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권력이 될 때 4

'사과'로 사과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

by 신동일

1. 사과, 그 불완전하고도 절실한 화행


최근 한 유력 정치인이 당내 논란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곧바로 “충분하지 않다”,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쏟어졌다. 사과는 있었지만, 사과로 수용되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장면이다.


비슷한 사건은 도처에 널려 있다. 몇 년 전, 한 대선 후보의 배우자가 여러 논란에 대해 사과할 때도 그랬다. 그는 사과 영상과 함께 SNS에 ‘사과’ 사진을 올렸다. 먹는 과일 사과였다. 그 짧은 게시물 하나로 사방이 조롱과 분노로 뒤덮였다. “국민을 우롱한다”는 비난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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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부끄러움을 드러내며 고개를 숙였다. 창피한 일을 공개적으로 인정한다면 사과는 성립한다. 누군가의 조력을 받았든 스스로 준비했든, 그 나름의 진정성은 드러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것은 끝내 사과가 되지 못했다. 내가 순진한 것일까, 아니면 가부장적 시선에 익숙해져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아내의 사과를 관대하게 받아들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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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er in 언어, 평가, 권력, 사회: 자유, 사랑, 존귀한 삶의 양식을 복원 중인 Chri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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