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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May 23. 2024

열심히 쓴 일기에 문제가 있었다

매일 아침 일기를 쓰던 날들이 있었다.


아침에 일기를 쓰면 뭔가 마음이 안정되고 긍정적인 마음이 생겨 더 잘하자, 앞으로 이렇게 하자 으쌰 으쌰 하게 되어서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일기 쓰는 일이 뜸해졌다.


왜 일기를 쓰지 않게 되는 것일까 생각해 봤다.


주로 나의 일기는 어떻게 할까,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하는 생각들이 담겼다.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을 기저에 깔고 앞으로 어떻게 해서 어떻게 나아가겠다는 희망만 자꾸 담아냈다.


여태껏 그런 희망을 두고 '긍정적인 마음'이라 착각해 왔던 것 같다.


현재에 감사하고 나의 지금을 아끼며 즐기는 게 아닌, 지난 과오 또는 미래 위주의 끄적임을 하면서 일기 쓸 때마다 나에게 계속 숙제를 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숙제들은 정말 내가 끄적인 대로 해나가지 않으면 부질없었다.


이상은 높고, 이상을 향한 마음은 큰데 그에 비해 현실은 낮고, 실행력은 작았다.


일기에서는 희망을 쫓는데 현실에서는 실망이 쌓이게 되는 구조에 나를 세워두는 꼴이었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 날부턴가 나도 모르게 일기 쓰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진 것 같다.


일기장을 열면 지금의 나를 부정하고 또 다른 나를 원하고 바라는 말들을 늘어놓을 것 같았다. 매번 그런 무드의 문장들을 일기라고 써넣고 있는 나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일기가 쓰고 싶다. 나를 기록하는 행위를 정말 잘해보고 싶다.


이런 나에게 필요한 건, 오늘의 나와 나의 오늘에 집중하고 사랑하는 것.


그저 오늘을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잘 지낸 하루들이 쌓여 내가 되는 것이지 오늘을 외면하고 다른 나를 찾으려 한들 내일 더 잘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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