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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600분의 시간을 뭘로 잴 수 있을까

뮤지컬 렌트, N#1 Seasons of love

by 박꿀꿀

뮤지컬 <렌트>는 흔히 아래와 같은 줄거리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서 예술과 사랑, 우정,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젊은 예술가들이 가난과 질병, 사회적 갈등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

분명 맞는 얘기인데 이런 뻔한 줄거리요약은 렌트의 매력을 정말 단 0.1%도 설명해주지 못한다. 이건 꼭 바나나킥의 맛을 ‘바나나향을 함유한 밀가루로 만든 기다랗고 동그란 과자’라고 표현하는 거나 다름없다.


렌트는 눈과 귀로 그 장면을 느껴야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현재 유튜브, 왓챠에서 감상 가능하니 꼭 모두가 봐줬으면!) 사실 어떻게 하면 렌트를 최대한 맛있게 조각내어 기록할지 고민이 되어서 렌트시리즈의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연재를 무려 8달을 미뤘다. 하지만 어차피 글로는 렌트의 매력을 다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에 렌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극히 주관적으로 좋아하는 노래와 장면만 기록을 시작해보려 한다.


첫 번째, 내가 가장 사랑하는 노래인 바로 <Seasons of love>.

렌트는 모든 등장인물이 나와 이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렌트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가 여기에 담겨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Five hundred, twenty five thousand, six hundred minutes

How do you measure, measure a year?

(525,600분의 시간을,

일 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잴까요)


In daylights, in sunsets
In midnights, in cups of coffee
In inches, in miles
in laughter, in strife

(햇살로, 노을로?

자정의 시간으로, 커피 한 잔으로?

인치로, 마일로?

웃음으로, 고난으로?)

....

How do you measure a year in a life?

How about love?

(인생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잴까요?

사랑으로 어떨까요?)

(생략)


1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잴 수 있을까?

이 노래를 처음 듣던 때의 나는 재수생이었다. 그때 내 인생의 대부분의 1분은 문제를 잘 풀기 위한 시간이었고 그렇기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버텼다. 노래라도 사랑으로 모든 시간을 재어보자고, 사랑을 기억하자고 해주니까 그렇게 마음의 위안이 될 수 없어서 알람소리로 정해놓고 매일 들으면서 심신을 달랬다. 이때 렌트 때문에 잠깐 뮤지컬배우가 되겠다는 허황된 꿈까지 꿨는데, 이후 대학교에 입학해 뮤지컬 동아리 오디션까지 보고 나서야 내가 음치에 재능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흑역사가 생겼다. 이게 다 렌트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 노래는 내게 낭만 그 자체. 지금도 가끔 마음이 삭막해질 때면 듣는다. 사실 가사를 모르고 들어도 멜로디며 주인공들의 하모니가 그냥 좋고 사랑스럽고 그렇다.


이 노래와 가사만 들으면 뮤지컬 렌트가 아주 아름다운 순수한 우정/로맨스물처럼 보이지만, 렌트의 오늘만 사는 광기 서린 캐릭터들의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독자님들도 시간 있으실 때 꼭 <seasons of love>를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9A_2WFx8FEU?si=5JihISmKlDstV1a1


다음 노래는 <Rent>, 보헤미안들의 시위 장면으로 들을 때마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는 노래!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이 시리즈의 <렌트>에 관한 글들은 뮤지컬과 아무 관련도, 지식도 없는 렌트 광팬의 주관적인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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