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 Dec 21. 2022

엄마의 우주에서 나를 찾는 불균형

균형잡힌 삶

 아이의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온전한 나의 시간이 성립된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나의 하루 삶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나의 시간에는 설거지도 집안일도 되도록이면 짧게 한다. 십 분 이내로 후다닥. 그래서 하루에 한 가지의 집안일만 끝낸다. 최대한 효율성 있게,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서 말이다. 그렇게 무언가를 하고 나의 자리에 앉는다. 자리라고 해봐야 식탁의자이다. 옆에 꽂아주었던 책들을 빤히 쳐다본다.

 오늘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고민한다.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하는 책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 고민이 길어지면 결국 읽어야 하는 책을 읽게 된다. 무언가 읽어야 하는 책은 책 표지만 봐도 중압감이 느껴진다.

 “읽어야 하지 않아?”

 여기서 읽어야 하는 책으로 분류되는 건 모임을 통해 선정된 도서들이다. 그래서 반강제적인 성향이 있다. 모임을 신청할 때에는 ‘읽어야지. 이번 기회에 완독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신청했지만 막상 모임이 시작되면 ‘하, 이거까지 내가 읽어낼 수 있나.’라는 현실도피에 빠진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독서모임이 있는 막바지에 스르륵 읽는다. 그러니 막상 읽어야 하는 책은 기억에서 스르륵 빨리 빠져나간다.


 나를 위한 시간이 충족된 만큼 가족을 위한 시간에 투여된다. 그 시간이 충족되면 아이와 노는 것도 밥을 하는 것도 즐겁다. 그러나 그 시간이 충족되지 못하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 아까 그걸 읽었어야 했는데… 아까 그걸 더 적어두었어야 했는데…’ 그러면 아이와의 시간에도 나는 자꾸 나만의 우주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면 아이는 나를 세차게 부른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면 ‘엄마 어디를 헤매고 있어. 내 옆으로 돌아와.’라는 눈빛이 읽어진다.


 내 시간을 내가 제대로 사용해야 균형이 잡힌다.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지면 그게 그다음의 시간에 반영된다. 그러면 균형이 깨진다. 엄마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에 나는 아직 나로 남아있다. 나만의 우주에서 본 별은 책이었다면 엄마의 우주에서 본 별은 아이인데, 자꾸 엄마의 우주에서 책을 보려고 하니 가끔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루의 균형이 깨짐을 몸까지 느끼면 불안하다. 그 불안함을 없애는 걸 아직 찾지 못했다.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아주 사소한 것에도 불균형을 느낀다. 그게 내 하루를 가득 채운다. 오늘도 끝내 채우지 못한 것들이 있다. 그 채우지 못한 것들을 어떻게 균형적으로 채울지는 앞으로 나의 숙제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철을 든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