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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링jk Oct 20. 2021

니 고양이 니나 이쁘지(세번째)

보리와 함께하면서 달라진 점 


첫번째

애기 목소리를 낸다.

나 포함 모든 우리 가족들이 그렇다.


퇴근하고 엄마는 들어오자마자

'우리 애기 어디쪄? 

우리 보리! 에구 우리 애기!'


하며 보리를 찾는다. 



어느날은 집에 들어오니 

엄마랑 보리가 둘이 나란히 누워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내가 보리를 안으려고 하자


"보리 지금 나랑 같이 집꾸미기 영상보고 있다고!"

하면서 보리를 가지 못하게 한다. 


평소라면 소파에 절대 못 올라가게

했을텐데 손수 보리를 위로 올려

품에 넣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해졌다.




두번째 

환경정리를 한다. 

이렇게 민들레 홀씨같은 아기가

얼마나 구석구석 숨어들어가는지

먼지 구댕이를 털에 잔뜩 몰고나오면

호흡기에 안좋을까 걱정이 된다. 

내 방은 나름의 규칙을 가진 

개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리가 오고난뒤 

미니멀리스트의 방으로 거듭났다. 

보리의 배변판, 스크래쳐, 

숨숨집, 담요 빼고

내 물건은 노트북과 마우스가 

큰 짐의 전부다. 

아, 그리고 보리의 소중한 

들숨날숨을 위해서 

미니 공기청정기도 하나 샀다. 

24시간 가동중이다. 



세번째,

고통의 역치가 높아졌다.

이가 나기 시작하면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깨물기 시작한 보리. 

예전엔 이가 밥풀만큼 나서

그냥 느낌만 살짝 있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뾰족한 이가 거의 다 나서 

살갛에 스크레치가 

남을 정도로 돋아났다.

예전처럼 살짝살짝 무는게 아니라

이빨을 박아넣고 

북북 찢어발기듯 깨문다. 


일단 손만 대면 깨물려고 들어서 

한번두번 가만히 있다보니 

살이 움푹 파이는 아픔을 느끼면서도

책도 읽고 핸드폰도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네번째,

마음의 안정.

이건 집사들의 

모든 공통점일 것 같다. 


보리가 곁에 있으면

그 까맣고 푸른눈이 나를 보면 

귀여움에 취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또 그 작은 덩어리가 얼마나 따뜻한지 

곁에 있으면 나도 덩달아 따끈해진다.



보리가 내 가슴팍위에서 슬금슬금

졸기 시작하면 나도 잠이 온다.

함께 잠깐 낮잠을 자고나면

같은 꿈을 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면서 잠꼬대로 발작 비슷한 걸 하는데  

꿈에서도 그렇게 촐랑거리는지 

아주 요란스럽다. 


보리가 요즘 얕은 높이에서는

뛰어내리기도 하고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 방으로 

후다닥 들어가기도 한다.

뭣때문에 그렇게 급한가 싶어

따라가보면 밥을 먹고 있다.

갑자기 허기가 진 

아기 고양이는 웃기다. 


하루가 지날때마다 햄스터 같던,

기니피그같던 아기가 

쑥쑥 커지는 것을 보며 

신기하고 또 경이롭다. 

젖병을 물리지 않아도 

사료를 알아서 찾아먹고 

땅콩같은 똥도 부들거리며 혼자 싼다. 


파브르는 곤충을 관찰했지만

나는 아기 고양이 보리를 관찰하면서 

재밌고 또 감격스러운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모두 남겨놓고 싶다. 


아직까지는 후우 불면 날아갈것 같은 민들레 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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