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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Dec 21. 2024

30%의 안도감, 40%의 답답함, 30%의 불안함

요즘 하루를 보내는 마음.


지난주 토요일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일주일 동안 30%의 안도감, 40%의 답답함, 30%의 불안함이 혼재된 마음으로 살았다. 잡한 심경으로 살았다.


https://brunch.co.kr/@lawschool/350


대통령 1명이 탄핵 소추되었다고, 어지러운 세상이 급속하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변화의 속도가 많이 느리다고 느껴졌다. 그만큼 조직적 저항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말단 공무원에 육아휴직 중이지만 많이 부끄럽다.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다.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나를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든 적도 없었다. 이렇게 지독하게 부끄러운 적은 40 인생에 없었다.


높은 분들은 수시로 국회에 출석하여 계엄 정국에 관하여 답한다. 그리고 때로는 답하지 않는다. 정말로 모르시는 것인지 몰라야 하는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아무튼 보이는 것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으시다.


나도 국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권자인 국민을 마주할 염치가 없다. 도대체 무엇을 믿어달라고 할 것인가. 도대체 무엇을 믿고 우리가 하는 일을 믿어달라고 할 것인가.

도대체 무엇에 기대어 앞으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할 것인가.


말단 공무원이고 육아휴직 중이라서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지금 당장 나에게는 해야 할 업무가 없어서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일을 할 때마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이 일을 해도 되는지, 부끄러운 일을 하는 것은 아닌지, 위법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깐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대통령실 파견 기회를 거절하길 잘했다 싶다.


몇 년 전에 대통령실 파견의 기회가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 비서실 파견을 위하여 면접을 볼 기회가 있었다. 대통령실 근무는 빛나는 경력이다. 승진과 평가에 당연히 반영된다. 욕심이 나는 기회라고 한다.

 

나는 면접장에서 단호히 거절했다. 면접을 보시던 국장급 면접관들이 당황하시었다. 우리가 엄청난 기회를 너에게 주겠다는데 네가 감히 어떻게 거절할 수 있느냐는 투로 말씀을 하시었다.


나는 차분히 다시 말씀드렸다. 어린 아들이 있고, 나는 세종시에서 아빠로서 아들을 키워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고민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나도 화려한 경력을 쌓고 누구보다 잘 나가는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도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를 괘씸하게 보는 그들의 말씀을 들으니 나의 마음도 확실해졌다. 굳이 거기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는 순간 면접도 끝이 났다. 결과는 당연히 "부적격"이었다.


지금에서 보면 거절하길 잘했다 싶다.

내가 과연 거기서 버틸 수 있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특별하고 특수한 멘탈(?)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육아휴직 연장도 잘했다 싶다.


원래는 12월 1일 자로 복직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들의 겨울방학 돌봄 문제로 육아휴직을 내년 2월까지로 연장을 했다. 그리고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혼란한 시기에 복직하지 않고, 육아와 살림을 하며 대학원 공부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작지만 의미 있는 행운이다. 다행히 말단 공무원 1명 없어도 회사는 잘 굴러가는 것 같다.


따뜻한 봄이 올 때에는 이 혼란과 혼돈이 수그러들길 바란다. 그때까지 아들과 아내를 더 열심히 돌볼 것이다. 그리고 생생하게 지켜보고 기록하고 기억할 것이다. 위헌적이고 위법한 것들이 어떻게 정리되어 가는지 지켜볼 것이다.


https://v.daum.net/v/20241220200910500

https://m.ajunews.com/view/20241216085047984#_PA


악성종양의 치료는 오래 걸린다.

인내심과 체력이 필요하다.


나는 경영학을 공부했고,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변호사이다.

그리고 보건학을 공부했다. 보건학사이다. 암등록실무, 병리학을 공부하면서 악성신생물, 암이 얼마나 지독한 질환인지 알 수 있었다.


지난주 토요일 주권자와 국회는 큰 암덩어리를 하나 절개하였다. 그런데 막상 그 큰 암덩어리를 절개하고 나니 그 원발부위에서 전이다른 암덩어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꽤나 심각하게 전이되어 있다는 것을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는 알게 되었다.


암이 있다고 모두 수술로 절개해 낼 수 없다. 특히 전이된 자잘한 암은 항암치료로 없애야 한다. 곰팡이같이 퍼져있는 암덩어리들을 모두 깨끗이 없애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통과 긴 시간을 버텨야 한다. 굳건한 인내심과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


현재 대한민국은 암환자이다. 가장 큰 암덩어리는 가까스로 떼어냈지만, 아직도 몸 곳곳에 전이되어 있는 암을 치료해야 하상황이다. 항암치료도 수술도 잘 이겨내야 한다. 이겨낼 수 있다. 그렇게 믿고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다행인 것은 치료법만큼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굳건한 인내심과 강한 체력으로 버티며, 이겨내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암을 정복할 수 있다.

우리의 암은 완치될 수 있다.


우리는 믿는다. 더 건강한 우리 나라를. 우리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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