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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규 Dec 11. 2023

사는 이야기

하소연

이천에 살기 위해 물류센터에 사무직으로 취업을 했다. 약 3주가량이 지난 지금 솔직히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계속 맴돈다.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 사무 업무 외에 현장 투입되는 일이 적지 않았고 몸도 마음도 너무나 지쳤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나 벌어지자 마음이 자꾸 도망가려고 한다. 오늘 센터장님에게 그만두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내일까지 고민 좀 해보라고 말씀해 주셨다.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다. 신입 치고는 많은 월급과 특근 수당 그리고 사무실 사람들도 너무 좋고 다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러나 단점을 뽑자면 사무직과 현장직의 구분이 없는 근무 형태와 잦은 야근이 강요되는 상황도 현장에 나가면 나를 무시하는 사람이 있는 게 너무 불쾌하다. 반장급인 그 사람은 매번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 것인지 현장에 나가 있으면 항상 매섭게 쏘아부었다. 그러려니 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언제나 나를 하대하는 듯한 그 눈빛과 말투가 내 정신을 좀 먹는 기분이 든다. 사무실 분들은 그냥 흘려들으라고 말하는데 그게 좀처럼 쉽게 가라앉질 않는다. 언젠가 내 참을성의 끈을 놓는 순간이 온다면 어른스럽게 대처하지 못할까 봐 그게 두렵다. 나는 언제나 이상을 좇던 사람이었는데 현실의 벽에 부딪혀 떨어진 뒤로 이곳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모습이 퍽 안쓰럽다. 나에게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긴 한 걸까... 사는 게 대체 뭘까 평범함이란 대체 무엇일까. 평범하게 산다는 게 이런 거라면 차라리 나는 뒷걸음치겠다. 용기 없는 자는 현실을 마주할 수 없기에 그림자가 되어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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