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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규 May 20. 2024

18년 차 부장의 직장생활 이야기

첫 소회

나는 대기업 18년 차 부장이다. 18년 전에는 최연소 부장이다, 곧 임원감이다 했지만 이제는 고참중에 왕고참 부장이 되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8년 동안 때로는 보직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었다. 어느 날은 팀원으로서 어떠 날은 보직자로서 직장생활을 했었는 때 그때 보았던 여러 케이스를 공유해보고 싶다. 어쩌면 다들 임원을 어떻게 가서 큰 연봉받아볼까? 하는 게 젊은 직장인들의 꿈이겠지만 팀 안에서 소소히 벌어졌던 일들을 통해 나의 감정과 당시로서 바른길은 무엇이었으며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를 나누고 싶다. 그걸 통해서 퀀텀점프를 꿈꾸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순간순간 다가오는 직장에서의 이슈를 대비하고 때로는 같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우리 팀 막내, 장교출신으로 리더십도 있고 일도 잘했으며, 업무태도도 훌륭했던 직원이 나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옆 팀에서 경력급 신입을 뽑는데 불합리한 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들어보니 이랬다. 팀 막내는 장교로서 의무 복무 기간을 마치고 민간회사 경력(3년이라고 치자) 후 우리 회사로 이직했다. 새로 뽑게 될 경력급 신입은 본인과 장교 군경력이 같은데 의무복무 기간 후 군에서 추가 3년을 보낸 후 우리 회사에 들어올 예정인데 자신과 같은 호봉을 부여한다는 게 불합리하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군 장교경력과 민간회사 경력을 같게 보느냐는 게 그의 불합리 포인트였다. 팀 막내에게 먼저 다른 회사 케이스를 알아보겠다고 했다. 2~3개 타 대기업에 지인을 통해 알아보니 그런 사항이 별문제 될 게 없으며, 똑같은 일이 벌어지더라도 동일한 호봉을 부여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뭐 내 예상도 그랬는데 후배입장에선 논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감정상' 납득이 안 되는 문제였다. 고민 끝에 막내팀원을 불렀다.


자초지종 설명 후 타회사 케이스를 설명해 주었다. 그런 후 내 얘기를 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때로는 억울한 일도 횡재한듯한 일도 많을 거다. 이번 케이스에 있어 내가 해주고 싶은 조언은 이 좁은 회사에서 누가 1호봉을 더 받는지, 누가 평가가 좀 나은지에 대해 고민하지 말고 업그레이드된 다른 판에서 싸우기 위해 여기서 '자기 계발'하고 퀀텀점프 하길 바란다고 했다. 나이도 젊으니 그 친구가 들어오건 말건 자기 계발을 통해 연봉 몇천만 원 더 받고 옮기는 것이 당신을 향한 내 바람이라고 했다. 그 경력급신입은 결국 입사하지 않고 막내팀원도 잊은 듯했다.


최근에 회식 후 회사에 들어올 일이 있어 팀을 잠깐 들렀더니 막내 팀원이 무엇인가 공부하고 있었다. '재경관리사' 공부를 하고 있었고, 그다음에는 AICPA (미국공인회계사)를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뿌듯하고 기특했다. 가끔 보니 늘 남아서 공부한다. 내 조언을 긍정적으로 승화한 예이다. 부디 막내가 본인의 목표를 달성하고 더 넓은 그라운드에서 경쟁할 기회를 부여받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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