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일환 Dec 11. 2022

이메일과 메신저 - 이메일 편(1/2)

이메일로만 소통하는 회사와 메신저로만 소통하는 회사에 다녀보고 쓴 후기

여러 사람이 모여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회사에서 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업무 소통은 다양한 목적을 위해 이루어진다. 목표를 공유하기 위해, 상황을 알리기 위해, 행동을 지시하기 위해, 친목을 다지기 위해 행해진다. 일을 할 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통하는 시간인만큼 업무 소통을 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업무 소통을 하기 위해서 여러 회사에서는 저마다 다양한 소통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이슈 트래킹, 코드 리뷰, 성과 관리 등등 특수한 목적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보면 크게 "이메일"과 "메신저"를 주요 소통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 두 가지 소통 수단에 대해 개인적으로 느꼈던 통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자의 경험과 취향


우선 내 경험과 취향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고 싶다. 개인적인 용도까지 포함한다면 이메일과 메신저를 활용한 지 20년 이상은 지났다. 그리고 여러 회사들을 거치며 이메일과 메신저를 혼용하는 회사, 이메일만 주로 사용하는 회사, 메신저로만 소통하는 회사 등을 거쳐왔다. 내 개인적인 소통 취향은 이메일보다는 메신저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메신저 80%, 이메일 20%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내가 메신저를 선호하는 이유는 일단 타이핑 속도가 빨라서 인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할 수 있으며 남들에게 반응하는 것도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메신저가 더 편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학창 시절 때부터 텍스트 기반의 채팅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익숙하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내 취향이 그렇다고 해서 메신저 소통에 편향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지는 않다. 이 글은 오히려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쓰는 글인 것임을 미리 밝혀두고 싶었다.


이메일 소통


이메일 소통은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한 역사적으로도 오래된 서신 교환과 같은 방식이다. 다만, 그 서신교환이 디지털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편물을 물리적으로 이동시키는 시간은 필요 없는 것이 특별한 차이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종이로 된 편지나 이메일 모두 한통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내용을 작성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발송을 하기 직전까지 작성자가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비교적 큰 편이다. 작성을 하는데 투자한 에너지만큼 회신하는 노력도 비슷한 에너지를 요구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메일 소통의 장점은 주제를 격리할 수 있고, 서로의 노력을 존중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통의 격리된 메일 안에서 범람하는 다른 맥락이 침범하는 것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 내용의 시작부터 끝까지 격리된 공간에서 해당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발송하기 직전까지 여러 번 탈고하며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메일 같은 경우는 발신자가 발송한 순간부터 본문의 내용은 수정할 수 없는 불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론을 영속적으로 보관하고 회람하는 용도로도 적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메일 소통이 꺼려지는 이유는 각자의 메일함에 통제가 되지 않는 메일의 숫자가 약 50개 이상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일 것이다. 이메일이 가진 본연의 순기능을 잘 활용하려면 메일 작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회사에서 메일을 받아보면 수십 통 중 한두 통 정도가 읽고 싶은 내용이 담겨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나 메일을 대충 써서 발송한 후 '나는 보냈다. 나중에 딴 소리하지 마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메일함이 읽고 싶지 않은 메일들로 범람하는 시점부터 메일의 장점은 상당히 희석된다고 본다. 


범람하는 이메일 by Stable Diffusion


이메일의 내용보다도 그 형식과 양식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있다. 평소에도 자주 주고받는 사람들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인사말, 내부 커뮤니케이션이라 보낸 사람에 조직 이름까지 나오는데도 굳이 소속을 밝히고 시작하는 격식,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메일 말미의 서명 등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면서 트래픽과 읽어야 하는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무엇보다도 일반적인 업무 소통의 생명 주기는 대게 짧은 단위의 양방향 소통이기 때문에 이메일을 활용하는 것보다 메신저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간결하고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적절한 이메일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이메일을 보내야 할 건 인지에 대한 판단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활용하는 질문은 "내가 생각한 시간만큼 상대방도 생각하게 할 필요가 있는가?"이다. 나는 한통의 메일을 작성하면서 충분히 생각하고, 꼼꼼히 탈고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잘 작성된 한통의 메일로 내가 의도한 효과를 얻은 경험도 더러 있었다. 예를 들면, 아무리 대면해서 자주 말로 제안해도 이루어지지 않던 상사에게서 결론을 이끌어내거나, 팀원들에게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함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함께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은 동료들과 소회를 나누는 등 때로는 누군가의 머리를 움직이고 또 때로는 누군가의 가슴을 울리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혜택을 받은 적이 있었다.


업무 소통의 대부분은 메신저로 커버할 수 있음에 틀림이 없지만, 나는 아직도 이메일이란 수단 역시 무언가를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는 소통의 도구라고 믿고 있다. 후속으로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는 메신저 소통에 대해 다뤄 보고자 한다. 메신저 소통의 종류와 특징을 간략하게 짚어보고, 장점과 단점, 그리고 적절한 메신저 소통의 활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메일과 메신저를 종합해서 결론을 내어보겠다.


- 2편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개발자 테스트의 중요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