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훈육이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
보통 훈육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게 대부분이에요.
‘훈육 방법은 아이의 자율성에 영향을 미친다.. 엄마가 이렇게 하면... 아이의 통제력은.... 아빠는 이렇게 해야... 교우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블라블라 블라~~~... ’
어느 날, 우산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산님은 '훈육'편의 뮤즈이십니다.^^~12살, 6살 형제의 엄마시고요. 자람지기들에겐 똑똑한 큰 언니 같은...)
‘아이를 훈육하는 게 부모인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뭘까?’
인내심이 생긴다. 수명이 단축된다... 뭐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겠냐며 같이 웃었는데요. 정말 궁금해졌어요. 대부분의 엄마, 아빠들이 훈육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할 때 결국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같이 나오잖아요. 내가 부모로서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 어떤 갈등을 겪게 되는지, 얼마나 힘든지.. 등등. 훈육, 부모인 우리에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훈육이 잘 되는 날은 “나 정말 괜찮은 엄마인 것 같아”라고 생각이 들지 않아요? 삶이 엄청나게 평화롭고 신나고... 자기 효능감도 팍팍 올라가고... 하지만, 그런 날 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훨씬 더 많은 게 현실이니까.. 심지어 훈육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가 아이들에게 '버럭' 했던 적도 있거든요. 그럴 땐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진다니까... 그래도 내가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이고, 이론상으론 빠삭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지요. 부끄럽기도 하고 좌절감이 엄습해오고요.. _ by 우산
다들 우산님의 이야기와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지요? 저도 그래요. 우리는 ‘아이가 내 말을 듣게 만들어야 유능한 부모이고, 성공적인 훈육을 했다’고 생각하기 쉬우니까요.
훈육을 한다는 건 ‘위험한 것과 안 되는 것을 알려주고, 사회적으로 적절한 기준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환영받는지에 안내해주고 연습시키는 과정’이라고 정리했던 거 기억나세요? 요기까지가 부모의 역할이고 그다음은 아이 몫이라고... 사회화를 위한 연습과정에서 아이마다 속도도 다르고, 내가 시도한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요. 아이 입장에서 동의가 안되니까 한번 더 힘겨루기가 들어오는 게 다반사고요. 그런 과정 위에서 포기하지 않고 견디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모의 역할에선 충분한 '성공'이라 우겨보고 싶어요.
연습의 결과가 언제나 ‘홈런’이나 ‘득점’은 아닌 것처럼, 또 내가 홈런을 친다고 모든 경기를 이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훈육의 결과도 그럴 수 있는 거라고 말이에요.
다음과 같은 3단계로 부모의 경험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 1단계: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 때문에 미안함, 죄책감, 좌절감, 후회, 실망 등의 부정적 정서를 느낍니다.
■ 2단계: 이상과 현실의 조율을 통해 다양한 대처방식 사용합니다. 공부하고, 물어보고, 책도 읽고 하는 걸 말해요. 거리를 두거나 포기하게 되는 것도 여기에 속합니다.
■ 3단계: 훈육이라는 양육 행위를 통해 이상적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성찰하고, 조율하고, 변화하면서 역동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구성해 나가며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다들 3단계에 도달해 있길 원하시죠? 이미 3단계까지 성장한 경험들도 분명히 가지고 있으실 거예요. 어느 순간이 되면 '그러려니...' 하게 된 것들이 꽤 있으시잖아요. 하지만, 다시 1단계의 경험을 반복하게 되는 건 이 사이클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에요.
부모 성장의 핵심은 뭔가를 잘하게 되는 것보다, ‘기존의 나를 넘어서는 변화!’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좌절했다가 나름의 대처방식을 찾아 내 신념과 현실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 이런 경험이 성장의 필수 요소입니다. 우리가 부모로 성장하면서 경험한 변화는 무엇일까요? 저마다의 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우산님과 제가 나눈 이야기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적절한 거리두기'라 쓰고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세상에 적응하기'라 읽습니다.
부모로 살다 보면 많은 경우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거나 분노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잘하려고 애썼던 일일수록 그 감정은 더 격렬하게 다가오곤 하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큰일이 벌어지거나 잘못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덕분에 어쩔 수 없는 일에 기를 쓰고 덤비기보다 적절히 견디며 넘어가게 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은 크게 고민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해 보는 힘이 생겼습니다. 그건 포기하는 것 아니냐고요? 네!! 맞습니다.
포기는 배추 셀 때가 하는 거라며 뭐든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태도가 기존의 제 모습이었는데요. 그런 저를 넘어서고 나니 '적절한 포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기도 수용의 한 과정입니다. 수용은 모든 것 공감하고 이해하고 끌어안고 가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거리두기'가 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사람이나 삶에 대해 나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내 안으로 가깝게 당기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멀리 거리를 둘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부모로 성장해 나가면서 모든 것이, 다 , 꼭 그래야 하는 게 아님을 배우고 있어요.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폭이 커 진 것이 아닐까요?
우산님은 결혼 전 아동 연구원으로 일하셨었는데요. 그때 부모님과 상담하면서 가장 자주 했던 말이 “어머니 00과 좀 놀아주세요.” 였대요. 도대체 자기 애랑 왜 안 놀아주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ㅎㅎ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을 하던 입을 때리고 싶다 하셔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엄마가 되고 보니 ‘아... 내가 보는 게 다가 아니었구나. 그 엄마는 그때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걸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신대요.
저도 부모상담 초기에 아이들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왜 그런 행동을 할까? 아이가 참 힘들겠다’, 혹은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되지?’ 하고 아이에게만 시선이 멈춰 있었는데 요즘에는 ‘저 아이와 관계를 맺고 있는 엄마 아빠는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정말 힘들겠다. 얼마나 애쓰고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훈육은 사회화의 과정이고 이를 위해서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게 아이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부모인 우리에게도 필요한 과정이고, 우리도 그 과정을 같이 겪고 있는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훈육을 한다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결과물로만 나와야 된다라고 생각하기보다 ‘내가 그 과정 안에서 애쓰고 있고 아이도 함께 연습하고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면 조금 덜 힘들지 않을까요.
이 글이 그런 변화에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런 훈육의 과정에는 다양한 대처방식이 있습니다. 훈육의 대처방식은 무엇이고 내가 주로 사용하는 대처방식은 무엇일까요. 또한, 새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같이 생각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