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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석 Sep 25. 2022

나의 속도로 꾸준히 나아가기

내가 달리며 몸소 느낀 것들

매일 아침 5시면, 어김없이 티셔츠와 쇼츠로 갈아입고 발목이나 종아리 밑부분까지 올라오는 스포츠 양말을 신습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서는 바람막이를 걸치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 그런 차림입니다. 군 전역 이후부터 지금까지 2년간 매일 아침의 시작은 늘 5KM 달리기 였습니다. 종종 통제하지 못하는 일정과, 날씨가 만든 부득이한 변수들로 뛰지 못했던 날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런닝 머신을 타야 하는 날도 있었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떻게든 매일 아침의 25분 정도를 할애해 뛰며 열을 내고 정직하게 땀을 흘려보았습니다. 그저 매일 달렸을 뿐인데, 삶의 어떤 부분은 뛸 때 보았던 밝아오는 아침 풍경처럼 자연스레 명확해졌고, 또 천천히지만 조금씩 달라져가는 것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달리기'를 떠올릴 때면 하루끼 씨가 떠오를 정도로 하루끼 씨는 달리기와 매일 달리는 그 만의 리추얼을 통해 하루의 균형을 잡는 인물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하루끼 씨는 이에 대해 책도 썼습니다. 그게 그 유명한 <달리기를 할 때 내가 말하고 싶은 것> 이란 책이죠. 저 역시 매일 5KM 씩을 뛰고 있습니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더위 통에는 아무리 아침이어도 한바탕 뛰고나면 정말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로 땀 범벅에다 무척 힘들어, 매일 달리던 걸 잠시 중단해야 할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도 하루끼 씨는 역시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다르게 꾸준히 매일 일정 거리를 일정 시간 동안 뛰며, 뛸 때마다 든 그 생각들을 차곡차곡 모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까지 엮어 만들어내죠. 역시 여간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모 인터뷰에 따르면, 하루끼씨는 오후 12~13 시 까지 한 시간 동안 10KM 를 뛰신다고 합니다. 뛰는 시간대야 변칙적일 수 있어도, 그 연세에 10KM를 한 시간 안에 뛴다는 건 무척 대단한 일입니다.


부대에 있을 때 3개월이란 한정된 기간 안에 나이키 러닝 클럽을 기준으로 런닝머신 제외,야외 트랙이나 구보 코스만으로 총 100KM를 뛰어서 채우면, 무려 포상 휴가 7일을 부여하는 부대장 재량의 포상이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받을 수 있는 휴가도 적은 부대였기에 그 7일 포상휴가는 당시에 무척 크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7일 정도 안나가면 그저 그만인데, 그게 뭐라고 야간 근무 이후에 근무 취침도 포기하고 하루에 매일 10KM 씩을 뛰기로 결심했습니다. 물론 파견이나 훈련, 다른 근무 등으로 여건이 안되는 날은 적어도 5KM 라도 뛰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당시 3KM 구보를 전력으로 뛰면 11분 초 중반 정도의 속도로 뛸 수 있었는데, 매일 10KM 씩을 완주하는 것은 기록으로서의 시간보다도 얼마나 꾸준한 페이스로 달리는지가 좌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력으로 쭈욱 뛸 수 있는 거리도 아니었고, 본능적으로 스스로의 페이스를 끌어내 리듬을 타는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첫 주차에는 넉넉하게 1시간 10분 정도의 페이스로 설정하고 뛰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엔 그것도 엄청 힘들고 고됐습니다. 그렇게 긴 거리를 꾸준히 뛰어본 적이 없었기에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에 물집도 잡히고, 피로감도 심했으며, 다리에 무리가 가 자다가 종아리에 쥐가 난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매일 매일 일정 거리를 일정 시간 동안 뛰면서, 체력은 날이 갈 수록 늘었고 결국 하루 1시간동안 쉬지 않고 뛰어왔던 지난 하루들이 쌓여 50분이란 시간 안에 10KM 를 완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고령이신 하루끼씨가 하루에 10KM 정도의 거리를 1시간 안에 뛰신다는 건, 그것도 매일이라는 꾸준함으로 지속한다는 건, 고로 엄청난 노력과 더불어 자신의 체력, 그리고 뛰는 행위의 리듬감과 자신의 페이스에 대해 아주 명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사실임을 반증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러닝은 사실 특별한 운동 신경이 필요하거나 그게 돋보여야 하는 종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킵초에 같은 선수들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그러나 스스로의 달리는 페이스와 리듬감을 체화 시키지 않는다면, 장거리를 뛸 때는 굉장한 체력과 호흡이 소모 됩니다. 그렇게 더 이상 뛸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인데, 그건 아무리 강한 의지가 있어도 더 이상 완주 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꾸준히 뛰며, 발이 지면에 닿는 리듬, 다리가 벌어지는 각도, 그에 따라 이어지는 몸의 탄력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아우러져 만들어지는 나만의 페이스와 리듬을 스스로가 파악하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결국 러닝에서도, 삶에서도 나 자신이 스스로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오래멀리, 꾸준히 나아가기 위해 한계점을 직시하고 이를 마주하는 스스로의 탄성마저 잘 이용해 나가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걸 느낍니다. (8/01.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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