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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Lee Dec 10. 2023

어쩌다 집짓기 - 7

2. 집 짓기의 두 번째 단계 설계

1. 흙 한 삽 파기도 전에 집의 90%는 완성되어야 한다.

  지어진 집을 사려다가 포기하고 내 취향에 맞는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면 가장 먼저 땅을 사야 한다. 그다음엔 설계, 시공,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하자보수 등 관리의 단계가 있다. 이 책은 그 순서대로 목차를 정해 썼다. 지금까지는 내가 어떤 이유로 도심의 택지개발지구에 땅을 샀는지 설명했다. 이제는 토지 구입 후의 단계인 설계를 어떻게 진행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집 지을 때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 경우 여유자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첫 집을 짓다 보니 비용이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 집을 완성할 때까지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그 하나만 생각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심장이 쫄깃해지는 날이 많았다. 토지는 주택과 달리 감정가의 70% 정도를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여기서 감정가는 보통 매매 시세의 90%가 나온다. 예를 들어서 토지 매매 시세가 1억이라면 9천만 원이 감정가라는 뜻이다. 시세가 1억에 감정가 9천만 원. 그러면 금융기관에서는 9천만 원의 평균 70% 정도를 대출해 주니까 6400만 원 대출해 준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게 계산하면 실제 토지 구입비의 64%를 대출받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내 경우 토지 총구입비의 60% 정도를 대출을 받았다. 부족한 나머지 40% 금액은 살고 있던 집을 전세로 주고 경기도 광주시 외곽의 조그만 집으로 이사를 가서 해결했다. 

  일단 토지 구입비와 공사 계약금에 1차 중도금을 치를 비용 등 어느 정도 자금이 확보되고 나면 집 외관을 어떤 자재를 사용하여 어떤 디자인으로 만들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건축 견적의 차이가 커진다. 건축주가 주택의 외장재를 어떤 재료를 사용하여 어떤 디자인으로 하겠다 하는 결심이 서야 건축설계 상담이 구체화된다. 집을 짓기 위해서 최소 세 군데 이상의 시공사와 상담을 하고 견적을 받아 보는 게 좋다. 그렇지만 그때 받아 보는 견적이라는 것이 나는 어떠 어떠한 디자인의 외관을 가지고 방은 몇 개 욕실 몇 개가 있는 몇 층짜리 집을 짖고 싶다는 식의 구체화된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보통 평단가를 이야기한다. 한 평 짓는데 얼마 들었다 하는 개념이다. 집에 대한 디자인이 정해지기 전에 말하는 평단가는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다. 내가 집 지을 시공사를 정하기 위해 업체를 찾던 2019년 봄에는 중간 정도 금액의 외장재를 사용하고 3인 가족을 위한 집을 지을 경우 평단가 500~700만 원 이야기를 했었다. 지금은 코로나로 힘들었던 3년을 보낸 이후 2023년 12월. 인건비 자재비가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라서 평단가 1000만 원 이하로는 주택 건축 자체가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내가 적절한 타이밍에 집을 잘 지었나 보다. 

  건축 평단가가 이렇게 급등하다 보니 땅만 사두고 집은 천천히 시간을 두고 지어야겠다 생각했던 분들은 집을 짓기가 더 막막해진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해도 집이 필요한 사람은 어차피 집을 지어야 하니까 건축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집을 작게 짓기. 저렴한 내외장재 쓰기. 건축주가 직접 공사에 노동력을 제공하기. 뭐 이런 방법들을 동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집 지을 때 인테리어 디자인은 직접 했다. 콘크리트 주택인지 목조 주택인지... 외장재를 뭘로 사용할 건지... 집을 지을 토지의 상태는 어떤지... 몇 층 주택을 지을 것이며 주차장은 지하 벙커를 넣을지... 필로티를 만들지... 이런 부분에 대해 건축주는 시간을 들여 고민을 하고 디자인을 미리 정해 두어야 한다. 나의 경우는 땅을 보러 다니면서 전원에 지어진 주택들을 만나면 사진을 찍어 두었다. 찍어 온 사진들을 가지고 이 집은 어떤 외장재를 썼는지 네이버 검색을 해서 그때그때 기록을 해 두었다.              

주택단지들을 돌며 직접 촬영한 다양한 단독 주택의 외관

  마음에 드는 동네에 위치한 주택가 단지들을 발품을 팔며 직접 눈으로 살펴보는 게 좋다. 같은 동네 같은 집이라도 사계절을 다 다녀보는 것을 권한다. 집을 많이 보러 다니면 반복적으로 눈에 들어오고 오랫동안 마음속에 생각나는 집이 있을 것이다. 이 집도 이쁘고 저 집도 이쁘다. 다 이쁘다. 아직 이렇다면 더 많은 집을 보길 바란다. 수십 채의 집을 보다 보면 내가 주로 어떤 외관을 가진 집 앞에 오랫동안 서 있고 사진을 찍게 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운이 좋아서 그 주택의 거주자를 만나게 된다면 집을 지을 계획이라고 말을 건네며 궁금한 점들을 물어도 좋다. 건축주는 집을 지은 뿌듯함이 남아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새 집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대부분 친절하게 대답해 줄 것이다. 

  내 경우는 정원이 이쁜 집에 시선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집 짓는 일은 매 공정 매 단계마다 비용과의 전쟁이다. 제한된 금액을 가지고 원하는 모든 외장재를 다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값비싼 외장재라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모여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방이나 거실 같은 곳에는 비용을 충분히 쓰고 집의 외관은 가성비 좋은 자재를 써서 최소한의 비용을 들이는 것을 권한다. 집을 짓고 살다 보면 집 외부는 의외로 유행을 많이 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예쁜 외관에 신경을 쓰다 보면 단독주택의 복병인 단열과 누수에 취약해질 수 있다. 이를테면 천창을 설치한다거나 중정을 만드는 경우를 말한다. 천창이나 중정 썬큰 등은 집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지만 누수가 생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점이다. 창호나 내벽 바닥 단열재 등 기본 구조에서는 비용을 많이 줄이기 어렵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얇은 창호를 쓸 수도 없고 품질이 낮은 얇은 단열재를 쓸 수도 없는 일이다. 입주해서 살면서도 덧붙이고 떼어 내기가 비교적 쉬운 외장재에 비용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많은 집을 보러 다니면서 눈에 계속 밟히는 집을 골라냈다면 그 집의 사진을 가지고 건설업체 시공업자를 찾아보기 시작하면 된다. 목조 주택인지 철근 콘크리트 주택인지 결정을 해야 건설업체를 정할 수 있고, 평단가를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1장의 7번에서  나의 집의 대강의 구조를 이야기했다. 1층은 필로티여서 계단실만 있다. 2층은 주방과 거실만 넣었다. 가족들이 식사를 하고 손님이 오시면 접대하는 넓은 공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에 2층에는 방을 넣지 않았다. 건식세면대와 간단한 샤워를 할 수 있는 작은 욕실만 두었다. 신발을 벗지 않고 입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단단한 재질의 바닥재를 사용하기로 했다. 남쪽으로 난 넓은 테라스를 가장 많이 사용할 공간으로 계획하고 디자인했다. 3층은 나와 남편이 사용할 공간이어서 메인 침실 하나에 드레스룸 욕실 작은 거실을 넣었다. 계단실 옆엔 세탁실을 넣어서 세탁된 빨래를 베란다에 들고나가 널기 쉽도록 동선을 계획했다. 요즘은 세탁기와 함께 건조기도 많이 사용하지만 건조기에 넣으면 안 되는 의류들도 많고 대부분의 면 의류는 건조기에서 조금씩 수축현상이 일어난다. 세탁 동선이 좋으면 햇빛 좋은 날 탈탈 털어 빨래 너는 행복감도 있으니 세탁실의 위치는 외부에 빨래를 널기 좋은 테라스나 베란다 가까이에 두는 것이 좋다. 세탁실에는 보일러를 깔아서 비 오는 날이나 겨울에도 빨래가 잘 마른다. 세탁실에 간단한 주방 시설을 들여놓아서 애벌빨래하기 좋고 3층 테라스에서 바비큐를 할 때 그릇을 가지러 2층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 4층은 아들이 사용할 원룸 공간으로 만들었다. 4층에도 주방을 넣어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간단한 조리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4층에는 서쪽으로 테라스를 냈다. 노을을 보기 좋은 공간이다. 층마다 보일러를 따로 넣었다. 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바로 더운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빨리 더운물을 쓰려면 보일러의 위치가 욕실의 위치와 가까워야 한다. 더운물을 쓰기 위해 버려지는 물도 아깝고 더운물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워서 층마다 별도의 보일러실을 만들었다.

  샤워하기 위해 보일러의 온수 기능을 켜고 몇 분간 기다리고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급탕’이라고 부르는 온수 기능은 샤워 이후에 문제가 발생한다. 샤워를 마치고도 온수 스위치를 안 내리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어릴 적엔 샤워하고 급탕으로 돌려놓은 보일러를 안 껐다고 많이 혼나면서 자랐다. 요즘의 보일러는 더운물을 틀면 보일러가 돌아가고 더운물을 안 쓰면 보일러가 자동으로 꺼진다. 이 간단한 걸 그 시절엔 왜 그리 혼나면서 살았는지...

  내가 집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두 가지였다. 첫째 전망이 좋을 것. 둘째 계단을 외부로 따로 내어 각 층마다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 2층과 계단실에서는 신발을 벗지 않고 사용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2층 공간에서 신발을 신고 있기 때문에 발이 시리지 않아서 겨울철 실내 온도는 14도로 맞춰 놓는다. 난방비가 매우 절약된다. 2층 테라스에는 화목난로를 두어 인테리어 효과를 주면서 부족한 난방을 해결한다. 세부 설계는 시공사에서 하는 것이지만 어디에 어떤 가구를 넣을지 조명을 어디에 설치할지 창문은 어떤 크기로 넣을지 끝없는 고민의 시간이 이어졌다. 

  4층까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려니 복잡하고 정리가 안되어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모눈종이. 모눈종이 전지에 한 칸의 크기를 10cm로 정하고 각 층의 설계도를 그려 보았다. 가지고 있는 가전 가구들을 축척대로 종이에 그려서 사이즈에 맞게 오려서 모눈종이 위에 배치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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