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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Aug 19. 2023

프로는 멀리 있지 않다

"안녕하세오!!" 


"어이!! 헛! (거수경례)"


동네 교차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오토바이 기사 두 분이 다른 방향에서 운전하며 오다가 서로를 알아보고는 지나가면서 시크하고 씩씩하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하루종일 비 내리고 있는 어느 날 저녁이었고 더운 열기와 비가 만나 눅진해진 공기는 불쾌지수를 한껏 끌어올려놓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깟 비, 그깟 더위쯤이야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우렁찬 인사로 서로에게 에너지를 나누며 지나쳐 각자의 길을 갔다. 마치 운동선수들이 경기 뛰는 중에 하이파이브하는 것처럼. 저런 마음가짐과 태도라면 배달도 멋지게 완수하실 것 같다. 


배달기사를 떠올리면 속도와 시간에 쫓기고 찌든 모습이 먼저 그려지곤 한다. 열에 일곱 여덟 번은 그런 모습이다. 하지만 어쩌다 만나는 한 두 번의 기사님들은 다르다. 유독 정중하면서 클리어하게 오더를 확인하거나, 무엇엔가 신이 난 듯 즐겁게 픽업해 가시는 분을 볼 때면 오늘도 쳇바퀴 속에서 무미건조하던 내 시간에 종이 울리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분들은 배달직종도 서비스직임을 확실히 인지하고 오더 접수부터 태도가 다르므로 프로다운 면모가 느껴지는 것이다.


얼마 전 비 오는 날 치킨을 배달해 준 중년 기사님은 젖은 우비와 헬멧 안에서도 환하게 웃으며 맛있게 드시라고 말씀해 주셨고, 어떤 젊은 기사님은 본인이 배달 인증 사진을 남겨야 해서 죄송하지만 물건 받은 손 한 번만 찍겠다고 양해를 구하며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그 젖고 더운 날에도 그렇게 일하는 분들이라면 날씨 따위로 핑계 대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프로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정신이 든다. 알지만 쉽게 잊게 되는 일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배우는 찰나에 나도 이왕이면 힘이 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어렵지 않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하는 것. 미소 짓는 것. 좋은 인사. 작은 친절. 내가 받으면 좋은 것을 그대로 행하면 된다. 나도 힘이 나고 타인에게도 좋은 기운을 전해준다면 나 또한 프로다.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주인공은 더 이상 과거로 가지 않아도 되는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하고 시간여행을 멈춘다.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아름답게 사는 것. 뻔한 이야기지만 인간은 과거로 갈 수 없고 인생은 한 번 뿐이므로 사는 동안 추구해야 할 것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작지만 프로다운 면모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만들기에 손톱만큼 일조해 보자. 


사진: Unsplash의 Nikolas Noo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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