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하나 Mar 01. 2022

2월을 함께 한 열세 권의 책

서평 비스므리

1.

개학이 하루 남았다.ㅆㅂ


이날이 되면 어김없이

안+초초+긴장+후회+예민+짜증


그래 나 쫄보 교사다.

15년 차인데도 이러니 어쩔.



다리를 사정없이 떨고 있으나

떨고 있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고 있다.

수능시험수험생이 된 만 같다.

 

하루남은 밤.


아이를 재우고

이 소중한 시간을 어찌 쓸까. 하다가


방학을 함께한 책들을 어루만져본다.



2. 심야책방 


방학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책 읽는데
시계 보지 않아도 될 때
그래서
완전한 몰입을 경험할 때




혼자 깨어 있는 새벽에

책 한 권을 골라 다.


오늘은 너다!


그 어떤 방해도 없이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그 순간.


그 아찔함 사랑스럽다.


시계를 모르는 아이들은

매초를 이렇게 사는 걸까?


그렇다면

다시 시계 보는 법을 잊어버리고 싶다.


<경찰관속으로>, <애도의 문장들>, <밝은 밤>


(feat. 엘레강스 시계.

학부모님들께서 결혼 선물로 사주셨다. 내 취향은 전혀 아니지만, 추억으로 인해 최애 템이 되었다)


밤 10시 정도부터 시작해서

새벽 1시 40분,

어떤 날은 새벽 2시,

어떤 날은 새벽 2시 40분까지 이어졌던 심야책방.


- 밝은 밤- 별 다섯. 작가 인정. 재밌다. 아프다.

- 경찰관 속으로 : 실제 초짜 경찰관이 쓴 슬프고 화나고 속상하고 난감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업무일지. 

- 애도의 문장들: 그냥저냥. 아빠의 죽음에 대해 딸이 쓴 책, 그런데 죽음에 관한 책은 꼭 지나치지 못하고 다 읽게 된다. 상하게 죽음에 끌린다.

 



이 외에도 나와 야를 함께했던 책들을 소개한다.  


이슬아 최근작 두권



<창작과 농담> 책 뒷표지



<새 마음으로> 책 뒷표지

부러우면 지는 건데...


부럽다!!




일단 글을 잘 써서 엄청 부럽고,

기획력이 부럽고,

책이 예뻐서 부럽고,

1인 출판사를 하고 있는 것도 부럽고,

내 장래희망인 인터뷰를 이렇게 쓱~쓱~ 쉽게 해내어 책을 줄줄이 비엔나로 내고 있는 삶이 부럽고,

그런데 제일 부러운 것은

탈 코르셋 운동의 일환으로 하는 건지 어쩐지 모르겠는데 

노브라로 일상을 사는 용기가 부럽다.


나도 가슴 없기로는 올림픽 금메달 감인데

그래서 보여줄 것도 없는데

아직까지 용기는 못 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감동받은 점은

단연코 '이슬아 평면 가슴 노브라'다.


장기하와의 인터뷰에서 이슬아의 패션


나는 그날 밤

책에 빠진 것일까

노브라에 빠진 것일까.


책 속의 모든 노브라 패션을 보고 또 보았다.  

(노브라를 센스 있게 하려면 저런 옷을 사야 하는가. 저 옷은 어디서 사야 하는가. 저 옷을 산다 한들 나는 과연 어디서 저 옷을 입을 수 있을까.  해외에 나갈 때나 입어볼 수 있을까. 해외는 언제쯤 나갈수있을까)


그러다 시간이 남아서 장기하 걱정도 하고.

(장기하는 과연 맞은편 이슬아의 노브라가 진짜 괜찮았을까)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 네가


어쨌든,

반짝이는 인터뷰집을 읽으니

내 안에 인터뷰에 대한 사랑도 다시 반짝다.


평생 

주위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는 인터뷰어로 살고 싶다.




3. 경건한 마음으로

숙제처럼 읽은 책



은유 작가의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은유 작가가 이 책을 썼다는 것을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

피하고 또 피하고 피했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또 밀리고 밀렸다.

현실을 보고 싶지 않았다.


구질구질하고 답도 없고 화날 텐데 뭐



그러다 결심하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읽었다.


역시나 이런 책은

내 약소한 경험과 생각을 "찢어" 넓힌다.


읽는 동안 힘들었다.


막막하고 답답하고 한숨이 나오고 안타까웠다.


 중에

황송하게도 내 경험이 찢어 넓혀졌다. 


이런 글을 읽는 것도 힘든데

기획하고 쓰고 출판하는 작가에 대해 생각했다.


직시하는 것도 실력이구나.


삶의 실력.

작가의 실력.

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4.  표지만으로 자극이 되는 책




정복하려 했지만

겉만 핥았다.


솔직히 표지만 핥았다.


야심 차게 저 국산 핑크 밴드도 샀지만

며칠 만에 아들의  노리개가 되고 만다.    


그래도 팬심은 남아있어서

부엌 한 귀퉁이 책을 세워놓다.


표지를 보기만 해도

내가 여기~ 저기~과 어깨를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더라.


그럼 되었다.



표지를 매일 핥자





5. 자식 공부에 대한 공부 


내 아이를 실험대상으로 하여

이런 류의 책들도 꽤나 지속적으로 읽고 있다.


물론 읽어보고 이것저것 시켜보도 하는데,

호기심을 따라 살아 일상이 하도 난잡하니

뭐 하나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고

내 취미에 그곤 한다.


나의 어떠함과 상관없이

준이는 his way를 가고 있는 듯.


그렇게 믿고 싶다.




6. about 비폭력대화

왼쪽 책은

현재 한 챕터씩 독서모임을 하고 있고,


오른쪽 책은

100일 동안 하여 2월에 끝을 보았다!


마지막 장을 써내려갈 때 얼마나 신이 나던지!

100일째 욕구 - 놀이!



비폭력대화 책들은

성경 다음으로

신묘막측한 주제들을 다룬다.


배울수록 빠져든다.


아주 재미있는 놀잇감을 하나 갖게 된 느낌이다.


늙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계속 가지고 놀면

재밌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7. " 순한", "완전한", "중요한 것만 남기는"

뭐 이런 문구가 들어간 책들도 지속적으로 읽고 있다.



나 진짜~
단순하게 살고 싶어.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싶어.



내 딴에는 간절함을 담아 내뱉은 말이었다.  


그런데 친한 동생의 대답이 가관이다.


언니?

몇 년 전에도 똑같은 얘기한 것 같은데요?
그 몇 년 전에도요.



팩트 폭격이 큰 도움이 되었다.


나라는 존재가

몇 년 전의 몇 년 전과도 별 변화가 없는가 싶어 부끄러워졌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한 가지를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적어도 일관성은 있구나.

방향성은 있구나.


내 삶.


그렇다면

괜찮겠구나.


'갈지'자로 걸어도  방향으로 가기만 하면 되지.



읽고 있는 책을 통해
나를 본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고싶은지

Thanks, Book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