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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cal editor Nov 06. 2021

Interview:우리가 사랑한 로컬공간 그리고 사람

유연함을 꿈꾸는 공간, 평화와 평화를 만나다_강평화(2)

사랑과 행복을 충전하는 곳이 있다.

곳곳에 숨겨진 활자들로 위로받고 싶을 때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는다.

유연함을 꿈꾸는 공간, 평화와 평화를 만났다.




[평평을 만드는 사람들]     



평평을 이루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먼저 양석원이라는 친구는 저와 함께한 지 제일 오래된 친구고. 평평이 가장 형편없고 부질없을 때부터 그 상황을 알고 들어와 준 대단하고 멋있고 감사하고 저보다 한참 어리지만 존경스러운 친구고요. 커피와 로스팅, 식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인 운영과 어떤 고민에 대한 가치관을 함께 나누고 있고요. 김하래라는 친구는 베이킹을 해요. 아침에 구움 과자를 굽고 매일매일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일정한 개수를 데일리 하게 구워낼 수 있는 친구예요. 동시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일러스트를 다루고, 평평의 모든 인쇄물 발주를 담당합니다. 김정인이라는 친구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친구인데 정말 신비하게도 가진 것에 거의 반 이상을 평평 사람들과 함께 나눠 쓰는 친구예요. 그리고 커피에 대한 이해도도 있고. 욕심도 있어서 앞으로 석원님과 함께 평평의 전반을 아우르며 로스팅이나 전반적인 2차 생산자로서 반죽을 만든다든지, 생두를 원두로 바꾼다든지 등의 일들을 담당할 것 같아요. 새로 온 예준님은 매장의 전반적인 홀 운영을 담당하실 것 같고요. 공동체 약력으로는 막내이지만 나이는 저 다음으로 많은데 모두에게 공평하게 존대해주시고 무엇보다 평평의 핵심적인 커피 부분에서 오래 하신 분이라 되려 저희가 의지하는 분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하나의 역할을 심도 있게 수행한다기보다는 편집장의 역할, 디자이너 역할, 대표 역할 등 다양한 역할을 얇고 넓게 수행하는 것 같아요. 현재는 저 포함해서 이렇게 5명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평평에 관심을 두고 보면서 '이곳에 오는 사람들, 프로젝트를 같이하는 네트워크, 분명한 팀원들의 색깔' 들이 평평에서 가장 부러운 지점이었고, 질문을 준비하면서도 팀원들이 정말 궁금했어요.     


다행이죠. 팀원들한테 항상 제안처럼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실명으로 바꿔 달라고 이야기하는데요. 가장 큰 요인은 평평에 하나의 부속으로 쓰임 받다가 톱니가 하나 부러졌다고 탈곡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이곳에서 다 발현했으면 좋겠고, 그 덕분에 우리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사람의 포트폴리오로 다 쓰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보이면 용기를 내어 박차고 나가야 한다'라고 항상 얘기하지만 동시에 똑같이 말합니다. 여기 더 있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의 비전과 좋은 사내 문화를 만들기 위해 난 정말 최선을 다할 거라고요. 그러려면 그 이름으로 밖에 나가도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태그를 잘 안 하고 이름을 많이 써요. 해보니까 그런 것들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을 사람으로 대할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평화님이 생각하는 평화님만의 강점이 있을까요?     


저는 처음 대하는 장르를 빨리 독파하는 편이에요. 질리거나 집중이 흐트러지거나 어느 지점 이상의 디깅(digging)을 귀찮아하지만 새로운 장르를 빨리 독파해서 개방하는 데에는 능해요. 발목이 잠긴 수준 안에서 다양한 장르를 걸어 다닐 수 있는 게 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요. 큰 감사함이죠. 그래서 아마 그런 좋은 운을 다 써버려서 전 로또가 안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평화와 평화에는 워크숍이 있잖아요. 워크숍에는 뭘 하나요?     


다들 일주일에 한 번 쉬고, 한 달에 한 번 워크숍 겸 한 번 더 쉬어요. 워크숍은 정말 옛날부터 해오던 거예요. 실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실력을 메우기 위해서는 공부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백문의 불여일견이 안되고 백문만 하는 거예요. 그래서 서울에 올라가서 ‘보는’ 워크숍을 하기도 하고, 그런 종류의 워크숍들을 계속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하면서 배우게 되는 거죠. 최근에 리뉴얼하고는 워크숍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노는 데 썼어요. 어떤 날은 대화하자고 앉혀 놓기도 하고, 어떤 날은 대화 없이 놀면서 눈빛으로 얘기할 때도 있고요. 살 대면서 얘기할 때도 있고, 그냥 놀다 보니까 없어지는 서운함도 있잖아요.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잖아요. 평화님을 버티게 하는 힘은 뭔가요?     


동료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 진심으로 감사가 무한하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정말 커피 일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거 아니면 구태여 안 하고 싶어요. 만약에 평평을 계속한다면 그 낙,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견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게 제일 중요해요. 요즘 그게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에요. 다 선순환인 것 같아요. 근래에 힘들었을 때가 분명히 존재했는데, 그때는 제가 거의 출근을 안 했어요. 출근해서 같이 정신없이 일하고 있으면 ‘평화씨, 들어가셔도 돼요’ 이런 말을 계속 듣고 살았어요. 제가 괜찮은지 계속 물어봐 줬고, 그 친구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저한테 계속 확인해줬어요. ‘평화씨 고생하는 거 다 알고 있다, 너무 고맙다, 정말 힘들었겠다, 애썼다’ 이런 것들을 계속 역으로 확인받을 수 있었어요. 계속 확인해줘서 너무 고맙죠. ‘아 다들 알고 있구나.’ 그런 것에서 다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평화님은 팀원들과 이 공간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싶으신가요?     


공간은 남되 그 공간에 꼭 커피가 없어도 살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랬을 때 이 친구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안 무서웠으면 좋겠어요. 이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고요. 갑자기 우리가 외면받을 수 있지만, 그래도 불안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여태까지 증진해온 ‘우리의 쓸모가 돈으로 치환되지 않는 세상’이 오더라도 이 공동체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저는 두렵지 않을 수 있다고 믿어요.    

 

준비 기간까지 3년이잖아요, 그 기간 동안 공간을 꾸려오면서 이 평평이라는 공간이 평화님한테 어떤 의미인지 마지막으로 여쭤보고 싶어요.     


역작. 제가 이다음 걸 했을 때 이 이상의 것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저는 자신이 없어요. 제가 과연 앞으로 계속 작업을 하더라도 이만한 타이포라던지, 워딩, 구성원과 울타리의 건강한 것들, 그 안의 탄탄한 콘텐츠들이나 어떤 교육의 커리큘럼, 이런 것들이 과연 가능할까? 이렇게 생각을 해요. 그 정도로 평화의 평화는 저한테 역작이죠.     


평평이 계속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공간이었으면 좋겠고, 더 많은 애정을 주는 사람들이 오고 가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기억의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평화님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어떤 기억을 가졌으면 하나요?     


특별한 기억 아니어도 되는 것 같아요. 그냥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공간에 기억이 있어야 장소가 된다고 해요. 평평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결국에는 좋은 사람들, 좋은 작업자들 다 필요한 도시로 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별수 없잖아요. 좋은 작업자들. 정말 길길이 날뛰고 발현할 때 필요한 곳으로 갔다가 숭어처럼 돌아올 때, ‘아, 평평 있었는데’ 이런 기억이라도 있으면 저는 행복할 것 같아요.




당신의 돌파구가 되어주는 공간이 있냐고 물은 에디터의 질문에 그는 한 단어를 선물했다. 접속     


아마 제가 추천한다 한들 제가 추천하는 지점에 연결되기는 어려울 거예요

제가 선물해드리는 단어는 좋은 선배님들이 알려준 방식 중 하나예요. 

저한테 접속하면 정말 전주가 사랑스러워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정말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애정이 어린 문장으로 간추려 제가 좋아하는 공간들을 설명하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저한테 접속하는 것이겠죠

저한테 접속한다면 제가 좋아하는 공간을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로 접속해 우리가 사랑한 공간들에 연결된다면, 분명,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길.

그것이 당신의 세계와 맞물리지 않더라도, 우리를 통해 접속한 당신의 세계가 확장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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