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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엽 Jul 21. 2024

세계 여성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준 사우디 여자 선수

사우디아라비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사라 아따르 선수


세계 여성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준 사우디아라비아 여자 선수


그때 바레인에서 온산으로 가는 원유 십여만 톤을 싣고 출항하는 데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현대 스타호가 VHF 무선전화기로 통화하는 게 들린다.

사우디아라비아 라스타누라항으로 간단다.

세계 원유의 반 이상은 페르시안 걸프를 통해 나가는데 그중 반이 라스타누라항에서 선적된다고 한다.


같은 유조선을 타도 이삼십만 톤급 VLCC에서 일하는 선원들은 인간적으로 좀 짠하다.

배가 너무 커 부두에 댈 수가 없어 해상 제티에서 기름을 받아 도통 땅을 밟을 수가 없다.

항구의 여인과 마도로스의 낭만은 그들에게 안드로메다 별 같은 이야기다.

승선하는 동안 마냥 기름 싣고 풀고 항해와 보수만 하는 기계나 마찬가지다.

40여 일 만에 한국에 도착하면 통선 타고 나갈 수는 있는데 그나마 당직 걸리면 또 뺑이쳐야 한다.

게다가 원유만 싣고 다니는 배 선원은 이가 약해지고 머리가 잘 빠진다고 한다.

원유가 실린 선창에서 가스 프리해서 나오는 매캐한 메탄과 탄화수소 가스가 늘 뱃전과 선실에 머물러 있기에 호흡이 곤란하고 건강에 좋을 게 없을 것이다.

게다가 먹는 물을 육상에서 받기 힘들어 엔진 식히는 바닷물이 증류된 미네랄 하나 없는 물로 밥해 먹기에  더 하다.

그나마 배가 커 덱에 있는 풀장에서 쉬는 날, 고기 구워 먹으며 수영하고 놀 수 있고, 선주에게 돈을 많이 벌어주니 급료를 조금 더 받고, 먹는 것도 풍족한 편이다.

사실 화물선에서 선원 급료는 껌값에 불과하다.

운임 수입도 엄청나지만, 어마어마한 연료비, 보험료, 감가상각비 등이 많이 나간다.


여성 차별의 선두 주자 사우디는 남녀 평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못 이겨 2012 런던올림픽에 처음으로 여자 선수 두 명의 출전을 허용했다.

이들은 개막 전부터 히잡 착용 등의 문제로 논란이 되었고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우디 여성의 인권을 위한 이들의 도전은 전 세계로부터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사우디 내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영문판 사우디 가제트의 편집장은 '사우디 여자 선수에 관해 기사를 쓴 언론은 우리밖에 없고 이 선수들이 우리의 영웅이고 모든 국민이 함께 이들을 축하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인은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사우디와 세계 여성들에게 희망과 많은 영감을 주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라비아반도에 있는 터번 두른 왕이 대빵인 나라이다.

전제군주제이다 보니 사우디의 국가 원수이자 군 통수권자는 국왕이다.

수상은 국왕이 겸직하며 의회도 없어 국회의원 선거라는 게 없다.

모든 장관과 요직은 국왕의 형제나 조카 등 직계 왕족만 해 먹고 왕위도 형제에게 물려준다.

프랑스 대혁명 이전의 절대왕정을 유지하는 유일한 국가인 셈이다.

사우디에서 왕이나 정부를 비판하면 체포될 수 있다.

사우디 군은 석유 부국답게 미국산 최신 무기로 무장되어 국방비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인데 실전에선 글쎄...

산유국으로 매장량이 베네수엘라, 미국, 러시아 등에 밀리지만, 세계 석유 수출국 기구에서 가장 말발이 세다고 한다.

그러나 석유 매장량이 얼마 남지 않아 다 팔아먹고 나면 그야말로 사막의 모래나 팔고 살아야 하는 게 큰 문제이다.

제조업이나 기간산업도 없기에 모든 공산품, 식량을 다 수입해야 하고 물 부족이 심각하다고 한다.

아라비아반도에서 제일 큰 나라이지만 국토가 온통 사막이라 사람이 살 만한 땅은 얼마 안 된다.

예전에도 인구가 별로 없어서 사라센 제국 이전에는 통일된 국가가 있어 본 적이 없었고 그냥 토후 부족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낙타 끌고 장사해서 먹고살던 헐벗은 동네였다.

그러다가 무하마드라는 사람이 나타나 마호메트란 종교를 만들어 아라비아반도와 전 중동의 역사를 바꾸었다.


아라비아반도는 작은 무역 도시 몇 개 빼곤 허허 사막이고 이슬람의 성지란 빛 좋은 타이틀 빼면 이슬람 세계 내에서 별 볼 일 없는 땅이었다.

자원이라고 모래밖에 없는 나라에서 아라비아반도를 통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석유가 발견되었다.

식민지 상태에서 석유가 발견되었으면 열강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을 텐데 천만다행이었다.

이슬람 극단주의 종주국으로 절대왕정 국가이면서 친미 국가이다.

그런데도 미국 등의 서방 국가에 대한 테러를 뒤에서 지원하는 인물들은 사우디 출신이거나 사우디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교리를 배워간 자들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오사마 빈 라덴이다.


전 국민이 이슬람 수니파를 믿고 종교의 자유가 없다.

개종하면 참수형이나 추방형 둘 중 하나이다.

하루에 5번 메카를 향하여 절을 하는데 그 시간에는 모든 상가가 30여 분 동안 문을 닫는다.

아랍 국가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사우디는 특히 극단적 이슬람 신정 통치로 인권탄압이 아주 심하다.

잔혹한 형벌은 말할 것도 없고 14세 이상 여성은 외출할 때 머리에 검은색 히잡을 두르고 아바야라는 차도르를 둘러써야 한다.

식당에서 가족 외에는 남녀가 함께 식사할 수 없다.

당연히 여성 인권도 형편없다.

이슬람 경전 꾸란에 의한 율법 샤리아를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

형벌 제도는 중범죄자는 사형하고, 죄질이 가벼우면 징역이나 신체 절단형을 선고하며, 나머지는 태형이다.

사형에는 참수형, 투석형, 총살형, 십자가형 등이 있다.

십자가형은 목을 자른 후 십자가에 매단다.

쇼핑몰에서 키스한 남성이 태형 90대에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성폭행당한 여성이 오히려 간통죄로 징역 6개월에 태형 200대를 선고받고, 사우디 여성과 함께 식사하던 외국인 남성이 체포되기도 하는 기가 막힌 나라이다.

이렇게 법이 엄한 탓인지 치안은 아주 좋다.

술을 금지하지만 아주 막는 건 아니다.

자국 호텔에서 제한적으로 술을 팔기도 하며, 이웃 나라인 바레인과 요르단에 가서 술 마시고 오는 사우디인들이 많지만, 그것까지 단속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집에서 와인이나 야자 소주 등을 만들어 마시는 것도 내버려두고 조용히 마시면 암시랑 않다.

그러나 공항으로 술을 가져오는 건 압수고, 외국인이 술 마시고 시끄럽게 하면 잡혀가 채찍으로 맞고 감방에 살다 추방될 각오를 해야 한다.


사우디의 여성 차별은 세계 최고이다.

아동기에는 서구 아이들처럼 비교적 생활이 자유로우나 12살이 넘으면 남자들이 모인 공공장소에 혼자 출입할 수 없다.

가고 싶으면 가족이나 남성 친척과 같이 가야 한다.

심지어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서 옷을 사고 여성 탈의실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외출할 때는 더워 죽겠는데도 전통 의상인 니캅으로 온몸을 가려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신자나 창녀 취급을 받아 종교경찰이 잡아가 처벌한다.

여성들은 낯선 남성과 대화하는 것은 물론 함께 있거나 손을 잡는 것도 안 된다.

그래서 쇼핑몰이나 공공장소에서 남녀가 부부가 아닌 것 같으면 종교경찰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

만약 부부가 아닐 경우 자국인은 곤장 맞고 철창행이며, 외국인도 조 터지고 추방당한다.

여성의 운전 면허도 최근에야 허용됐단다.

그 내면에는 외국인 운전사를 고용해 쓸데 없는 월급을 주느니 자가 운전하라는 말이다.


사우디가 욕먹는 것 중 하나가 수니파 이슬람 외의 다른 종교는 극도로 박해하고 인권탄압을 밥 먹듯이 하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를 포교하는 데 아주 적극적이다.

우리나라의 이슬람교 역사 역시 사우디식 오일머니 포교의 영향이 크다.

한국 이슬람의 상징인 한남동 이태원 모스크도 사우디의 지원으로 지어진 건물이며, 쿠란 번역가와 한국 이슬람 저명인사들 상당수가 사우디 유학파 출신이란다.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에 국왕의 안녕을 빌면서 이슬람교 공부를 위해서 쿠란 한 권 보내 달라고 하면 정말 보내준다고 한다.


종교경찰을 아랍어로 무타와라고 한다.

무타와는 말 그대로 무자비하여 외국인은 물론 사우디인들에게도 악명이 높다.

이들은 몽둥이를 들고 다니면서 차도르를 입은 여성 얼굴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몽둥이로 때리며 경고한다.

메카의 여학교 기숙사에 불이 났는데 입구에서 아바야를 입지 않은 여학생들을 못 나오게 막았다고 한다.

이들은 소방관이나 경찰들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결국 무타와들의 상식 밖의 짓으로 여학생 15명이 사망하고 60여 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당시 사우디 소방관과 경찰들도 어이가 없어서 '사람부터 구한 다음에 입으라고 해야지! 이 나쁜 새끼들아!'라고 격분하였지만 무타와들도 일절 물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경찰이 이들을 처벌할 수도 없었기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피해자 부모들이 이들을 고소했고,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이 종교경찰이 여학생들을 무고하게 불태워 죽였다고 보도하면서 전 세계에서 엄청난 욕을 먹었다.

결국 왕실은 유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섭섭하지 않게 보상했다지만, 죽지 않아도 될 어린 생명과 가족은 어쩌나.

또, 사우디에 치외법권이 있는 미군 기지에서 여군이 더워서 탱크톱을 입고 잠깐 나온 적이 있는데 무타와가 아바야를 입으라고 난리를 쳐 열받은 여군들이 총을 겨누면서 꺼지라고 하니 졸아서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토낀 적이 있다고 한다.

이걸 본 주위에 있던 사우디 사람들도 환호했단다.

사우디 국민은 먹고사는 데는 걱정할 것이 없다.

결혼하고 집 마련할 때 국가에서 대출해 주고 산유국답게 복지가 괜찮다고 한다.

집에서 놀고먹어도 나라에서 돈 대주고 세금도 없어 일하려고 하지 않는 게 문제란다.

그리고 학교에서 기초 과학, 음악, 미술 등은 가르치지 않고 주야장천 코란만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이 큰 문제란다.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1970년대부터 사우디가 유가 상승으로 호황을 누릴 때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하여 우리 근로자들도 엄청나게 많이 일하러 갔다.

빠른 공사 진행으로 큰 호평을 받았고, 엄청난 외화가 한국으로 들어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큰 힘이 되었다.

현대그룹도 사우디에서 많은 수주를 따내 재계 서열 최상위급의 대기업이 되었다.

동시대를 살던 우리 근로자들도 고생한 만큼 월급을 더 받아 살림을 일으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2011년 연말에 라스타누라항 바로 위 주바일에서 한국인 백여 명이 경찰에 잡혀가는 일이 있었다.

술과 돼지고기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나라에서 몰래 돼지고기와 소주로 망년회를 하다가 걸린 것이다.

거액의 벌금을 내고 술과 고기를 모조리 압수당하고 풀려났다고 한다.

또, 한국인 주재 직원이 소주 팩 1박스를 가지고 입국하려다 공항에서 잡혔다.

벌금 내고 뺏기면 그만인데, 그 양반은 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이건 한국 음료수라며 마시는 호기를 부렸다.

자국인이 그러면 채찍으로 때리는데 그나마 외국인이라서 채찍이 아닌 회초리로 일흔 대나 맞고 반병신 되어 두 달 동안 옥살이를 한 다음 강제 추방에 영구 입국 금지가 됐다.

나같이 술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외국인이 사우디에서 사는 건 고단하고 제명까지 못 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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