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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늬 Aug 20. 2024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을 때

한약재로 사용하는 패랭이꽃의 효능

패랭이꽃은 꽃의 생김새가 옛날 서민들이 쓰고 다니던 패랭이 모자와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 Portrait Miniature of a Young Man with a Pink 한스 홀바인, 1533년, oil on oak wood, 직경 125mm    ⓒ 공유마당(만료저작물)        관련사진보기



독일의 화가 한스 홀바인(1497~1543)이 그린, 지름 10cm의 작은 초상화이다. 패랭이꽃을 든 청년(A Young Man with a Pink)이라는 제목으로, pink에는 패랭이꽃이라는 뜻이 있다.


이 꽃이 카네이션이라는 설명도 있는데, 패랭이꽃과 카네이션 모두 석죽과 패랭이꽃 속(dianthus)에 속한다. 즉, 카네이션 역시 패랭이꽃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Dianthus라는 이름은 그리스어 Dios(제우스의, 신의)와 anthos(꽃)에서 유래했으며, 패랭이꽃과 카네이션에는 약혼, 결혼이라는 의미가 있다.


청년은 상인에게 어울리는 검은 모자, 망토, 빨간 튜닉(tunic) 차림이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꽃은 약혼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 석죽청정     심사정, 18세기, 종이에 담채, 21x12.8cm, 간송미술관 소장    ⓒ 공유마당(CC BY)

 


조선 후기의 화가 심사정(1707~1769)이 그린 <석죽청정>이다. 석죽은 패랭이꽃을, 청정은 잠자리를 뜻한다. 석죽(石竹)이라는 이름에는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옛날에 사람들을 못살게 괴롭히는 석령, 즉 나쁜 돌의 신이 있었다. 이 소문을 들은 힘센 장사가 그 신이 살고 있다는 돌에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돌에 박혀서 빠지지 않았는데, 그 후 돌에서 대나무처럼 줄기에 마디가 있는 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바위에서 핀 대나무를 닮은 꽃'이라고 하여 '석죽'이라 불렀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의 그림에는 패랭이꽃이 상당히 많다. 키가 30cm, 꽃잎은 2cm 정도인 크지 않은 꽃임에도 화훼도, 초충도뿐 아니라 책가도, 기명절지도 등의 그림에서도 패랭이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메마른 바위 틈에서도 아름답게 자라나 꽃을 피우는 꿋꿋한 모습을 사랑한 것으로, 실제로 많은 화가들이 바위와 함께 패랭이꽃을 그렸다.


             

▲ 패랭이와 방아깨비     강세황, 종이에 수묵, 25.5x34.5cm, 공인화랑 소장        ⓒ 공유마당(CC BY)



강세황(1713~1791)의 <패랭이와 방아깨비>이다. 핑크(pink)라는 이름만큼 패랭이꽃 하면 분홍색이 자연스레 떠오르지만, 색채 없이 먹으로만 그렸음에도 패랭이꽃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패랭이꽃은 꽃잎에 짙은 무늬가 있고, 가장자리가 얕게 갈라진다. pink의 어원에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이 단어를 동사로 사용할 때는 '구멍을 뚫어 장식하다'는 뜻이 있다. 지그재그 모양으로 자를 수 있는 핑킹(pinking) 가위를 생각하면, 톱니처럼 생긴 패랭이 꽃잎의 끝 모양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pink는 패랭이꽃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고, 여기에서 패랭이 꽃잎의 색깔인 분홍색이라는 뜻이 생겨났다. pink가 색상의 이름으로 사용된 건 17세기 이후로 오래되지 않았다.


그 전까지 분홍색은 장미꽃의 이름을 따서 표현했는데, 라틴어로 장밋빛·분홍색을 뜻하는 단어는 Roseus이다. 지금도 유럽에서는 분홍색을 rose나 rosa로 부르기도 한다.




약재로서의 패랭이꽃


패랭이꽃을 한약재로 사용할 때는 구맥이라고 부른다. 

구(瞿)는 '(사방으로 통하는) 거리'라는 뜻이 있는데, 패랭이꽃이 여러 방향으로 무성하게 자라서 붙은 이름이다. 또한 씨가 보리(麥 맥)와 비슷하기 때문에 구맥이라 한다.


             

▲ 패랭이꽃(좌) / 술패랭이꽃(우) EBS_식물_0510, 한국교육방송공사(우)    ⓒ 픽사베이/공유마당( CC BY)



술패랭이꽃 혹은 패랭이꽃의 꽃을 포함한 잎·줄기 등 모든 부분이 약용으로 쓰인다. 술패랭이꽃의 키는 30~50cm이고, 꽃잎은 5개로 패랭이꽃보다 끝이 깊고 잘게 갈라진 모양이다.


구맥은 맛은 쓰고 조금 아리며 성질은 차다. 습열(濕熱)로 아래로 내리는 성질이 있어, 열을 식히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소변이 시원하지 않고 방울방울 떨어지는 증상, 음경에 통증이나 열감이 있거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을 치료한다. 방광염, 요도염, 신장염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어혈을 없애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월경을 순조롭게 하므로, 임신했을 때는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관격을 치료한다고 했는데, 관격이란 음식물에 급체하여 가슴이 답답하고, 음식을 먹으면 토하고 소변이 잘 안 나오며 대변은 토끼똥 같은 증상을 말한다.


또한 씨와 잎의 효능을 구분해서 설명하는데, 씨(구맥자)는 월경을 하지 않는 것을 치료하고 잎(구맥엽)은 눈이 붓고 아플 때 눈을 맑게 하고, 음부가 헐고 부스럼이 생긴 것을 낫게 해준다고 한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미술관에서 찾은 한의학'에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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