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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일환 Jan 25. 2021

스스로 결정하는 조직

숲만 보지 말고 나무도 봐라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속담이 있다. 미래의 계획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숲을 보는 능력은 중요하다. 이것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상식과도 같은 것이다. 숲을 보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나무를 보는 것을 중요하지 않은 일로 여기게 된다. 숲을 보는 넓은 시야도 필요하지만, 나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디테일한 시각도 결코 버려서는 안 된다. 숲만 보고 있어서는 병이 깃들고 있는 나무가 존재하는 것을 인지할 수 없다. 나뭇잎을 직접 보지 않고는 식물에 깃들어 있는 병적인 요소를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 많은 나뭇잎을 일일이 살펴볼 수도 없다. 숲이 커지면 커질수록 필연적으로 숲의 구역이 나누어지고 각 구역별로 관리자가 생겨나게 된다. 숲 전체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각 구역의 관리자들이 스스로 병든 나무를 도려내고, 주도적으로 새로운 나무를 심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죽어가는 혹은 이미 죽어버린 조직은 구역 관리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관리자가 자신의 구역을 돌아보면 병들어 누렇게 변해가는 나뭇잎이 보이고 점점 말라비틀어져가는 나무가 보인다. 죽은 나무는 베어내야 하고, 병들어 있는 구역은 화전(火田)이라도 해서 땅을 살려내야 한다. 그렇게 비어있는 구역에는 또 새로운 나무를 심어서 전체 숲의 생태계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죽은 조직의 관리자는 스스로 어떤 결정도 할 수가 없다. 


'이 나무 베어도 될까요?'

'이 구역 태워도 될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면 다시 질문이 돌아온다.


'왜 베어야 하죠?'

'왜 태워야 하죠?'


대부분의 구역 관리자들은 초반에는 왜 나무를 베어야 하고, 왜 구역을 태워야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이 나무는 7년 전에 심어 가지고요. 중간에 영양공급이 안되어서 좀 쉬게 했어야 하는데 무리하게 영양분을 주입했고요. 언제부터인가 햇볕도 잘 안 들어서 이제 자라기도 힘들 것 같고요. 보통 이런 경우에는 곧 병도 걸려서 주변 나무로 병이 옮겨갈 것 같아요... 주절주절'


겨우 허락을 받았다. 

'그래? 그러면 그 나무는 베어내'


하지만 그런 나무는 그 관리자의 구역에 수백 그루는 더 있었다. 한 그루의 나무마다 눈물겨운 사정도 있을 것이다. 결국 구역 관리자는 미래를 위한 준비 작업을 포기하고 만다. 그다음에 할 수 있는 선택은 본인도 상급자도 결정할 필요가 없는, 늘 해오던 루틴 한 업무만 반복하는 것이다.


상급 의사결정권자는 모든 것을 결정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상급 의사결정권자는 하위 의사결정권자가 의사결정권을 가져도 되는지만 결정하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 하위 관리자를 믿지 못하고 '나한테 가지고 와바'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결국 세부적인 사항들을 상급 의사결정권자인 본인이 결정할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만드는 것이 본인임을 깨달아야 한다. 하위 관리자가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을 본인이 결정해주면서 '아 내가 없으면 역시 결정이 안돼'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건 본인이 뛰어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진짜 뛰어난 사람은 하위 조직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환경 조성의 노력 없이 '성과 내라', '관리해라', '결정해라'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쓸모없는 선언적 문구일 뿐이다.


하위 조직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 가장 썩은 나무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보고 받고 공부를 해야 한다. 솔선수범하여 그 나무를 어떻게 도려내고 새로운 나무를 심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나는 숲을 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썩은 나무는 너네가 알아서 해 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구성원들에게 자신이 했던 의사결정과 행동으로 인해 구역의 미래가 어떻게 살아날 것인지 비전을 각자 상상하게끔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맡겨야 한다. 좋은 전기톱을 쥐어주고, 불을 붙일 수 있는 토치(torch)를 제공해줘야 한다. 그들이 스스로 결정해나가는 과정이 마음에 안 든다고 중간에 개입하면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될 뿐이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조직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숲만 보지 말고 때로는 나무도 들여다봐야 한다. 작은 틈이 전체를 무너지게 한다. 작은 틈을 자가 복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어쩌다 내 눈에 들어온 작은 틈을 막으라는 지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직접 현장에 가서 어떻게 막는지 보여주고 그들이 스스로 다양한 방법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상위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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