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을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우리들의 리그’로 만들어야 한다
우주 공간에서의 패권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1960-70년대 1차 우주 경쟁이 미국과 소련 양자 간 체제 대결의 성격이 강했다면, 현재는 막대한 경제적, 국가안보적 이익을 두고 다수의 정부와 기업들이 함께 뒤엉켜 싸우는 ‘실리 전쟁’이다. 경기는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게임의 규칙과 심판은 사실상 없다 보니 19세기 미국 서부개척 시대 ‘무주공산에 깃발 꽂기’처럼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수의 통신위성을 연결해 지구 어디에서나 초고속 인터넷 접속을 가능케 하는 ‘우주인터넷’ 프로젝트다.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2027년까지 지상으로부터 550km 높이에 약 4만 2000개의 통신위성을 발사하여 ‘우주인터넷’을 구축하겠다고 하자 중국은 비슷한 고도에 13,000개의 통신위성을 올리겠다는 계획으로 응수했다. 영국의 통신기업 원웹은 650개 위성을 연결한 자체 우주인터넷 구축을 진행하고 있고,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의 창업자로 현재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을 이끄는 제프 베저스는 2029년까지 3,200개의 통신위성을 연결해 ‘카이퍼’라는 우주인터넷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도 참전을 선포한 상황이니 우주인터넷을 두고 정부와 기업들이 벌이는 ‘쩐의 전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처럼 격화되는 우주개발 레이스에서 대한민국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존재감이 약하면 향후 우주개발에 관한 새로운 국제규범이 만들어질 때 우리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코리아 패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우리나라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중형위성 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고, 10월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가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나라 밖에서는 한 달에만 수십 개 인공위성이 재활용이 가능한 최첨단 로켓에 실려 우주로 올라가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탐사로봇은 달을 넘어 화성에 도착했으며, 우주여행의 꿈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주개발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시급하다.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장기전략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가까운 미래에 글로벌 우주산업에서 의미 있는 지위를 차지하는 단기적 전략도 필요하다. 정치지도자는 우주개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민관군에 분산되어 있는 우주개발 능력을 한 곳으로 응집시키기 위한 비전과 구체적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 부통령 직속 국가 우주 위원회(National Space Council)처럼 국가 전체의 이익을 고려한 우주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전문기관의 설립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공격적인 예산 편성과 함께 필요하다면 우주개발 선진국과의 전략적 협력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움직여야 한다. 빠르고 과감하게. 우주개발을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우리들의 리그’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