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힘, 언어의 힘'
1. 신간 '버티는 힘, 언어의 힘'이 곧 나올 듯 합니다. 출판사가 어떻게 책 소개를 할지 모르지만 자유와 사랑을 잃어버린 우리의 일상과 경관을 관찰한 것이고.. 언어감수성을 갖고 각자의 삶을 돌보자는 내용입니다.
2. 누구나 아는 소재로 쉽게 썼고.. 제 MBTI 결과는 늘 T 성향이 나왔는데 이 책을 보시면 MBTI 검사는 뻥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제 안의 모든 F 감성을 이번 책으로 소진..)
3. 아마도 작년 겨울로 기억되는 동아일보에 '고요한 중심 지키기'라는 짧은 글을 실었는데 신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비슷합니다. (그때쯤 탈고를 한 것이겠죠..) 지배적인 담론질서도 다루었지만 소박하지만 올곧게 나만의 고유한 삶을 살겠다는 고백도 있습니다.
4. 예전에 은희경 소설(가)를 좋아했는데요.. 책 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애증과 허세가 솔직하게 드러난 인터뷰가 늘 재밌었어요. 만나진 못했지만 유쾌한 분일 거란 생각을 했죠.
5. 책 작업 하신 분들은 다 알겠지만.. 원고를 쓰거나 여러 번 수정할 땐 오히려 괜찮아요. 근데 편편한 리추얼이 지나고 막상 책이 눈앞에 보이면.. 심정이 좀 복잡해집니다. 나르시시트가 되기도 하고 후회도 되고 어디 숨고 싶기도 합니다.
6. 좋은 논문을 쓴다고 자부하지만 학계는 경계와 위계에 갇혀서 서로 읽지도 인용하지도 않고.. 대학원 교육은 자멸 중.. 그래서 차라리 책 작업을 더하면 어떨까 싶은데.. 문제는 시간이 너무 걸려요. 강의 준비도 해야 하고, 쉼의 의례나, 좋다고 자원하는 크리스쳔 활동에 시간을 꽤 쓰는 편인데요..
7. 그런 중에 하루에 몇 시간씩 빼서 공부도 하고 원고를 보는데.. 영어와 한국어, 책과 논문, 쉬운 글과 복잡한 글을 교차하며 활동하다 보면.. 뭐랄까 제가 무엇에도 마음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이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8. 하나의 매체나 장르에 머물지 않고.. 정이 들기 전에 다른 글판으로 떠나는 것이죠. 머물면 눈에 너무 보이니까.. 구차해지니까.. 무력해지니까..
9. 그래도 골목대장 하는 것보다.. 혹은 의무와 마감이 있는 원고 작업보다.. 지금 하는 유목적인 글쓰기가 좋기도 하고 아직은 할 만합니다.
10. 올해는 더 계획 세울 것도 없고 1년 전에 계약된 인문교양서를 여름까지 발간하고 (초고도 출판사에 제출했어요..) 가을에는 편저자로 정책과 담론에 관한 전공서적을 낼 계획입니다.
11. 그리고는 당분간 한국어 책은 그만.. 엄밀하게 학술문헌을 생산하는 연구자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영어로 학술서를 내기로도 되어 있습니다.
12. 그렇게 몇 년 지내다가 안식학기라도 오면 뭘 해볼 궁리를 하겠죠. 그보다는 한달여 후면 복귀 그리고 개강.. 수십명 학생 앞에서 소매 걷어붙이고 강의할 생각을 하니 벌써 기력이 딸립니다. 나 싫다고 떠난 애인에게 전화로 사정하며 밤새 쓴 연애편지 읽어주는 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