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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cal editor Apr 01. 2023

로컬살롱 다섯번째 영화 <일 포스티노> : 믿음과 사랑

내가 눈에 담아온 모든 존경하는 이들에게 / Editor.궁화

“본 조르노!”      


 모든 일의 시작은 나지막한 인사에서 시작되는 법. 오랜만에 기록하는 이 글의 시작은 꼭 인사말로 하고 싶었다. 생명이 움트는 봄에야 지나온 겨울을 회상하며 끄적이는 이 글 혹은 편지는 어쩌면 내가 받고 싶었을지도.

 이제서야 이야기하는 12월의 마지막, 어떤 이의 진심을 배웠다. 사랑 그리고 존경. 어쩌면 자신을 불쏘시개로 쓸 만큼의 열정까지. 배움에 목말라하던 때가 새삼 떠오르던 날이었다.     


바다 앞에서 풀어낸 은유


 '은유가 무엇인가요?'라고 묻던 영화 <일 포스티노>의 주인공 마리오처럼, 스승이라 생각한 모든 이들에게 재잘거리며 질문을 던져대던 그런 때. 글 한 줄, 노래 한 소절에 내가 보는 세상의 견해를 욱여넣었던 어린 날의 치기가 돌아보니 그저 예뻤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장 또한 십 년 뒤 발견하게 되면 꽤나 창피하거나 귀엽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찰나의 우연이 인연이 된다는 말을 좋아하는 나에게 <일 포스티노>는 정말 2022년의 마지막 밤을 장식하기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의 작은 섬마을에 잠시 다녀간 시인 네루다의 시점으로 마리오와 닮은 과거의 나를 보는 기분이었다면 누군들 이해해 줄 수 있을까?

사실 이 영화를 보자고 적극 추천한 사람이 나였다. 설득을 해야 하는데 감상을 이야기하는 게 이렇게나 어려웠나 싶을 정도로 그냥 묻지 않고 보면 이해할 거라고 아무렇게나 내뱉을 뻔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게 5년 전에 대학 수업 중 보게 된 영화를 이제서야 보물을 발견하기라도 한 양 끄집어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었을까. 


관계의 시작은 언제라 정의할 수 없다.


 먼지 가득한 낡고 낡은 서재도 분명 깨끗하고 향기로울 때가 있었을거다.

다시금 떠올리니 모든 게 아름다운 섬마을처럼 내가 지나온 모든 길에 존재했던 것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리고 사랑을 담아. 이것이 이 영화에 숨겨진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바라던 미래에 지금 살고 있고, 이어 이 또한 과거가 될 오늘. 왜 그 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웃으며 지나갈 것을 미처 알지 못했을까. 하나의 존재가 미치는 무수히 많은 영향은 고로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러니 전해야만 하는 마음이 꼭 닿기를.     


어떤 이에게 이토록 진한 마음을 또 전할 수 있을까

 

 스며드는 것으로 우리는 이미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상대가 좋아하는 술, 좋아하는 표현, 웃는 순간 등.

이처럼 일상에서 알아챌 수 있는 것들을 자주 권하고 행하는 것은 비단 상대에 대해 알고 있다고 알은체를 하기만은 아닐 거라는 거다.

찰나에 비집고 나올 웃는 얼굴을 위해, 그리고 그것으로 웃게 될 나를 위해.

기도와 건배를 외치는 이유조차 사랑을 담아 살고 있는 우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든 장면들로 잠시 고기잡이배에 올라타 윤슬을 실었다.     


「 어제를 위해 그리고 오늘을 위해 건배

지나간 날들과 다가올 날들을 위해 건배

                 .

                 .

                 .

낮 뿐 아니라 밤을 위해서라도 건배

영혼의 사계절을 위해 건배 」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는가 _ 파블로 네루다>


일상에서 곱씹을 질문을 건네보기


 보고 싶은 어떤 얼굴들이 오늘 밤 꿈에라도 나와주길 바란다.

하루에 마무리가 여전히 평온하길.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깊이 남을 존재로 자리 잡길.

나 혹은 당신에게 전하는 작은 진심이 음률로 흘러가길 바라며.

훗날 이 단어가, 이 문장이 입안에서 오독오독 씹어보았을 때 필히 이해될 때 까지.     


 '안녕, 진주를 흩뿌려 놓은 듯 반짝이는 바다의 물결을 좋아하는 어떤 이들께.

오늘의 날씨와 노래 한가락을 선물해 드릴게요.

은유는 덤으로요.'     


Salute - !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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