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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May 17. 2024

괜찮아지는 날이 올까요?

에필로그


언제쯤 괜찮아지나요?
괜찮아지는 날이 올까요?



 사람들은 물었다. 그런 날이 오기는 하는지 나도 궁금했다. 나도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내는 날이 올까.





 의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런 일이 일어날 때도 있어요.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때도 있는 거구나.' 자연스럽받아들였. 그가 연민의 감정을 드러냈다면 나는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



 전원 후 첫 대면 상담을 할 때였다. 코디네이터는 내가 작성한 상담지를 살펴보다가 콕 집어 물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다고 믿는 듯했다.

- 인공유산이 뭔지 알아요?

- 13주에 임신종결을 했어요. 염색체에 이상이 있었어요.

 상담실에 잠시 적막이 찾아왔다.



 난자 채취를 앞두고 주사실에서 안내를 받았다. 간호사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가 스스로 답했다.

- 시험관 해보신 적 있으세요? 아, 경험이 많으시네요.

-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담당 교수는 힘을 주어 특별히 강조했다.

- 우리 목표는 임신 너머예요. 유지를 목표로 힘써봅시다.

- 그래야죠.



 최근에 10년 넘게 다녔던 헤어숍 원장님의 연락을 받았다.

- 무슨 일 있어?

- 저 유산했어요. 못 가겠더라구요. 1차 기형아검사 끝나고 머리 하러 가려고 했거든요. 13주가 지나기를 기대하던 제 모습이 떠올라서 괴로웠어요. 직면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차분하게 말하는 날이 왔다. 책 '1리터의 눈물'이 떠올랐다. 1L의 눈물이 필요했다던 키토 아야의 이야기.


 유산 후 한 달 심도였던 우울은 반년이 지나고 정상 범위 내로 돌아왔다. 아기를 생각할 때 마음은 여전하다. 괜찮은 날에도, 잊고 살다가도, 떠올리거나 떠오르면 감정이 고스란히 올라온다. 잊히지 않는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마음속 어딘가에 지닌 채 살아가게 되었.



사진: UnsplashJordan Stew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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