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잠재우는 회색
Giorgio Morandi_Natura morta(still life), 1946La Galleria Nazionale
적막한데 외롭지 않은 그림
흰 커튼을 통과한 빛이 안개처럼 공간을 촘촘하게 채우고
아무것도 내가 놓치지 않을거야 약속해주는
일상의 그 가볍고 무의미한 그 순간을 부둥켜 안는
그런 그림
다정한 붓질과 숨결이 내 살결도 쓰다듬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무것도 없어. 라고 조용히 말하는 그림
저기 구석의 그늘도 하얀 그릇도
여기 너를 위해 있다.
이것이 존재하듯, 너도 존재한다
그것만은 확실하지
그러니까. 떨어질까 두려워 마.
맑은 날은 괜찮다
그러다가
그런 날들을 건너다가 틈에 빠진 어떤 날, 허공을 딛는 순간
얼른 쳐다보고 붙들 수 있는 그림
숨 쉴 파란 그늘과 얼굴을 묻을
이불 속 같은 그림이 필요하다
Giorgio Morandi_Natura morta(still life), 1946La Galleria Nazionale_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