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롤링jk Oct 19. 2021

이상한 일입니다? 내가 안정적이라니요!

12회차 심리상담 종결  


12회차의 심리 상담이 끝났다.

그림 분석, 문장 완성, 

수치화된 심리 검사 등

여러 가지 접근을 시도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상담 선생님과의 대화였다.

한 시간동안 내 감상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엉킨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가는 과정은 

묵은 때를 따끈한 물에 불려 닦아내는 것 같은 

시원함이 들기도 했다.  

    

글 작업이 잘 되지 않는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작조차 할 수가 없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어렵다. 

가족과 미래에 대한 부담감. 등 

나의 마음 어딘가를 떠돌던 근심과 걱정 

부스러기들을 모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 누구 앞에서도 할 수 없었던 하찮거나 

나의 치명적인 약점도 있었다. 

하지만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입 밖으로 낼수록 

나는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고

내 말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맞은편에 앉은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것을 알았다.  

내 말을 오롯이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었다.      


12회차 상담이 끝나면 

더는 스스로를 자책하지도

침체되지도 않는 사람이 

될 것 같다는 벅찬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상담이 끝나고 두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지독한 관성에 뒷덜미를 잡혀 

원상복귀 되었다.      

끊임없이 나를 미워하고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고 

어떠한 행위를 마쳤다는 만족감보다 

그 행위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에 

매몰되어 또 자책한다. 

   

하지만, 선생님과 약속했던

루틴을 지키는 일은 절대 빼먹지 않는다. 

두달이 지난 지금도 담배를 피고 

어떤 글이든 끼적이고 

책을 열 페이지 읽는다.


그 티끌들은 야금야금 적립되어 

힘이 되어주고 있는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주, 잘 

느껴지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 하드에 쌓이기 시작한 

한글파일, 나의 티끌이 

자그마한 동산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작은 티끌을 만들어간다. 

야금야금.      


<12회차 상담을 마치면서 나에게 썼던 편지>      


최근에 네가 썼던 문장이 떠오른다. 

‘이상한 일입니다. 내가 안정적이라니요.’

그만큼 너는 항상 불안하고 

매일을 대중없이 살기 급급했지.

그런데 요즘은 그때의 

니가 무색하게 잘 지내고 있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의 내가 기대되고

내가 느낄 평온함을 기다리게 돼.

‘더할나위 없다’라는 문장도 떠올라.

너는 결과 지상주의자였잖아.

그런데 결과가 없는 요즘이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내가 나를 만족해하는 시간이 

얼마나 값지고 오랜만인지, 

요즘같은 날이 계속되기를 바랄뿐이야.

앞으로도 네가 잘 해낼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잘 부탁해 앞으로도 수고하자!                 


우리 민소희 고양이도 수고하자! 


작가의 이전글 니 고양이 니나 이쁘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