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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균의 코드블랙 Jan 05. 2024

환자분, 저희가 잘 보고 있어요

   

간단한 수술을 받기 위해 며칠 입원을 한 적이 있다. 나이가 많건 적건 환자들은 의료진이 관심을 더 갖고 본인을 대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고 느끼면 서운하고 화도 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의료진은 적고 환자는 많다. 환자가 서운함(더 많은 경우 화나 짜증을)을 토로하면? 이내 의료진이 이렇게 대답하는 것을 한번씩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환자분, 저희가 잘 지켜보고 있어요!     


임홍의 한림대성심병원 원격환자진료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은 이 말을 실제로 바꾸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임 교수를 만난 건 새해가 되기 열흘 전 경기도 안양 동안구에 위치한 한림대성심병원 별관에서였다. 임 교수는 본인이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을 주도해 완성시킨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한참 싱크의 구조를 듣다 환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가 궁금했다. 임 교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의사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환자에게 굉장히, 굉장히 중요합니다.”     


임 교수는 국내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 권위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차세대 신의료기술을 의료 현장에 적용하는 연구에도 전념해오고 있다. 그는 제한적인 의료 자원과 환경에서 환자들에게 충분한 의료서비스가 제공하고 있지 못한 점이 항상 답답했다.     


“부정맥을 다루는 의사는 과거나 지금이나 적은데, 제가 진료를 했던 환자의 상태를 알기 위해 생체 신호 정보를 원격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데이터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환자의 의료데이터를 저장하고 열람해보는 것이 자유로워졌죠. 물리적 제약이 사라지게 된 겁니다.”   

  

병원에 방문한 환자가 혈압을 잰다. 수개월이 지나 다시 내원해 혈압을 잰다. 그러면 의사는 혈압 변화를 보고 환자 상태를 판단한다. 그 사이에 혈압의 변화가 있었지만, 이것이 충분히 고려되지는 않는다. 수시로 변화하는 환자의 건강정보를 파악하기 불가능한 현 의료 시스템의 한계다. 임 교수는 이것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단편적으로 짧은 순간의 바이탈사인(활력징후)으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지만, 그 시간동안 얼마나 다양한 변화가 있었겠습니까?”     


지난 2019년 맡게 된 국책사업에서 임 교수는 실마리를 찾았다. 사업은 응급환자 이송 과정에서 환자 생체정보를 의료진이 확인 가능한 시스템 개발이었고, 사업에 참여한 기업과 임 교수는 의기투합해 이듬해인 2020년 병원-기업 간 MOU가 체결됐다. 새로운 시스템 개발이 물꼬를 튼 것이었다.     


“기업이 개발한 센서를 환자에게 부착하고, 측정된 환자 데이터 처리를 게이트웨이(다른 네트워크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네트워크 포인트)를 통해 데이터를 의료전용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시키는 방식으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시스템으로, 물리적 제한을 없애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봤어요.”     


환자는 심전도·체온·산소포화도·혈압·호흡수를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게 된다. 10그램에 불과한 센서는 환자의 생체신호를 게이트웨이로 전송하고, 이는 다시 의료전용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다. 그러면 의료진은 유의미한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전자의무기록(EMR)에 기록하게 된다. 특히 생체신호는 실시간으로 측정된다.     


현재는 간호사가 환자의 바이털사인을 잰 이후 이를 EMR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측정과 입력 사이에는 적잖은 시간차가 발생하고, 오류 발생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의무기록의 신빙성과 직결된다. 시스템은 바로 이 오류를 해결한 셈이다.     


“시스템은 측정된 환자 정보를 곧장 EMR과 연동, 실시간 기록해 의무기록의 신뢰를 높이고 데이터의 오류 발생 가능성을 없애죠. 불필요한 업무가 줄어들면서 간호사들은 환자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지금까지 총 3단계의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심전도와 체온패치로 시작해 산소포화도 측정이 진행됐다. 내년 초 완료될 세 번째 업데이트는 환자 동선 추적이다. 시스템은 한림대성심병원 별관에 상황실이 설치됐고, 본관 13층 스마트 병동 내 간호데스크에 싱크 플랫폼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또 본관 7층 병동에 이어  강동성심병원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의료진은 앱을 통해 환자 생체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최대 몇 명의 환자를 커버할 수 있는지 묻자, 임 교수가 이렇게 답했다. “서버 용량에 달렸지만, 무한대의 환자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업무, 해결할 수 있다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이 발달하면서 의료현장에도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한 각종 신의료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관건은 의료진의 업무 효율 극대화다. 반복적이고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의료진이 환자에 더 집중토록 하기 위해서다.     


업무 효율화와 일괄 관리 필요성에 대한 니즈가 나오자 해외의 의료기기 제조사들은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선보여 왔다.      


하지만 환자는 활력징후(바이탈사인) 측정을 위해 몸 여기저기에 센서를 부착해야 하고, 스마트폰보다 큰 리시버까지 지녀야 하는 탓에 사용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가격도 비싸고 플랫폼도 변경해 사용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국산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임홍의 교수는 자신이 기업과 의기투합해 완성한 시스템이 외산 제품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자평했다. 환자 편이성이 높고 물리적 제한도 없으며, 의료기관별 호환 및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외산 제품보다 저렴한 것도 강점.      


“시스템은 보안된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환자 데이터를 물리적 제한 없이 확인 가능합니다. 의료진은 퇴근 이후에도 전화로 환자의 상태를 전해듣는 것이 아닌, 싱크 플랫폼 앱을 통해 실시간 환자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그램의 무게밖에 되지 않아 환자들의 불편함이 거의 없습니다.”    

 

건강정보(의료데이터) 활용을 두고 매번 지적되는 부분은 선제적인 데이터 표준화가 시급하다는 점이다. 데이터의 무결점성에 따라 이를 바탕으로 학습하는 AI의 예측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보유한 의료데이터를 두고 갑론을박도 나온다. 데이터의 신빙성이 낮아 이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만들어도 효용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한 의료데이터 연구자는 나에게 “같은 병원 내에서도 진료기록 작성 방식이 달라서 쓸 만한 데이터를 뽑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고 귀뜸하기도 했다.     


임홍의 교수가 개발을 주도한 시스템은 데이터 순수성 차원에서 잠재적 가능성을 갖고 있다. 환자의 바이탈사인 실시간으로 기록되면, 데이터의 무결점성을 확보할 수 있다.  

   

“병동에서 의료인력이 측정한 환자의 값과 이를 입력한 시간차가 클 경우,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향후 질환에 대한 예측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의료데이터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이를 통해 알고리즘을 만들어도 정확성은 낮겠죠. 각 병원에서 생산하는 데이터가 싱크 방식으로 실시간 기록돼 정확해진다면 이를 토대로 완성한 알고리즘으로 상당한 정확성과 높은 예측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아울러 이 시스템이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더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초 환자의 몸에 센서 부착할 때를 제외하면 환자와 대면접촉할 필요 없이 바이탈사인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항생제 내성균주 환자의 격리병상에서의 테스트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최초 센서 부착 이후 의료진은 원격으로 정확한 심박수·체온·혈압·산소포화도·호흡수 변화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를 통한 감염 위험성이 큰 의료진 안전관리와 병원 내 감염 최소화에 효과적이란 것이 증명됐죠.”     


현재 싱크 플랫폼에 관심을 갖고 도입을 고려하는 의료기관들이 늘고 있다. 아예 간호사들이 찾아와 교육을 받고 가기도 한다. 임 교수는 앞으로 한 번에 다양한 바이탈사인 측정이 가능한 ‘올인원 타입’의 센서 개발에 나설 작정이다. ‘자동판독’이 가능하도록 고도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는 환자에게서 이상 신호가 발견되면 의사가 데이터를 보고 판독을 하는 방식이지만, 만약 알고리즘을 통해 상세한 자동판독이 이뤄진다면 어떨까? 환자 상태가 좋은지와 나쁜지를 판단하는데 의사인력과 시간의 허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즉각 및 선제 대응이 가능할 시간을 벌게 된다. 임 교수는 “해외 제품 대비 월등한 제품을 만든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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