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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도비 Feb 11. 2024

고도로 발달한 무지출은 환경운동과 구분할 수 없다

소비 줄이려다 얼떨결에 환경운동하게 된 사람?



"고도로 발달한 무지출은 환경운동과 구분할 수 없다."

소비 줄이려다 얼떨결에 환경운동하고 있는 직장인

2023. 01 ~ 현재진행 중 




'플렉스'에서 '무지출'로 소비의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다. 소위 말하는 유행템이 잘 안 어울리는 외모 때문인지 플렉스는 하고 싶어도 잘 못하는 슬픈 이유로 플렉스의 시류는 따르지 못했다. 아니 어울려야 살 거 아닌가. 그래서 그냥 안 쓰기만 하면 되는 상대적인 무지출은 쉽게 따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금리 인상이 막 시작했던 작년의 새해 다짐은 세 가지였다. 택시 타지 않기, 옷이나 물건은 최대한 당근마켓에서 사기, 다 못쓴 물건이 있으면 끝까지 쓰기. 이 다짐들만 놓고 보면 꽤나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다른 데서 돈은 썼을지언정, 이 세 가지에서는 돈을 확실히 아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이점도 있었다. 나는 돈을 아끼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고 보니 환경운동과 다름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비를 줄이는 것은 쓰레기를 줄이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만 좋자고 시작한 일들이었는데 지구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도 쭉 이어가 보고자 한다.



01


술 마시고 대중교통 타서 귀가? 안될 건 없지. 의지의 문제더라.

택시

기간: 2023년 1월부터 지금까지 / 택시 탄 횟수, 비용: 1번, 18,000원


출처: 알뜰교통카드앱


직장을 다니고 나서 생긴 안 좋은 버릇 중 하나는 바로 택시였다. 힘들게 일한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미명 아래 너무 쉽게 30분가량의 시간에 만 원 이상의 돈을 태웠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이던 게 나중에는 일주일에 서너 번 가까이로 늘어났다. 쉽고, 편하고, 그리고 심지어 빠르기까지 하니 중독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출을 줄이고자 했을 때, 가장 먼저 다짐했던 게 바로 택시다.

때마침 작년에 알뜰교통카드가 등장해 이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앱을 켜서 출발과 도착을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매일 했다는 도장처럼 느껴져 꾸준히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아무리 늦게 술자리가 끝나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딱 한 번 택시를 탔는데, 이건 막차 시간을 놓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올해는 기후동행카드로 한 번 도전을 이어가 보려고 한다. 택시는 한 번도 안타는 게 목표!




02


저한테는 당근이 무신사고 백화점입니다.

당근마켓

거래 물품: 폰케이스, 옷 / 총비용: 16,000원


출처: 당근마켓 앱

요즘 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지만, 그래도 체감상 가장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 옷값이다. 인터넷 쇼핑몰도 더 이상 저렴하지 않다. 자체 제작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이건 백화점 브랜드 가격이 아닌가 싶어 진다. 그렇다고 백화점에 가는 순간 내가 있는 층이 2층인가 헷갈린다. 명품관도 아닌데 겨울철 겉옷이 백만 원을 넘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는 입은 지 몇 년이 지난 롱패딩으로 추위를 이겨냈다. 숏패딩이 대세라지만 나는 숏패딩 대신 무지출이라는 대세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대신 당근마켓에서 따뜻한 목폴라 니트를 만 삼천 원 주고 구매해서 잘 입고 있다. 그리고 휴대폰 케이스가 망가져서 3천 원짜리 케이스도 당근에서 득템 해서 잘 쓰고 있다.

딱 원하는 상품이 없을 때도 있어 불편하긴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물건을 만나는 것도 당근의 매력인 것 같다. 올해도 요긴하게 써볼 예정이다. 어떤 물건을 또 우연히 만나게 될까.




03


새해 다짐은 마음으로 하는 것

다이어리

제품: 2023년 배스킨라빈스X로이텀다이어리  / 금액: 약 8,900원


출처: 개인소장


새해, 새 마음, 새 계획. 새로운 것은 늘 설레는 일인 동시에 뭔가 거룩한 면도 느껴져서 꼭 도구들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항상 한 해를 다 채우지도 못하면서 새해가 되면 새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울 때도 새 노트를 샀고.

작년 2023년을 맞이하면서 배스킨라빈스와 로이텀이 콜라보한 다이어리를 샀었다. 앞부분은 달력이지만, 대부분의 내지는 모눈으로 되어있어 내 마음대로 꾸밀 수가 있었다. 작년 한 해 12월까지 꾸준히 썼지만 내용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뒷부분이 많이 남았다. 새 다이어리로 시작하고 싶기도 했지만, 다짐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고, 실천은 행동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그냥 다이어리는 적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이어리를 계속 이어서 쓰고 있다.

비록 만 원도 안 되는 돈을 아낀 것이지만, 돈을 아꼈다는 것보다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은 것, 있는 물건을 끝까지 잘 쓰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일들이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나에게 더 큰 의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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