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우주 보리보리
밖에 나갔다 들어와
방문을 열어보면
이제 만 한달이 된 보리가
숨숨집에서 나오며
뭐라뭐라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냐아-? 같기도
삐약- 같기도
뾰옥-같기도 한 그 소리.
뭐라하는지 알 수 없지만
나를 기다렸다는 걸까,
아니면 말이 많은 아기 인걸까
뭐가 됐든 둘다 귀엽다.
세상에 나가 할퀴어지고
흠집이 난 상태로 집에 들어와도
침대에 누워 가라앉지 않는다.
보리밥을, 물을 줘야하고
똥오줌 감자도 캐줘야 하니까.
요즘은 결막염이 생겨서
안약도 수시로 넣어줘야 하니까.
집사는 지치면 안된다.
아직은 손이 많이 가는 아기지만
보리의 눈을 보고 있으면
소우주가 있음을 느낀다.
보리는 빤히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기쁨도 걱정도 슬픔도 환희도
안겨주는 눈과 'ㅅ' 자 입을 보면
수천가지의 감정을 느낀다.
보리가 추운지는 보리의
핑크색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코와 입술, 발바닥의 핑크빛이
조금 바래졌으면 추운것이다.
그래서 숨숨집 아래에 전기장판을 깔아주었다.
숨숨집에서 한숨자고 나온 보리의 핑꾸젤리와
핑꾸코는 다시 발그스름해졌다.
이렇게 보리에 대해서 알았다는
소소한 기쁨에 미소짓는다.
가끔 숨숨집이 너무 더우면 조금씩
빼꼼 나오기 시작하면서 자더니
아예 몸을 다 빼고 자기도 한다.
그렇게 알아서 온도 조절을 하는걸
보면 또 감격에 차오르는
주책맞은 집사..
오늘은 또 얼마나 자랐으려나
또 어떤 새로운 행동을 하는
아기 고양이가 되어
나를 반겨줄까 매일매일이 새롭다.
아직 한달밖에 되지 않은 아기여서
감사하다.
앞으로 나와 함께할 날들이 훨씬 많다는 거니까
앞으로도 찬란한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을테니까.
요즘은 아침이 반갑고,
또 저녁은 푸근하다.
품에 안겨서 금방 잠이 드는
너를 보면 폭신한 우주속을
부유하고 있는 기분이다.
앞으로도 이 신비로운
소우주와의 시간을
쭉 기록해볼 생각이다.
매일을 액자속에 간직하고
싶은 존재와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