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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둘리 Dec 31. 2022

12월 31일.

올해가 이제 단 하루 남았다. 이제는 새해가 온대도 설레는 법이 없는 것에 마음의 노화를 체감한다. 어릴 적에는 어떤 포인트에 그렇게 신이 나 두 눈 비벼가며 종소리를 들었을까. 카운트 다운이 끝난 후에도 쉽게 잠들지 못했던 밤들이 있었는데 분명 있었는데 어디론가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소리도 없이.

힘든 1년이었다. 몸을 추스르고 마음을 추스르는데 1년 남짓 걸렸다. 뭔가를 잊기 위해 뭔가를 시작하고 오버해서 전속력으로 달리고 숨을 헐떡이며 벌여놓은 모든 것들을 갈무리하기 바빴던 날들. 그 나날들이 이어져 그저 365번째의 날에 도달한 것인데 돌아보니 내가 뭘 한 건지 잘 모르겠다. 왜 떠오르지 않을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실체 없는 것들을 위해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매일 새벽까지 깨어 있었던 걸까요. 나에게 묻는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퇴근길 아버지가 뒤로 감추어 들고 오신 검은 봉지처럼, 네모난 TV속 볼륨 20의 가슴 웅장했던 제야의 종소리처럼 어렴풋이 기억하는 그 마음으로 다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평균 수명의 삶을 살면서 한 번도 펼치지 않는 책처럼 인생을 관조하는 것은 환상이 아닐까. 이미 많은 것들에 적셔져 버린 얼룩진 축축한 스펀지 같은 마음을 비틀고 쥐어짜 내고 싶다. 그런 후에 새해를 맞이 하고 싶다. 나는 아직 묵은해를 보낼 준비가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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