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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cal editor Nov 06. 2021

Interview:우리가 사랑한 로컬공간 그리고 사람

집을 나와 갈 수 있는 또 다른 집, 두 번째 집_이새나 (1)


시장 골목 어귀에 진한 나무 톤,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공간이 생겼다. 아직 간판도 붙어있지 않던 그곳을 기웃거리며 오랜만에 새로운 공간을 기대하게 되었다. 마침내 ‘두 번째 집’이라는 이름의 동네책방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어서 무엇이든 되어라, 되어라.’ 주술처럼 읊조렸다. 결이 비슷한 공간과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게 되어 있다던가. 우리는 이곳에서 만났고, 이곳을 사랑하게 되면서, 우리의 시작이 되었다. 함께 사랑하는 공간에서 우리의 시간을 그리고 순간을 새기고 잊혀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이야기하자, 그렇게 우리의 기록은 ‘두 번째 집’으로부터 시작한다.




[공간과 사람]



먼저 두 번째 집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책방이고, 제가 집순이라 집을 나왔을 때 또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집’은 집을 나와 갈 수 있는 편안한 또 다른 집이에요, 지금도 그것을 원하는 것 같아요.      


책방의 이름도 이름이지만 손님들이 사장님이나 대표님 대신 이집사님·장집사님이라고 부르시죠왜 집사인가요고양이를 키우시나 아니면 종교적인 의미가 들어있나 많은 추측과 질문이 있었어요.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셨어요. “어디 교회 다니세요?” 이 질문 되게 많이 받았고요.

전 ‘이새나’란 이름밖에 없는데 어느 순간 엄마로 살았어요. 모두 ‘엄마’ 이렇게 부르니까 이름을 쓸 일이 별로 없는 거예요. 그러다 그림책 수업을 하면서 ‘모리샘’이라는 활동 명을 만들고 불렸는데 그 경험이 되게 좋았어요. 누구의 엄마도 아니고 이새나도 아닌 내가 선택한 이름으로 불리잖아요. 그래서 ‘두 번째 집’을 할 때도 사장님, 대표님도 아닌 다른 예명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집이니까 열심히 봉사한다는 의미로 집사라고 하자’ 그래서 집사가 되었어요. ‘너는 (성이) 장이니까 장집사, 나는 이집사’ 이렇게.     


두 번째 집은 복닥한 시장과 대조되는 다른 세상 같을 때가 있어요아늑하게 비추는 노란 불빛이 그런 무드를 극대화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혹시 공간을 채울 때 가장 많이 신경 쓰신 게 아늑함인가요     


맞아요. 저는 우선 백색 등을 되게 싫어하거든요. 저는 너무 밝고, 그러니까 너무 내가 드러나지 않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어딜 가도 너무 화이트한 곳이라면 불안하거든요. 너무 저를 드러내는 것 같은 기분이니까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공간들이 ‘굴’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인 것 같아요. 어둡고 좀 되게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     


그런데 2021년 식으로 말하면 진짜 굴에 있게 될 줄은 몰랐네요. 아무리 굴이 좋다고 했지만 하늘이 보이지 않고 해가 졌는지 떴는지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도 모르는 이런 공간에 - (웃음) 사람이 말하는 대로 간다고, 역시 말은 디테일하게 해야 돼요.     


아, 이거 되게 블랙 코미디 식으로 종종 들었던 것 같아요. ‘어, 해가 안 들어.’ ‘어, 밖에 좋니?’ 이렇게.     


만약에 두 번째 공간과 버전이 있다면 그때는 하늘과 나무가 보이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그 나무가 새싹이 나고 초록 잎이 됐다가 또 물들었다가 떨어졌다가 이런 계절과 하루의 변화를 좀 알았으면 좋겠다,’는 꿈을 품고 있거든요. 그래서 두 번째 공간이 생기면 분명히 그곳은 하늘과 나무가 보이는 곳이 됐으면. 


공간은 사람일 수밖에 없어요. 그 공간의 향도 음악도 책도 조명도 다 제가 선택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공간은 사람일 수밖에 없고, 저일 수밖에 없고, 제가 보여주는 한 단면인 거예요.



책방은 따뜻하고 편안한 무드 같은 공간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책방지기의 큐레이션에 따라 공간의 색도 분명해지는 편이잖아요그렇다면 책에 있어 두 번째 집만의 큐레이션 색깔이나 기준이 있어요?

 

아, 제가 읽고 싶은 책. 역시 엄청난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제는 제가 원하는 책이나 관심 있어하는 책, 내가 지금 읽지 않았어도 앞으로 읽고 싶은 책. 최소한 지금 아니더라도 훗날이라도 관심 있는 책을 입고하는 게 기준이 되었어요. 장르로 따지자면 시기별로 다른 것 같은데, 제가 처음 책방을 했을 때는 사회·여성·소수 문제를 다룬 사회 과학책에 무게를 뒀던 것 같고.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가벼운 책들이 좋아요.      


사실 무거운 주제의 책들도 나에게 여유가 있을 때 그런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서, 지금의 저는 그때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가볍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문제의식을 가지니까 그런 책들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두 번째 집의 취향 

 

* BOOK *  


‘그러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의 문을 열어 보는 쪽으로 나의 시가 움직였으면 좋겠다. 

아직 열지 못한 수많은 단어들의 문도 언젠가는 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두고 온 것이 많다는 건 시간에 빚진 마음이 많다는 뜻. 빚진 마음은 반드시 문장이 되게 되어있다.’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안희연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 「당신은 나를 열어 바닥까지 휘졌고」 안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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