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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뽈입니다 Oct 27. 2021

20211027



 야속하게도 떠났구나 싶었던 가을이 영 간 것은 아닌가 보다. 며칠째 낮엔 적당히 따뜻하고 쾌청한 하늘을 볼 수 있다. 인간이 아쉬워하는 만큼 가을도 아쉬웠던 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      


  가을처럼 잠시 돌아온 여유를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아서, 새벽까지 드라마(다소 마음이 무거워지는 내용이었지만) 보고 정오까지 늘어지게 잤으나 간단한 청소를 하고 죽을 데워 먹은  밖으로 나왔다. 구름   없는 하늘이 계속 보고 싶어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탔고 가을색으로 물든 가로수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노래를 들었다. 요즘은 ‘초록빛이라는 곡에 빠져있다.    자주 듣던 노랜데 얼마  알고리즘이 다시 데려온 뒤로 하루에  번이고 스무 번이고 듣는다. 부딪히는 바람도 평화롭구나,  마음이 변해서  그런가 . 아마   문장을 듣기 위해서인  같다. 그런데 내게만 그렇게 들리는 건지   없으나 ‘변해서  ‘편해서 들린다. 사실 아주 오랫동안 편해서,  줄로 알았는데 며칠  노랫말을 검색해보니 죄다 변해서,  나와서 당혹스러웠다. 다시 들어보아도 ‘편해서인데. 변해서든 편해서든 어쨌거나 그런 마음을 가질  있는 날이 내게도 올까,  이름은 초록빛이어도 역시 가을과 어울리는 노래야, 하고 생각하다 십삼 년째 바꾸지 않고 있는 나의 메일 닉네임을 떠올렸다.  봄이 아닌 가을이었지.  월을 가장 좋아하면서. 그러나  닉네임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종종 들르는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책을 읽었다. 정말 오랜만에 읽는, 일과 전혀 관계없는 내용의 글이 반갑고 더구나 그것이 연모하는 작가의 글이라 몹시 좋아서 꼭꼭 씹어 읽었다. 생각보다는 무던히 소화해내고 있구나. 이런 날에야 이따금 느낀다. 이처럼 살가운 오후 같은 날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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