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 강한 칡의 다양한 효능... 숙취, 갱년기 증상에도 좋아
칡은 2년 이상의 겨울을 이겨내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추위에 강하고 적응을 잘해서 웬만한 식물을 제압할 만큼 생존력이 강하다. 길이 10m까지 자랄 수 있으며, 주로 산이나 들에 많지만 햇빛이 잘 드는 곳이라면 염분이 많은 바닷가에서도 자란다.
뿌리에는 전분(갈분)이 많아 예전부터 구황작물로 이용되었고, 갈분으로 국수나 묵, 죽 등의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줄기의 껍질은 섬유 자원으로 활용했는데, 칡 섬유로 짠 베를 갈포라고 한다. 옷감으로 사용할 때도 있었으나, 현재는 벽지 등 실내장식용품으로 사용된다.
생육이 왕성하여 경사지나 황폐지에 심어서 산사태, 토양침식 등을 방지하는데 이용했다. 하지만 주위 식물을 감아올라가 생육을 저해하고, 지나치게 번성하여 조림목 및 유용수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많아 칡을 제거하는 곳도 있다.
▲ 정몽주상 이한철, 1880년, 종이에 채색, 61X35.2cm ⓒ 국립중앙박물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여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고려 말의 충신인 정몽주의 <단심가>는 후에 조선 제3대 왕 태종이 되는 이방원의 <하여가>에 대한 화답 시이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츩이 얽어진들 긔 어떠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하여가>는 정몽주의 진심을 떠보고 고려 왕조에 대한 절개를 굽힐 것을 권유하기 위해, 이방원이 지어 부른 작품이다. 만수산의 칡덩굴이 얽혀진 것처럼 우리도 서로 얽혀져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아보자는 회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서 '드렁칡'의 사전적 의미는 '언덕진 곳에 얽혀 있는 칡덩굴'이다.
칡은 콩과에 속하는 덩굴식물이다.
▲ 비급전관 김명국, 17세기, 121.5x82.5cm, 간송미술관 소장 ⓒ 공유마당(CC BY)
이 작품의 제목은 <비급전관>으로 '비결을 펼쳐보다'는 뜻이다. 김명국의 도석화 중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도석화는 도교, 불교에 관한 그림이다. 주로 신선이나 부처, 고승 등을 그린 인물화를 말한다.
여기에서는 두 신선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족자에 쓰인 글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의 뒤쪽으로는 구불구불한 가지를 뻗어내고 칡덩굴을 풀어낸 나무가 있어 신비한 분위기를 더한다.
▲ 갈근 ⓒ 윤소정 관련사진보기
칡의 뿌리인 갈근은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약재이다. 갈근이 들어가는 한의학 처방인 갈근탕은 감기에 걸렸을 때 주로 찾는 한약이기도 하다.
갈근의 맛은 약간 달고 매우며, 성질은 서늘하다. 땀이 나게 하며 열을 내린다. 근육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는데 특히 목뒤와 등이 뻣뻣할 때 좋다.
체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갈증을 가시게 하며, 설사와 이질을 다스린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이 들어 있어, 갱년기에 얼굴이 붉어지거나 입이 마르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느끼는 증상에도 도움이 된다.
뇌와 관상 혈관의 혈류량을 늘려 고혈압 및 심혈관 질환에 사용한다. 금단현상에 의한 불안, 우울증을 억제하는 작용도 있다. 또한 당뇨와 당뇨합병증의 예방과 치료에 오래전부터 활용해 왔다.
갈근탕은 땀은 나지 않고 오슬오슬 춥고 열이 나면서 목덜미와 어깨, 등이 당기고 아픈 감기에 좋다. 또한 눈이 충혈되고 아프거나 코가 마르고 귀에 염증이 있을 때, 가슴과 옆구리가 그득하고 불편할 때, 두드러기가 있을 때도 사용할 수 있다.
▲ 칡 꽃 요코하마 우에키 가부시키 카이샤, 1909년, 생물다양성 유산도서관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칡꽃은 나비 모양으로 8월에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으로 핀다. 늦여름이나 초가을, 칡의 꽃이 피기 시작할 때 뜯어서 햇볕에 말린 것을 갈화라고 하는데 이 역시 약재로 사용할 수 있다.
맛은 달고 성질은 서늘하며 술독을 풀어준다. 과음으로 인한 두통과 어지럼증, 갈증,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증상, 복부팽만, 신물이 나고 구토가 날 때 도움이 된다. 비위를 튼튼하게 하여, 식욕이 부진하고 소화가 안 되는 데 좋다.
칡꽃이 들어간 처방 중에는 갈화해정탕이 유명한데, 이때 정(酲)은 '숙취, 술병(술을 많이 마셔서 생긴 병)'을 뜻한다. 즉 알코올중독증에 활용하는 처방이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셔서 토하고 설사하며, 손발이 떨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며 정신이 혼란스럽고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것을 치료한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미술관에서 찾은 한의학'에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