훈육의기준에 대해서 같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훈육의 기준은 부모와 아이의 기질, 수용능력, 양육관, 또 사회 문화적 환경, 상황과 맥락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일방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어요.
단지, 내가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 지 잘 전달하고,
내 기준만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는...
부모와 아이 모두를 위한 건강한 훈육을 위해
다음의 3가지를 점검해 보시길 권해드려요.
"왜 그래야 하는데!!' 라며 쏘아대는 아이의 날 선 눈빛을 마주 하거나
다 치웠다고 하는데 패션쇼 무대 뒤 같은 방을 보게 되는 순간에 제가 정신줄을 잡기 위해 점검해 보는 기준이기도 해요. ^^
똑자의 ASK:
훈육 상황이 되면 이 3가지를 생각하세요.
혼낼까요? 참을까요? 훈육의 기준
1. 누군가에게 위험하거나 해로운가?
2.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허용되는가?
3. 아이의 욕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있지 않은가?
누군가에게 해롭거나 위험한가?
아이 혹은 다른 사람이 다치거나 위험한 일엔 단호하셔야 합니다. 아이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려고 할 때 '네가 잘 판단하길 바랄게..'라고 말하거나 고민하고 있진 않으실 겁니다. 바로 붙잡겠죠. 뜨거운 걸 만지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구요. 아이가 하고 싶어 한다고 무조건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건 양해를 구하거나 아이를 설득할 문제가 아니니까요.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일 때도 마찬가지예요
아이가 나이가 어릴수록 잘 수용해주고 설명해 줘야 한다는 생각에 말이 길어질 때가 많잖아요.
무조건 구구절절 다정하게 무릎 꿇고 눈 맞추고, 아이가 납득할 때 가까지 기다리려 하다가는 하고 싶은 말도 전달되지 않고 그냥 힘겨루기에 휘말리게 되기 쉽습니다
안 된다고 말해야 하는 순간엔 부탁하는 게 아니라 단호하게 '안돼!'라고 말해주세요. “위험해. 이건 다칠 수 있어. 그건 안 되는 거야.”정도면 충분합니다.
남이 요구하더라도 나에게 해롭거나 위험한 것을 하면 안 되는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
이 단순한 기준을 제대로 지킬 수 있다면, 훈육의 목표는 충분히 달성된 것 아니겠어요?
부모를 통해 배우는 삶의 기준은 자녀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도 보호받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허용되는가?
함께 사는 사회 안에서 허용되지 않는 행동, 환영받는 행동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사회의 변화에 따라 기준이 변할 수 있다는 것도요.
이때 주의할 점!! 우리는 주로 사회나 문화 안에서 허용되지 않는 행동에 더 초점을 맞춰 알려주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아요. 식당에서 돌아다닐 때, 동생과 싸울 때처럼 아이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만 훈육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진짜 효과적인 훈육은 환영받는 행동을 했을 때 반응해주는 거예요.
사회문화적으로 ‘더 좋은 행동’을 강화시켜주는 거지요..
또, 이런 기준들을 습득해 가는 과정에서 가르치는 방법은 아이의 발달 수준에 따라 달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남의 장난감을 주머니에 넣어왔어요. 누굴 다치게 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안된다고 분명히 가르쳐야겠지요. 4살짜리 아이가 주머니에 남의 물건을 담아오는 건 잘 몰라서 한 행동일 수 있으니 간단하게 기준을 가르쳐주면 됩니다.
“갖고 싶었구나.
그런데 이건 네 물건이 아니야.
남의 물건은 가져오면 안 돼. 다시 가져다주자"처럼요.
("너 이러면 나중에 도둑놈이 되는 거야.” 같은 비약과 왜곡을 잔뜩 담아 협박하지 않기!)
그런데, 10살짜리 아이가 같은 행동을 했다면 좀 달라야겠지요? 아이는 이미 사회적 문화적 허용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이럴 땐 그 행동 뒤에 숨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탐색을 해볼 필요가 있어요.
아이의 욕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있지 않은가?
“내 말 들어. 아빠가 말이 틀린 거 봤어?"
“엄마가 어렸을 때 이미 다 해 봤거든.”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
우리도 정말 듣기 싫었잖아요. 부모가 생각할 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이한테 요구하면서 그게 훈육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습니다.
위험하지도 않고, 욕먹는 행동도 아니지만 못하게 하고 싶은 때가 있어요. 사실 거의 모든 순간에 그런 욕망이 올라오죠..ㅎㅎ 그냥 내 기준에서 거슬리고 저러면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제 입장에서 대표적인 것은 방 정리예요.
저는 최근에는 주말에 오후에 누워있고 싶은데, 아이가 자전거 타러 공원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날은 정말 일어나기 힘들었거든요. 남편과 서로 미뤘던 기억이 있어요.
사실 뭔가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서로의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타협과 조율이 필요한 순간 일 때가 많아요. 피곤해서 쉬고 싶지만 , '엄마 놀자~' 하는 아이를 위해 나갔다면 내 욕구를 포기했다고 생각하기가 쉽죠. 난 항상 아이 말을 들어줘야 하고 달래야 하고. 시달렸다는 자체가 억울할 때가 되게 많아요.
잠깐만 가만히 생각해보세요. 내 안에 아이와 놀아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을까요? 우리가 전혀 의미 없고 중요하지 않을 일을 애써 하진 않아요. 우리 안의 욕구는 하나가 아니지요. 아이와 놀아주고도 싶고, 쉬고 싶기도 한 것처럼요. 그런 욕구의 우선순위를 선택할 때 다양한 기준을 가져보세요.
‘항상 아이의 욕구에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넌 항상 내 말 들어야 해.’
‘엄마가 피곤하지 않을 때만 놀 수 있어.’
‘나는 쉬고 싶을 때 쉬어야겠어. 당신이 다 해.’처럼 어느 한쪽의 욕구만 내세우지 않는 거죠.
욕구의 우선순위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서로의 욕구에 대해 가족 안에서 타협과 조율점을 찾아가는 걸 배우는 과정이 필요해요.
| 보고 배운다는 것의 중요함
어린 시절에는 욕구를 타협하고 조절하는 것이 더 어렵죠. 어떤 분들은 “커도 타협이 안 되는 건 똑같던데요.”라고 이야기합니다.
맞아요. 그냥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는다고 이런 능력이 저절로 생기지 않아요.
어린 시절부터 연습이 필요하지요.
이런 민감성과 조율 능력을 배우고 익히는 첫 번째 장이 바로 가족입니다.
나나 타인에게 해로운 일은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 힘, 사회적이나 문화적 허용이 되고 안 되고의 기준도, 그걸 지켜야 된다는 것도 가족 안에서 배울 때가 많아요. 아이가 너무 어려서 타협이 잘 안 될 때 아이의 욕구를 돌보기 위해 서로 역할을 나누는 것. 이것도 가족 안에서 이뤄져야 되는 부분입니다.
엄마, 아빠의 삶을 통해 배우는 것들은 마치 모국어처럼 아이들의 삶에 익숙하게 자리 잡게 됩니다.
다음 이야기는..
단지 자녀를 훈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부부관계입니다. 우리 부부는 함께 하는 삶을 위해 얼마나 협력하고 있을까요? “협력은 무슨... 항상 독박에 모든 총대는 내가 메고 있어요..ㅠㅠ'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다음 시간에는 부부 역할 분담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