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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 SI SOO May 21. 2021

중국도 '제2의 스페이스X'를 키우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중국에는 78개 우주 관련 회사가 영업 중

2021년 4월 29일 중국 하이난성 원창 기지에서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 '톈허'를 실은 창정 5B 로켓이 발사되는 모습. 

2014년은 중국의 우주개발 역사에서 특별한 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우주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의 우주산업을 ‘혁신이 필요한 핵심분야’로 지정하고 민간자본의 투자를 허용한 원년이기 때문이다. 그 후 순수 민간자본으로 설립되거나 국영기업 또는 대학의 자회사 형태로 설립된 영리 목적의 우주 관련 회사가 빠르게 늘어났다.


미국의 국방정보 분석기관인 방위분석연구소(ID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중국에는 78개 우주 관련 회사가 영업 중이다. 한 회사가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는 상황으로 전체 기업 중 27%인 29개 회사가 인공위성 본체와 부품 제작을 맡고 있다. 다음으로 21개 업체가 발사체 제작을, 19개 업체가 위성 데이터를 포함한 원격탐사자료 분석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 위성통신, 지상국, 위성 운항과 관련된 기업들도 있지만 아직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를 방문한 모습이다.

중국의 민간 우주산업은 크게 인공위성과 발사체 제작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는 구조다.


지난 12월 중국의 투자분석 기관인 이퀀오션은 ‘2021년 주목해야 할 중국의 우주기업 5곳’이라는 제목으로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에 선정된 업체들 모두 인공위성이나 발사체 생산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명단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갤럭시 스페이스(GalaxySpace)는 2016년에 설립된 신생기업으로 저가 초소형 통신위성 생산과 이를 통한 ‘우주 인터넷’ 구축이 주요 사업영역이다. 2020년 1월 24기가(24 Gbps) 초고속 인터넷을 지원하는 첫 번째 통신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이 힘입어 지난 11월 80억 위안(약 1조 39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2014년 설립된 창광위성기술(Chang Guang Satellite Technology)은 중국 민간 우주산업의 1세대 기업이다. 고해상도 광학 원격탐사 위성의 디자인과 생산, 운영을 핵심 사업영역으로 하고 있다. 현재 상장을 준비하고 있고 지난 11월 사전 기업공개(IPO)를 통해 24억6000만 위안(약 4274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랜드스페이스(Landspace)은 2015년 설립된 저가 발사체 개발업체로 최대 4t의 화물을 200km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주췌-2호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액체 메탄과 액체 산소를 섞어 추진체로 사용하는 이 로켓의 첫 발사는 올해 말로 예정되어 있으며 현재 1단 로켓 연소시험을 비롯한 다양한 최종 점검이 진행 중이다.

아이스페이스(i-Space)는 2016년 설립된 발사체 개발업체로 ‘중국판 스페이스X’가 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갖고 있다. 2019년 7월 자체 개발한 하이퍼볼라 1호(Hyperbola-1) 로켓의 성공적 발사를 확인한데 이어 현재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처럼 1단 로켓이 발사 직후 다시 지상에 수직으로 내려앉는 재활용 로켓 하이퍼볼라 2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린 갤럭틱 에너지(Galactic Energy)은 3~4t 정도의 화물을 저궤도에 올리는 소형 저가 발사체 세레스1호를 개발했다. 2018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세레스 1호에 소형 통신위성인 티엔치-11호(Tianqi-11)를 실어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재활용이 가능한 팰러스1(Pallas-1) 로켓을 개발하고 있는데 2022년 하반기 첫 번째 시험발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이처럼 민간 우주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기저에는 서방국가에 대한 견제와 같은 정치적 이유 말고도 다양한 경제적 이유가 숨어있다.


가장 큰 이유는 자국내 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유치다. 미국과 그 우방국들 중 많은 수는 중국 정부 또는 군과 연관이 있는 사업에 자국민과 기업의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민간 우주기업 육성은 이러한 제재를 회피함과 동시에 천문학적인 돈이 소요되는 자국의 우주산업에 해외자본을 끌어들이는 '일거양득' 전략인 것이다. 민간 우주기업 육성을 통해 저개발 지역에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과학기술 전문매체인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중국 우주기업 대부분의 본사는 수도인 베이징에 위치한 반면 생산시설은 선전이나 충칭 같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통상 기업은 이 지역 출신자들이나 해당 지역 소재 대학 졸업자들을 채용하는 대가로 지방정부로부터 유무형의 혜택을 받는 ‘기브 앤 테이크’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IDA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우주기업 관련 시설들이 위치해 있는 곳은 중국 남부에 선전과 광저우 그리고 주하이다. 그다음으로 우한과 창사에 많이 있으며 청두와 난징, 상하이, 항저우, 닝보, 창춘 등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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