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여름휴가를 다녀왔더니 7월에 받은 건강 검진 결과가 우편으로 왔다.
올해는 다른 해와 다르게 조금 걱정이 된 부분이 손발이 저리고 운동도 하지 않았기에 아무래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콜레스테롤이 올라가서 약을 먹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걱정으로 검사 결과지를 열어 보았다.
종합소견에 이제껏 보지 못 한 긴 문장들이 있었다.
한 문장씩 읽어 내려가면서 이건 괜찮고 이건 예상했고 읊던 중 '이 부분은 뭐지?' ca19-9와 ca125 수치가 정상 범위를 조금 넘었다. 이제껏 보지 못 한 단어들에 의해 생각은 잠시 멈춘 후 다시 문장을 계속 나갔다. 외래 진료 후 필요한 경우 추가 검사 요한다는 문장이었다. 세부 사항 페이지로 가니 종양 지표검사로 췌장과 난소에 이상이 있을 때 범위가 넘을 수 있음을 알았다. 이때 시간은 새벽 한 시. 여행 후 피곤함과 졸음은 달아나가고 빠른 검색이 이루어졌다.
췌장과 소화기관 그리고 난소 관련 암들과 관련된 지표로 꼭 수치가 넘는다고 암인 것은 아니고 다른 영향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난 원하지 않았지만 무서운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외래 진료를 받을 만한 곳을 찾던 중 친구의 소개로 모 병원에 예약도 하지 않고 방문했다. 예약제로 이루어졌으나 그날은 조금 기다린 결과 추가 검사를 내과와 산부인과에서 받았고 5일 이후에 결과지가 나왔다.
5일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가족이었다. 나의 삶에 내가 없이 남편과 자식이 살아갈 생각을 하니 저절로 눈물이 났다. 이런 생각은 수시로 났지만 모른 척하고 퇴근길 셔틀버스에서 드라마의 슬픈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러내렸다.
하지만 나의 이런 마음은 남편과 소수의 한두 명을 제외하고 알지 못했다. 실망과 세상이 그렇구나라는 두 생각이 교차하였다.
아, 자신의 일이 아니면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나 역시 타인의 아픔에 얼마나 공감했는가를 되돌아보았다.
나의 절망과 슬픔과 공포가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을 때 그 사람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나는 명리를 배우고 공부하는 사람이다. 명리를 통해 건강도 진단할 수 있다. 다만 모든 학문이 그렇듯 항상 연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분야가 많다. 많은 케이스와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그럴 때의 음양오행은 어찌 흘렀는지를 파악하고 가설을 세우고 지켜보고 결론을 내리고 이런 순서의 반복이다.
어쩌면 나에게 미션을 주는 것이 아닐까? 평소 건강을 연구하고 싶었으나 바쁜 업무로 차일피일 미루니 공부하라고 연구하라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라는 뜻이 아닐까? 사람들의 힘든 마음을 조금 덜어주라는 그런 뜻이 아닐까?
사람은 계기가 있어야 결심을 하는가 보다. 건강, 직업, 연애, 궁합 등 어떤 쪽을 연구 좀 더 깊게 연구할까를 정하지 못하고 있던 나에게 건강과 직업으로 결론을 내리게 하였다. 직업이 들어간 이유는 업상 대체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직업처럼 우리 삶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곳도 없다.
지금의 지식으로는 단편적이다. 신금은 갑상선, 면역력, 호흡기, 소화기관, 부신 을목은 자율신경, 신경계, 위경련, 근육, 틱장애... 이제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