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인권과 정의" 학술지에 게재되었습니다.
2020년 공정거래법이 전부개정되면서 ‘정보교환’의 규율에 관한 사항이 부당한 공동행위 관련 규정에 신설되었다. 이를 통하여 사업자 간에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는 합의가 금지되고,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로부터 담합에 관한 합의가 추정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정보교환’ 또는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에 관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정의규정이 없는 용어는 일반적인 상식에 따라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 간 정보교환이 개입된 부당한 공동행위 심사지침」을 제정하면서, 그 심사지침에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정보를 알리는 행위’로 정의하는 규정을 두었다. 위 심사지침이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에 관한 해석지침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현행 공정거래법의 해석으로 소위 ‘동조적 행위’를 규율할 수 있고, ‘정보를 일방적으로 알리는 행위’도 동조적 행위로서 규율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부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을 앞두고 유럽연합, 호주 등 외국 경쟁법제에서 규율하고 있는 동조적 행위에 관한 입법례와 판례 등을 참고하여, 위 심사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주고받다’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다’인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위 심사지침에서 이러한 사전적 의미와 다르게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정보를 알리는 행위’로 규정하였다. 문제는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가 시정명령 및 과징금 등 침익적 행정행위의 요건이면서 동시에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이라는 점이다. ‘규율의 필요성’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에 대한 정확하고도 섬세한 해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규정되어 있다면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 규정이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으로 연계된 경우에는 관련 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처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따라서, 위 심사지침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정보를 알리는 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문리해석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에서 ‘사업자 간의 합의’를 금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일방적인 ‘정보를 알리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체계적 해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목적론적 확장해석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정당화사유’가 제시되어야 하지만, ‘규율의 필요성’ 외에 다른 구체적인 ‘정당화사유’는 보이지 않는다. 요컨대, 위 심사지침상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정보를 알리는 행위’로 정의하는 규정은 개정될 필요가 있다. 또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정보교환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면 소위 ‘동조적 행위’의 규율을 명문화하는 취지의 법률개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