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껍질의 이야기

바다 앞의 반성문

by By Bom

강릉의 해변은 무한겹의 파도로 얼굴을 헹구는 중이었다.

모래사장에 모여 앉은 조개껍데기들과 돌멩이들은 자신의 모서리들을 파도에 녹여보내고 허옇고 순한 얼굴이 되었다. 보라색 홍합 하나를 집어 드니 짭짤한 눈물 냄새가 났다.

등고선 무늬로 퇴적된 삶은 천천히 다시 허물어지고 있었다. 껍질 모서리를 일부러 꽉 눌러보았다. 아프지 않았다.

축축한 눈물은 손바닥에 금방 스며들었다.

보송하게 마른 얼굴들을 주머니에 넣으니 저희끼리 잠깐 웃는 소리가 들린다.


바다가 자기 생명들을 다시 천천히 불러들이는 동안 모래들은 바스스 몸을 떨며 파도와 몸을 섞었다. 시간은 단호하게 다가오고 물러서고 다시 내려치고 스며내린다.

엄중한 침식의 세계 앞에서 뾰족한 내 속의 모서리들을 본다.

조개들 앞에 면목이 없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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