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더 무거운 한 표를 던졌을 그대를 위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그 너머의 이야기
오늘 하루 동안 앞날이 걱정된다는 연락을 꽤 많이 받았다. 양자 간 득표율의 격차가 역대 최소인 데다가 입법권으로 견제가 가능한 여소야대 국면이니 세상이 하루아침에 망하지 않는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차분하게 위로해주려고 했다.
그런데 마음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름 이성적이고 싶었던 나의 설익은 한 마디로 이를 악물고 손가락을 깨물어가면서까지 기어코 차악을 선택해야 했던 그들의 절실함을 섣부르게 과소평가해버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쉽사리 단언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설령 네가 걱정하는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나는 언제나 네 곁에서 함께 싸울 테니 우리 스스로를 믿고 다시 힘내 보자고 했다. 일상 속에서 켜켜이 쌓여 그 깊이를 감히 알 수 없기에, 역설적이지만 그 걱정과 불안마저 오늘만큼은 오롯이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비호감 선거쯤이었던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을 위한 사투였다. 누군가는 최악만은 막아야 한다며 차악에 표를 던졌고, 다른 누군가는 차악조차 가려낼 수 없었기에 마지막 남은 소신에 표를 던졌다. 차악의 편에 선 자라고 소신을 버렸다 할 수 없다. 소신의 편에 선 자라고 최악을 방치했다 할 수도 없다. 배제된 소수가 힘겹게 쥐었던 한 표 한 표의 무게를 어찌 쉬이 가늠하겠는가.
뽑고 싶지 않은 수많은 이유를 뒤로하고도 꼭 뽑아야 하는 이유 하나로 투표장에 가는 것이 우리네 민주주의다. 여러분과 우리 모두의 연대는 결코 틀리지도 패배하지도 않았다. 최악의 선택지에서도 기어코 공들인 선택을 만들어낸 집단지성이 훗날 보다 나은 선택지를 구성하는 자양분으로 쌓이리라.
p.s. 쉽사리 단언할 수 없어 꽤 오래 글쓰기를 쉬었으나, 이제 한 마디 한 마디 곱씹어라도 뱉어내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겠다.
(사진 출처: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