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 (zero waste). 쓰레기 없이 살아내는 삶. 매일 그런 삶을 살기로 노력하는 것.
언 1년 반이란 시간이 지났다. 서서히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즈음 갑자기 여러 개의 환경 기사에 노출되었고,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환경 관련 책을 한 권 읽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초 극단적 제로 웨이스트 활동가가 되었다.
나의 삶은 180도 변했다. 그 전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플라스틱과 비닐들 사용을 일절 거부하기 시작했고, 에너지 절약, 합리적인 소비 등 환경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분야에 전부 관심을 가지다 보니 지구 지키는 일 자체가 내 삶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제로 웨이스트를 알기 이전에는 도대체 어떻게 지구가 병들어 가는 것에 아무렇지 않아 했는지, 스스로가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은 도리어 지구를 지키지 않으면 마음이 타들어갈 정도로 아프고 분노도 일어나곤 한다. 가정에서, 식당에서, 마트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막 버려지는 일회용품들을 보면 동시에 그 버려질 쓰레기들로 인해 병들 땅, 바다, 하늘, 동물, 인간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른다.
나에겐 한창 자라나는 아이가 둘 있다. 사실 이 아이들 때문에 환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아니지만, 현재는 이 아이들에게 물려 줄 이 지구가 너무나 오염되었다 보니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어른들은 아낄 생각 없이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펑펑 써서 버리고, 미래에 이 땅에서 살아갈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환경 교육과 인식을 심어주지 않고, 그저 지금 내가 편리하고 좋으면 그만인 생각을 가지고 조금의 불편함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나를 비롯한 수많은 어른들. 정말 미안하고, 진심을 다해 부끄럽다.
나는 대단한 활동가가 아니다. 주변 사람들 정도만 나의 이런 실천하는 모습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저 나의 생활 반경 안에서만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평범한 지구인 중 한 명일 뿐. 내 업도 원래는 환경 관련된 일과 무관하다. 다시 복직을 하면 좋으련만, 그렇게 석사까지 기껏 공부해서 자격증까지 따 놓고, 내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이 있기에 돌아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지금은 우선 육아에 전념하며 조금씩 실천 반경을 넓혀가려는 중이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사실 그런 원대한 꿈을 꾸고 있긴 하다. 이런 마음가짐이 나로 하여금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실천해 나가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작은 움직임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간절한 소망. 오늘도 나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몸을 움직인다. 무모하면서도 당찬 목표를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