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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샘 Nov 12. 2024

스물 한 살 딸의 생일을 축하하며

딸은 오늘 스물 한 살이 되었다.

굳이 꼭 거기를 가야한다며 삼수를 해서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더니 하루 하루가 버라이어티하다.


스무살이 되던 그 해 개명을 해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이유인즉 자신의 이름이 너무 가볍게 느껴지고 게다가 흔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누구도 이름 자를 가벼이 부를 수 없는 무게의 이름으로 바꾸겠다고. 

원하는 이름까지 제안했다. 


남편은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너의 이름에는 그 이름에 맞는 이유가 있기에 그런 마음으로 바꿀 수 없는 거라고. 


서른 여섯, 너무 늦은 나이였다. 결혼하기도 하물며 아이를 낳기엔 

그런 내가 3일후면 해가 바뀌는 날, 결혼을 했다. 

늦은 결혼이라 어디 돌싱이라도 만났나하며 결혼식에 온 지인들은 다들 놀랬다. 

나보다 두 살 많은 남자는 얼굴로는 연하로 보였으니 말이다. 

이후로 난 그들의 기억 속에 연하와 결혼한 여자로 남았다. 


결혼을 하게 된 것만해도 감사했다.

살아온 궤적이나 가정사로 보아 평범한 결혼이 가능할까 늘 마음 속에 그 생각을 그늘처럼 갖고 있었다. 


아직 생리를 하고 있으니 임신이 불가능한 나이는 아니었다. 

그래도 요즘은 37세의 임신이 흔하지만 20여년 전엔 고위험임신군이었다. 

주변에선 그 나이엑 무슨 아이를 낳는냐며 그냥 둘이서 알콩달콩 살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기도 했다. 

나의 건강을 생각해도 그게 맞다고 내심 동의하는 편이었다. 


딸의 생일은 11월 12일.

나의 결혼은 12월 28일.

어렵다는 결혼에 연이어 일년을 넘기지 않고 아이가 태어났다. 

서른여섯에 결혼해서 서른 일곱에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에 모두가 놀랐다. 


게다가 딸은 모든 신생아의 다소 신생아스러운 얼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목구비가 너무 선명하고 이뻐서 보는 이들마다 입을 댔다. 

신생아가 왜 이렇게 이쁘냐며 ^^

서른아홉에 첫 애를 안은 남편은 사람들에게 딸 자랑을 하느라 연신 싱글벙글했다. 


나의 친정식구들에겐 첫 손녀였다. 

늦은 나이에 결혼한 딸과 아들이 이쁜 손녀를 안겨줬으니 양가 부모님에겐 더할 나위없은 기쁨이었다.

물론 시어머니는 손자가 아닌 손녀임을 아쉬워하며 딸아이를 위한 기도에 꼭 손자를 달라고 ㅎㅎ

그래서 둘째는 다음 해에 태어났고 아들이었다. 

서른 여덟에 결혼한 아들이 년년생으로 딸,아들을 다 안겼으니 시어머님은 아주 흡족해하셨다. 


이름, 이름을 짖는 데는 전혀 고민이 없었다.

딸의 태명은 하늘이었다. 

나에겐 푸르고 맑은 하늘같은 아이가 태어나길 바라면서.

매일을 맘졸이며 기다렸던 아이는 너무나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왔다. 

엄마 자궁 속 큰 근종을 온몸으로 감싸안고 있어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근종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냈었다.

만약 그 전에 알았음 얼마나 맘을 더 졸였을지.


늦은 나이지만 자연분만을 해보겠다고 자연분만 전문 산부인과를 강북까지 가서 찾았다.

하지만 결국 아이는 역아로 있는 상태로 양수가 터져 재왕절개를 하고 말았다.

그런데 수술에 들어가보니 아이 머리만큼이나 큰 근종을 태아가 온몸을 감싸고 있더란다. 

덕분에 아이를 빼내면서 근종도 함께 제거했다. 


그렇게 나의 서른 일곱, 늦은 나이에 첫 아이를 안게되었다.

난 두말할 것없이 아이의 이름을 하은이라고 지었다

결혼에서 첫아이까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어려운, 아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딸 아이의 이름은 하나님의 은혜의 줄임말 하은이다. 

지금은 너무 익숙한 이름이 되었지만 한동안 이름을 부를 때마다 가슴이 뭉클했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나, 기특한 모습을 보였을 때엔 더 그랬다. 


나의 어떠함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은혜가 있어서 만날 수 있었던 사랑하는 딸, 하은이

그 딸의 스물한번째 생일을 맞아 마음 속으로 간절히 기도한다.

처음 만났을 때 그 간절함으로 아이의 앞 날을 위해 늘 기도로 사랑으로 함께 하는 엄마가 되게 해달라고. 


아이를 위해 미역국을 끓였지만 오전 수업이 늦다며 제대로 먹지도 않고 아이는 달려나갔다.

아이가 먹지못한 미역국을 내가 먹는다.

이렇게 따뚯한 미역국을 딸 아이도 언젠가 자신의 아이를 위해 끓이게 될 것을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진다. 


사랑하는 딸, 하은아~

너를 위한 엄마의 마음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대신한다. 

너의 평생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너와 늘 함께 하실 것을 믿고 간절히 기도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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