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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Jan 28. 2020

이게 뭔 교환학생인가 싶었다.

NTU 교환일기 1

 1월 28일 화요일. 오늘은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이다. 서강대에서도 9시까지 학교 가기 싫어서 1교시를 안 들었는데,  이곳의 1교시는 8:30 시작이다. 어젯밤에 분명히 알람을 잘 맞춰둔 줄 알았는데, 아침에 알람 없이 깼다. 뭔가 너무 많이 잔 것 같아서..? 시계를 보니 7시 54분이었고 호다닥 수업 들으러 갔다. 수업을 한 시간 듣고 나니, 다음 수업까지 4시간이 남았다. 늘 그랬듯이 도서관에 가서 잠을 자다가, 오전 수업 복습을 하고, 밥을 먹고, 다시 도서관을 가서 책을 읽다가 오후 수업에 갔다.

 내가 꿈꿨던 교환 학생 생활은 거의 매일 늦잠을 자고, 수업을 듣고, 적당히 복습하고, 저녁엔 친구들과 영어로 수다 떠는 것이었다. 현실은 달랐지. 그래서 오늘은  이게 뭔 교환학생인가 싶었다. 일찍 일어나니까 괜히 머리만 아프고. 하지만 고작 지하철 역을 가는 버스 안에서,  이 생활이 왜 특별한지 깨달았다. 특별함을 잃어가는 순간에서 특별함을 찾았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하늘 위로 높이 솟은 나무들이 어디에나 있고, 잔디밭은 항상 푸른 상태로 가는 곳마다 있고, 길거리엔 녹음이 가득하고, 햇살은 그 초록잎들을 눈부시게 만든다. 이 풍경들에 감히 익숙해져 버렸다.

 지하철역은 영국에 있는 혜성이에게 엽서를 보내기 위해 갔다. 정확히는 Boon Lay 역 인근에 있는 우체국을 찾아갔다. 우체국 점원과 ‘cash’를 발음하는 방법이 달라서 ‘What?’만 대충 3번 넘게 말했다. 손세정제를 사러 가서도 싱글리쉬와 씨름했다. 내 발음도 이상한데 이곳 발음은 독특하니까 소소한 충돌이 거의 매일 발생한다. 이젠 발음 차이도 익숙해져 간다. 교수님이 finite를 [파이나잍]으로 말하셔도 잘만 알아듣는다. 수업 첫날엔 register을 교수님이 [리제스트]로 발음하셔서 당황했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방금 멜로디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뽀로로 ost다. 여기서 3주 정도 지내다 보니 특별함을 잃어간다. 하지만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들이 이곳이라서 가능하니까, 앞으로 소소한 일이라도 꾸준히 기록해야겠다. 내 일상에 질문을 더 많이 던져봐야겠다. 오늘 저녁엔 canteen 9의 마라샹궈를 사 먹으러 가는데, 그건 무슨 맛일까? canteen 16이랑은 맛이 어떻게 다를까? 나는 여기서 운동을 하긴 할까? 유니버셜은 몇 번 더 갈 수 있을까? 마스크는 언제까지 쓰고 다녀야 할까? 나는 교환 일기를 브런치에 몇 번 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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