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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 Jan 09. 2020

#7 아니 그럴 수도 있지VS
어떻게 그럴 수가.

_훈육과 학대의 경계 3

앞서 언어적, 신체적으로 부적절한 훈육 행동에 대한 기준들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셨을지 궁금해요. 저는 처음엔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기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자료들을 읽으면서  단순히 '이렇게 행동하면 학대다!'라는 게 아니라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아마 오늘 이야기할 영역에서는 '아니 그럴 수도 있지'와 '어떻게 그럴 수가'의 경계가 더 모호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어요. 훈육과 학대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진다는 건 그만큼 내가 나의 의도(아이를 위해서라는~^^)에 매몰되어 아이 입장에서의 민감성이 떨어져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내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을수록 경계해야 하는 태도겠구나 싶습니다. 


자~ 그럼  언어적, 신체적 훈육 행동에 이어 방임과 허용의 경계, 정서적 행동 그리고 남녀의 성차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같이 점검해보겠습니다

I 백지장 한 장 차이, 방임과 허용


아이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아가, 그건 안돼!” “어머어머, 여기 다친 거 아니야?”라고 찰싹 붙어있는 엄마가 있는 반면 “그만 먹을 거야? 그럼 치운다.” “넘어졌어? 일어날 수 있지? 그럼 괜찮아.”라고 말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에 세심하게 반응하는 엄마도 있고, 대범하게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엄마도 있죠.


그런 나의 행동이 어떤 경우에는 방임이 되는지, 어떤 것은  좀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건지 아리송할 때가 많아요.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들리시나요?

“혼자 집에 잘 있는 아이예요. 아이가 잘 있는지 전화는 꼬박꼬박 했어요”

 “약이 좋은 게 아니잖아요. 약 없이도 아이를 낫게 할 수 있다니까요”                   


방임이라고 하면 흔히 유기를 떠올리는데요, 의식주를 포함한 물리적 방임, 교육적 방임, 의료적 방임까지가 '방임'의 범위에 해당된답니다. 쉽게 말해 아이들이 있는 환경이 지나치게 더러운 것, 일하러 나가느라 아이들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것, 약 안 쓰고 키우겠다며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것 등등이 모두 방임에 해당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에요.  아이가 “엄마 빨리 와봐.”라고 말할 때를 상상해 보자구요. 무조건 쫓아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놓인 건 아닌지 확인하는 건 필요하다는 거구요. '뭘 그 정도 다친 걸 가지고 그래. 피 안 나면 괜찮아'라고 내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대신 아이의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는 이야기이지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의도적 방임을 하시는 분은 없으실 거예요. 다만 결과로써의 방임이 나타날 때가 많다는 걸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생계에 신경 쓰다 보니 아이들이 방치되는 경우, 엄마의 우울증이 심각해져서 방임이 일어날 때 같은 경우죠. 간혹은 부모가 정말 몰라서 방임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나도 돌봐야겠지만, 내 아이를 포함하여 주변에 방임되는 아이들은 없는지 돌보는 것은 부모인 우리가 꼭 해야 할 일 아닐는지요. 

 

I 너를 할퀴는 순간들

 “이 놈. 경찰 아저씨 (도깨비) 불러야겠다”

 “오빠가 너한테 침 뱉었어? 너도 똑같이 해줘”

아이를 마주하다 나도 모르게 감정적이 되었던 적, 누구나 있으시죠?  훈육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부모인 우리가 감정적이 되기 때문일 텐데요. 정서적 부적절한 훈육 행동도 대부분 그렇게 감정적인  순간에 나오게 됩니다.  아이에게 공포감을 형성하는 위협행동을 하거나 보복행동을 가르치는 것 등도 모두 여기 해당됩니다. 


훈육이 어려운 이유는 감정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그 상황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 경험, 불안감 등이 함께 녹아들기 때문이지요. 

그런 순간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감정을 절제하고, 행동의 지침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겁니다. 

 “그게 갖고 싶었구나. 그래도 몰래 가져가면 안 돼. 내려놓자”

 “침 뱉는 건 안된다는 거 알지? 동생 마음을 풀어주면 좋겠어”


정서적 부적절한 훈육 행동은 부모인 나의 불안이나 감정이 지나치게 많이 개입될 때 나타나는 것 같아요. 중요한 한 가지. 주객전도가 되지 않도록 감정의 뺄셈을 하는 것! 잊지 마세요. 


I 남녀 성차이를 대하는 태도

 

 “사내자식이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

 “여자애가 좀 차분하게 다녀야지”

 

'남자니까' '여자니까' 하는 이야기를 요즘은 훨씬 덜하죠? 훈육은 사회문화적 요소가 굉장히 많이 반영됩니다. 예전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해도 괜찮았던 것들이 요즘에는 난리가 나죠. 세대 간 훈육 행동에서도 꽤 많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사실 아들의 경우 할머니들이 아이의 민감한 부분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 보자고 그랬잖아요. 저도 정말 싫었어요. 

요즘 성에 대한 이슈는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고 지면이 부족할 것 같아, '젠더 감수성'을 키우는 것으로 대신할까 합니다. 단순히 성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존중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 

 

젠더 감수성이란?

 젠더 감수성이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없이 반대편 성의 처지에서 어떤 사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말합니다. 젠더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성으로서 생물학적인 성과 구분됩니다. 1995년 유엔 여성대회에서 처음 등장하였고, 남녀의 차이에 대한 인식, 그리고 여성에 대한 차별적 대우, 성적 희롱에 대한 감수성의 정도를 일컫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부모가 아이를 훈육하면서 '나도 모르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았나'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적절한 훈육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는 우리를 발견하기도 했지요? 왜 그랬을까요? 전 우리가 연구자들보다는 부모 편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훈육의 원칙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그만큼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렵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꾸 의문이 들었던 거지요. 이런 자료들을 읽고 공부하는 목적은 100% 구현하기 위해 더 노력하기 위한 것도, 나의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어 자아비판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나와 아이를 위해, 그리고 동시대의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정말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대해서 점검해보는 마음을 다잡아 보는 걸로 충분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지금까지 훈육에 대해 알아보면서 우리의 결론은 “도대체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가 아닐까요? 이건 훈육이 가진 특성 때문인 것 같아요. 다음 시간에는 훈육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연구자들은 훈육이 어려운 이유를 무엇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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