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네덜란드에 도착해서 기차를 타고 ‘라이든 중앙역(Leiden Centraal)’을 향해 가던 길에 나의 귀를 사로잡았던 소리였다.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 교수님을 비롯해 주변 지인들에게 ‘레이든 대학교’에 유학을 가게 되었다고 말해왔는데, ‘레이든’이 아니라 ‘라이든’이라니...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그 이후로도 기차나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들려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사실 네덜란드어를 전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말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기도 했기에 ‘Leiden’을 네덜란드 현지에서는 어떻게 발음하는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약 2년 간의 네덜란드 생활을 통해 내린 지극히 개인적이고, 잠정적인 결론은 ‘Leiden’을 ‘라이든’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만난 교수님들과 친구들에게도 ‘Leiden’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물어보기도 했는데, ‘라이든’, ‘라이덴’, ‘레이든’, ‘레이던’ 모두 이해가 가능하고, 어떠한 모국어를 기반으로 하는지, 출신 지역에 따라 다르게 발음하는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LEIDEN’이란 고유명사는 라이덴 대학의 과학기술연구센터(CWTS)에서 논문을 중심으로 매년 전 세계의 대학을 평가하고 발표하는 ‘라이덴 랭킹(Leiden Ranking)’*으로 알려져 있다.
* 라이덴 랭킹은 전 세계의 대학을 대상으로 각종 지표로 평가하는 대표적인 세계 대학평가의 하나이다. 라이덴 랭킹 이외에도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스 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이 발표하는 ‘THE 세계 대학 순위’, 영국의 또 다른 대학평가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주관하는 ‘QS 세계 대학 순위’ 등이 있다.
국립국어원의 누리집에서 ‘LEIDEN’이라고 검색을 하면, ‘레이던’이라고 나온다. 그래서인지 네이버 사전 등에서는 ‘레이던’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는 것 같다.
한국어 어문 규정의 외래어 표기법 제2장 표기 일람표, <표 18 네덜란드어 자모와 한글 대조표>를 살펴보자. 외래어 표기법 제2장 표 18에 따르면, 네덜란드어 ‘LEIDEN’은 ‘레이던’과 ‘레이덴’ 두 가지 방식이 모두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포털사이트 등에 ‘LEIDEN’이라고 입력하면, ‘라이덴’과 ‘레이던’이 많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LEIDEN’은 우리나라에서 주로 ‘라이덴’과 ‘레이던’으로 표기되고 발음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가급적 ‘라이든’이라고 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지에서 어떻게 통용되고 있는지가 외래어 표기와 번역의 기준이 되는 것이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준으로 외래어를 표기하고, 배우다 보니 외국에서 당황스러운 상황을 몇 번 겪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참고로,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의 제1장은 다음과 같다.
제1장 표기의 기본 원칙
제1항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 자모만으로 적는다.
제2항 외래어의 1 음운은 원칙적으로 1 기호로 적는다.
제3항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쓴다.
제4항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5항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
‘LEIDEN’에 대한 사회적 용례가 아직 굳어진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식의 논의가 이루어지면 좋겠단 생각도 든다. 특히 외래어 고유명사를 번역하여 표기하거나 발음할 때, 현지의 용례를 존중하면 좋겠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3가지 정도로 축약된다.
1. 외래어 고유명사를 주로 사용하는 현지인들을 존중하는 자세가 기본이 되면, 우리 한국어의 고유명사의 표기와 발음법도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2. 세계화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현지의 용례를 바탕으로 하는 외래어 고유명사 표기와 발음법 학습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3. 데이터가 자산이 되어가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데이터를 관리하고 축적하는 데 있어 용어의 통일이 필수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